집코노미

집은 쌀 때 은행 힘 빌려 사는 것

입력 2018-01-24 09:18:11 | 수정 2018-01-24 10:59:05
내 집 마련 성공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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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의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내집마련을 한 것은 2001년 여름이다. 나의 내집마련 방법은 17년이나 지난 얘기지만 여전히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아 급락했던 서울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서울 강남권 집값은 저점 대비 수천만원 이상 반등한 상태였다.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건 주식 투자에서 얻은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3만2600원까지 급락했던 삼성전자 주식이 10배 이상 뛰는 것을 생생히 목격했다. ‘공포를 사고 탐욕을 팔아라’란 증시 격언을 절감했다.

당시는 코스닥 거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주식을 팔고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집값은 과거에 비해 여전히 쌌다.

문제는 두가지였다. 부동산시장을 잘 모른다는 것과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선 부동산시장을 배우기로 했다. 역시 가장 빠른 방법은 먼저 경험을 한 실전 고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인터넷 부동산동호회를 뒤지기 시작했다. 당시엔 조인스랜드의 아기곰동호회와 닥터아파트의 A동호회가 유명했다. 이들 동호회에 올라오는 시황과 투자 노하우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던 어느날 A동호회에서 오프라인 모임 공지가 떴다. 주저없이 참가했다. 그때 동호회를 이끌던 고수 3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미 재건축 대상 아파트 여러 채에 투자하고 있었다. 주로 강남구 개포주공, 도곡주공(현 도곡렉슬), 송파구 가락시영(현 헬리오시티), 둔촌주공 등이 투자 대상이었다.지금처럼 그때도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시세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들과 친해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주 전화하고 수시로 물어보면서 친분을 쌓았다.(세상에 공짜는 없다.그들 입장에서도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기에 마음에 문을 열었을 것이다.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오프라인 모임에서 고수들이 무조건 집을 사라고 권했다. 이들은 날마나 중개업소를 내집 드나들 듯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중개업소마다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곧 집값이 폭등할 거 같으니 늦기 전에 잡으라”고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당시 가진 돈이라고는 마포 아파트 전세보증금 1억1000만원과 2000만원 정도의 여윳돈이었다. 부모한테 받은 물려받은 돈이 단 한푼 없는 ‘흙수저’인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 돈을 모은 것도 행운이었다. 대학 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2천만원을 종자돈 삼아 코스닥 주식에 투자해 돈을 불렸다. 당시엔 인터넷 주식 버블이 심했던 때라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돈을 불릴 수 있었다. 당시 코스닥 주식 투자열기는 가상화폐 투자 열기와 비슷했다.

고수들의 해법은 간단했다. “집은 은행돈으로 사는 거야. 당장 사.” 당시는 대출규제가 없었다. 집값의 80~90%까지 돈을 빌려줬다. 집값의 10~20% 정도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돈 2~3억원을 빌리는 게 초보에겐 엄청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아마 고수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걸 엄두도 내지못했을 것이다.

한 고수가 단골 부동산을 소개해줬다. 그곳에서 매물을 잡는 작업을 했다. 매물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소식이 빠른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고 있어서다. 한 매물을 그자리에서 500만원 더 얹어주기로 하고 계약했다. 고수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런 식의 추격매수 역시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잔금을 하고 소유권을 넘겨받던 날 은마아파트 단지내 상가에서 마시던 맥주한잔의 달콤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개포주공5단지 전용 53㎡(옛 23평형) 평면도. 네이버부동산기사 이미지 보기

개포주공5단지 전용 53㎡(옛 23평형) 평면도. 네이버부동산


그런 과정을 거쳐 산 아파트가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23평형이다. 매입가격은 3억2000만원이었다. 이 집은 매입한지 1년여 만에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상승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지나놓고 보니 당시 내집마련을 한 시점이 대세 상승 초입이었다. 이집은 그 뒤 지속적으로 뛰어 2007년초 7억원까지 찍었다. 은행 융자금을 제외한 실투자금이 7000만원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배의 수익률이다. 이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세로 돌아선 뒤 2012년 5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018년 1월 현재는 13억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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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은 “돈은 안쓰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집은 남들이 사지 않을 때 은행 돈 빌려서 사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지금은 서울 집값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거 같지만 반드시 떨어지는 시점은 오게 돼 있다.

실제 직장 동료 중에서 2012년에 개포동 주공1단지를 매입한 이가 두명이나 있다. 대중들이, 전문가들이, 언론들이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끝났다. 일본형 대폭락시대가 온다”고 모두가 합창할 때 이들은 조용히 집을 샀다. 그 집들이 지금 10억원 안팎으로 올랐다. 불과 4~5년만의 일이다. 이들의 행동은 대중과 거꾸로다. 대중들이 집을 못사서 안달할 때 이들은 조용히 매도 시점을 저울질한다. 대중들이 집을 쳐다보지 않을 때 이들은 매수를 준비한다.

세상은 돌고 돈다. 또 집값이 떨어지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다시 집값이 떨어졌을 때 필요한 것은 공포를 이길 수 있는 용기다.

물론 “항상 지금 현재가 내집마련 적기”라는 부동산시장의 격언은 공감한다. 꼭 필요한 사람은 굳이 조정기가 오길 기다릴 필요는 없다. 다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세대라면 다락같이 오른 강남집값을 보면서 좌절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기회는 또 온다. 그 기회를 잡기위해선 착실히 종잣돈을 모으고, 부동산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고수와 사귀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를 배워야 한다. 의외로 부동산시장을 예측하기는 쉽다.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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