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규제의 역설…"개포8은 금수저를 위한 로또"

입력 2018-01-10 14:49:29 | 수정 2018-01-17 18:22:04
집코노미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 외관. 이소은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 외관. 이소은 기자

개포주공 8단지 자리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연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첨만 되면 4억원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이 올해 최고의 로또 단지로 꼽고 있다. 그러나 10억 ~20억 원대의 분양대금을 당첨자가 스스로 힘으로 마련해야 하는 까닭에 흙수저는 물론 중산층에게도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모로부터 넉넉하게 재산을 물려받은 금수저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역세권, 일반분양 1700여 가구

분양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은 설 연휴 이후인 내달 중순 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서 '디에이치자이(가칭)'를 선보일 계획이다. 개포주공8단지, 일명 '공무원 아파트'를 재건축 해서 짓는 단지다.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바로 앞에 들어서는 초역세권 아파트라는 점이 이 단지의 특징이다. 지하철 3호선 대청역이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 더블 역세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일원초와 개원중, 중동중, 중동고 등의 학군이 갖춰져 있다.

전 세대가 임대로 운영됐던 터라 재건축 조합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고 평형 구성이 다양하게 공급돼서다.

일반분양 물량이 전체 가구 수 1996가구의 88%인 1690가구에 달한다. 전용면적 별 가구수는 63㎡ 188가구, 76㎡ 238가구, 84㎡ 772가구, 103㎡ 240가구, 118㎡204가구 132㎡42가구 173㎡ 5가구 176㎡ 1가구 등이다. 중소형 평형이 전체 분양 물량의 67%를 웃돈다.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 외관. 이소은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 외관. 이소은 기자


◆ 분양 시기 불투명 “구정 이후 계획”

이 단지는 사실 지난해 분양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올해로 연기됐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아파트 재건축 추진과 함께 상가 건물을 시행사인 현대건설, GS건설에 매각했지만 상가 임차인들이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입점 상인들이 이주를 거부하며 강남구청의 사업 승인이 지연됐고 지난해 11월 분양 계획을 세웠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분양 일정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월로 발표했던 분양 예정일자는 다시 2월로 미뤄진 상태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철거가 이뤄진 후 분양이 되는데 단지 바로 옆에서 전국철거인연합 농성이 이어지고 있으니 분양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분양 시기는 빨라야 2~3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측은 내달 중에는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12월 12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고 감리자 선정, 분양보증 신청 준비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등 강남 분양 시장을 향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있어 더욱 서두르는 모양새다. 절차 상 문제가 없을 시 구정 연휴가 지난 2월 중순 정도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청약 경쟁 치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달아오른 것은 2016년 삼성물산이 '래미안 블래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를 분양하면서다. 개포지구 첫 분양 단지인 이 단지는 평균 청약 경쟁률 33.6대 1을 기록하며 재건축 대장 지역인 '반포지구'의 흥행을 이었다.

이어 공급된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은 평균 100.6대 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됐다. 같은 해 삼성물산이 인근에 일원현대를 재건축해 지은 '래미안 루체하임'은 평균 45대 1,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은 40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현재 이들 단지의 분양권은 수억대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 분양권은 현재 18억대에 매물이 나와있다. 분양가 대비 4억7000만~5억5000만원 정도 뛴 가격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106㎡ 분양권은 분양가에 3억~4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현재 매매가는 17억~18억 수준이다.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84㎡ 분양권 실거래가도 지난달 처음으로 16억원을 넘어섰다. 분양가 대비 3억5000만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래미안 루체하임' 신축 공사 현장. 이소은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래미안 루체하임' 신축 공사 현장. 이소은 기자

◆ 당첨 즉시 4억 시세 차익 가능

현장 중개업소들은 3.3㎡ 당 4600만원에 분양해도 쉽게 완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무기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 3.3㎡당 4100만원 대에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최근 분양한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가 비슷한 수준에 공급돼서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분양가는 3.3㎡ 당 단순 평균으로 4160만원, 가중 평균으로는 4244만원에 공급됐다. 단순 평균은 전용면적 별 가구수를 각각 1가구로 놓고 계산하는 데 반해 가중 평균은 실제 단지의 전용면적 별 가구수를 반영해 계산하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다.

