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송파·목동 "10년 기다리라니"… 40년 압구정·여의도 '기대감'

입력 2018-01-19 18:01:24 | 수정 2018-01-20 06:53:31 | 지면정보 2018-01-20 A26면
현장 레이더 - 희비 엇갈린 재건축 시장

"1주일 만에 정책 뒤집다니… 재건축 모임, 정부 성토장 될 것"
30~31년 송파구·목동 '술렁'…"우선은 지켜보자" 신중론도
40년 넘긴 압구정·여의도 "오히려 매수 문의 늘었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 확대’ 방침으로 술렁이는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한 부동산중개업소. 한경DB기사 이미지 보기

아파트 ‘재건축 연한 확대’ 방침으로 술렁이는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한 부동산중개업소. 한경DB


“어제까지만 해도 10통 중 8통은 물건이 있냐는 문의 전화였는데 오늘은 대부분 재건축 사업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에요.”(서울 목동12단지 A공인 관계자)

“난리예요, 지금. 압구정동 아파트는 매물이 더 안 나오고 풍선효과까지 예상됩니다. 집주인들도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서울 압구정동 중앙공인 신만호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과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19일 일선 재건축 추진 단지는 희비가 엇갈리는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정부 규제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여의도 등의 단지들은 기대감에 호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건축 추진이 수년간 늦춰질지도 모르는 단지에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안전진단 앞둔 목동 아파트 ‘혼란’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의 40년으로 늘리고 안전진단 기준을 까다롭게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장 크게 술렁이고 있는 곳은 양천구 목동 일대다. 현행 재건축 허용 기준인 준공 30년차에 접어드는 곳이 많아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활발했으나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목동 4·5·10·11단지 등의 아파트 주민들은 “원래 이달 안전진단을 위한 모임을 열 예정이었으나 정부 성토 모임으로 바뀌게 생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목동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주민모임의 한 회원은 이날 “정부가 재건축 연한 등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1주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정책을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동은 배관이 낡아 누수도 많고 주차장도 좁아 불편한데 주민 안전과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해봤는지 의문”이라고 호소했다.

매수를 고민하던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목동12단지 인근의 A공인 관계자는 “고덕 신동아·둔촌주공을 놓고 저울질하던 매수자가 있었는데 오늘 매물이 나와 연락하니 둔촌주공을 산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재건축 연한이 강화되면 한도 끝도 없이 사업이 장기화돼 머리가 아파질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목동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별로 단체 대화방 등을 개설해 조속한 안전진단 신청 및 통과를 위해 뭉치고 있다. 단지별로 소유주 동의서를 걷고, 예치금 등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0년 연장안이 시행되기 전에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면제받은 단지가 누린 것과 같은 프리미엄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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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어떻게 더 기다리나?”

준공 30~31년차에 접어들어 재건축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는 송파구 아파트 주민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들은 각각 올해 안에 재건축 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었으나 사업 진척이 늦어질 전망이다.

뚜렷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던 이 일대는 김 장관 발표 이후 매도를 고민하거나 투자를 망설이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방이동 S공인 관계자는 “지금까진 아파트 규모별로 물건이 거의 없었으나 ‘10년을 어떻게 기다리느냐’며 계약을 앞두고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서도 “교통 호재 등을 기다리며 버텨보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리면 최소 10년 이상 사업 진척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들도 매수 문의가 줄어들고 있다. 준공 31년차인 서초동 삼풍아파트(준공 31년차)는 1주일 전보다 이날 매수자 방문이 70% 가까이 줄었다. 삼풍공인 심순남 대표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하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자는 관망세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도곡동 도곡한신 아파트(준공 31년차)도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줄고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전했다.

◆압구정동·여의도…‘풍선효과’ 기대도

준공 40년을 넘긴 압구정 현대 1~7차·한양 2차와 35~36년차인 압구정 현대 9~14차 아파트 일대는 오히려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압구정동 중앙공인의 신만호 대표는 “중개사무소가 하루 종일 난리일 정도로 문의가 많다”며 “집주인들이 추격매수가 더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호가를 계속 올려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2차 아파트 전용면적 147㎡는 이번주 2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실거래가(27억원)보다 2억원이 뛰었다.

여의도 지역도 상당수 아파트가 준공 40년을 넘긴 데다 안전진단을 통과해 김 장관 발언을 반기고 있다.

준공 35~36년차를 맞은 강남구 대치동의 우성, 선경, 미도아파트도 준공 연도가 40년에 가까워진 까닭에 매수 문의가 여전하다. 우성공인의 구정민 대표는 “가능 연한이 길어져 4~5년쯤 시기가 늦춰져도 상관없다는 반응”이라며 “매수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매물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형규/민경진/양길성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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