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은 부재자 투표…재건축 수주전 물 흐린다

입력 2017-10-10 17:33:03 | 수정 2017-10-11 00:07:38 | 지면정보 2017-10-11 A26면
정식 총회 당일보다 감시 덜해
건설사, 조합원 1 대 1 마크하며
금품·향응으로 유리한 표 확보

"위법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
즉각 입찰자격 박탈 등 엄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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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공사 수주전이 과열되는 가운데 현행 부재자 투표 제도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는 부재자 투표 기간에 온갖 금품·향응 로비가 횡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재자 투표 비율 80~90% 육박

부재자 투표는 원래 출장이나 건강 등의 사유로 불가피하게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조합원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그런데 최근 부재자 투표 비율이 절반을 훨씬 넘어 90% 이상 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부재자 투표를 유도하고 있다고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다른 조합원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총회 당일보다 부재자 투표 기간에 로비를 하는 것이 더 부담없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품 등을 미끼로 조합원에게 부재자 투표를 유도한 뒤 직접 투표소까지 동행하면 그 표는 떼 놓은 당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요즘 부재자 투표 비율이 80~90%까지 올라간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1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치러진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의 부재자 투표율은 71.9%였다. 조합원 1429명 가운데 1027명이 부재자 투표에 참여했다. ‘공짜 이사비’ 논란이 불거지며 현대건설과 GS건설 간 과열 수주전이 벌어진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부재자 투표 비율도 82.8%에 달했다. 지난달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은 신반포15차와 3월 강남구 대치2지구의 부재자 투표 비율도 각각 87.2%와 62.1%였다.

재건축 수주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가 수주를 위해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올해 강남권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시공권을 따낸 건설사가 홍보(OS)요원을 통해 망설이는 몇몇 조합원에게 4000만원까지 쥐여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 총회는 요식행위

원래 시공사를 뽑는 정식 절차는 조합원 총회다.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기준’에 따르면 총회는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직접 참석해 의결하도록 돼 있다. 부재자 투표 비율이 높아지면서 사정상 참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재자 투표를 한 조합원이 총회 당일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다시 참석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정식 총회보다 부재자 투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면서 이를 겨냥한 건설사들의 로비도 치열하다. 평소 OS요원을 통해 선물공세를 펼치다가 부재자 투표 기간엔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인근 백화점의 명품 핸드백은 일찌감치 동나고 수십만원대 고급 굴비세트를 제공하는 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조합원 주택의 방 한 칸을 얻어 사는 일도 다반사다. 한 OS요원은 “빨래와 설거지, 김장 등을 해주며 딸이나 아들처럼 굴다가 수주전이 끝나 떠나면 허탈해하며 우울증에 걸리는 조합원도 있다”고 했다.

◆“강력한 처벌 기준 마련해야”

재건축 시장이 혼탁해지자 국토교통부도 시공사 선정 기준 등을 개정해 위법 소지가 있는 경쟁 행위에는 입찰자격 박탈 등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시정명령 수준이 아니라 즉각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처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호권 주거환경연구원 사무처장은 “건설사들이 위법을 저질러도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한 수십 년째 반복되는 재건축 수주전의 비리를 없애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재자 투표를 하고 난 뒤 총회일에 다시 찾는 조합원의 의결권과 토의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 투표를 번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예 말썽의 시비를 없애기 위해 부재자 투표 제도 자체를 없애고 총회 절차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품 제공에 해당하는 공짜 이사비나 무이자 이주비 대여 등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에 도급 공사비 절감 방안만 제시하면 되지 왜 이사비나 이주비 등 금융조건까지 제시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며 “현행 입찰 방식 전체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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