업계가 예상하는 '개포주공8단지' 분양 가격은 단순 평균으로 3.3㎡ 4170만원, 가중 평균으로는 4250만원 정도다. 가중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전용 84㎡의 총액은 14억5500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18억2000만원에 실거래된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 분양권과 비교하면 최고 4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래미안 루체하임' 분양권 시세와 비교해도 차익은 최저 2억~최대 4억원 정도다. '로또 분양' 아파트로 거론된 것이 결코 과언이 아닌 셈이다.

◆ 중소형 가점 65점 이상 돼야 당첨 기대

‘로또’를 노리는 통장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점 커트라인에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평형의 경우, 입주자 선정 방식으로 추첨제와 가점제가 50%씩 적용되지만 전용 85㎡ 이하는 가점제로 입주자의 100%를 선정한다.

가점이 높지 않은 수요자들은 중소형 평형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시행사인 현대건설 측의 얘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가장 최근 분양한 고덕 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당첨자 가점 커트라인 등을 고려할 때 중소형은 가점 65점 이상이 돼야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덕 아르테온'의 당첨자 가점은 전용 59㎡ 60~79점, 전용 84㎡ 48~58점 사이였다. 지난해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래미안강남포레스트'는 가점 평균이 68.5점을 기록해 고득점 가점자가 치열하게 경합했다. 작년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신반포센트럴자이' 전용 85㎡ 이하 당첨자의 가점 평균은 70~77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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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위한 잔치될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규제의 혜택을 금수저들이 주로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주택형의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까닭에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서다. 전용면적 84㎡를 예로 들면 분양가격은 층별로 14억원 전후다. 이 돈을 당첨자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흙수저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가점이 높아도 분양대금을 조달할 길이 없다. 결국 현금을 넉넉하게 들고 있는 자산가들이나 청약이 가능하다. 적어도 분양가의 절반 수준인 7억원 정도를 들고 있어야 엄두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부모로부터 유산을 넉넉하게 물려받았지만 굳이 집을 사지 않은 금수저, 수억원씩 연봉을 받고 있지만 내집마련을 하지 않은 자산가들이 많다”며 “청약 가점이 높은 금수저나 자산가들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 여름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현금 10억원 이상을 쥐고 강남의 새 집을 사고 싶어하는 대기 수요가 5만명에 달했다”며 “일부 미계약분이 발생해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개포지구 일대 판도 변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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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까지는 개포 1·2·3·4단지가 개포동 일대 부동산 시장을 리드해왔다. 강남 집값을 이끄는 대치동과 도곡동, 개포동이 맞닿은 입지에 위치한 이유가 컸다. 저층·저밀도 재건축이라는 점과 양재천과 대모산 등 주변 자연환경도 상승세를 이끌었다.

정지심 태양공인 대표는 "강남 부동산 시장의 중심은 한남대로와 영동대로 사이에 집중돼있다"면서 "특히 성수대교와 영동대로 사이 지역이 주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포주공 8단지'는 영동대로를 중심으로 동측에 위치해 이들 단지와는 입지적 차이가 있다. 행정구역도 개포동이 아닌 일원동이다. 강남 안에서는 외곽으로 인식하는 지역으로 상대적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디에이치 자이’ 분양이 개포동 주택 시장의 반포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삼성동 영동대로 하부에 연면적 16만㎡ 규모의 대형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영동대로 일부(480m)를 지하화하고 도로에 3만㎡ 규모의 광장을 들인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선과 지하철 3호선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 입지와 삼성역 일대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포지구 일대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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