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심상권 빈 점포 급증

홍대 골목상가 월세 못내는 곳 늘어…압구정엔 1년 이상 빈 가게도

입력 2017-01-11 18:55:51 | 수정 2017-01-12 00:47:46 | 지면정보 2017-01-12 A5면
한경, 서울 홍대·강남역 등 7개 핵심상권 경기 조사

불황·유커 감소·정치 혼란에
압구정·명동·신사동 등 상가 권리금 1년새 최대 50% 하락

해운·여행사 구조조정 여파…광화문·종로도 공실 늘어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상가 밀집지역이 찾는 사람이 적어 썰렁한 모습이다. 이곳 이면도로에선 최근 들어 빈 점포가 늘고, 권리금도 떨어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상가 밀집지역이 찾는 사람이 적어 썰렁한 모습이다. 이곳 이면도로에선 최근 들어 빈 점포가 늘고, 권리금도 떨어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홍대 명동 가로수길 강남역 경리단길 광화문 압구정 등 7대 서울 시내 광역상권은 경기와 무관하다는 게 상가업계의 통설이었다. 아무리 경기가 나빠져도 국내외에서 소비자가 몰리는 A급 핵심상권에선 장사가 그럭저럭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 같은 통설이 무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위축, 정국불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핵심상권 이면도로에 있는 상가의 권리금이 급락하거나 빈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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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도로 ‘무(無)권리’ 점포 등장

마포구 홍대 상권(서교·합정·상수동 포함) 이면도로에선 상권 침체 양상이 뚜렷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일선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상가 경기 설문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이곳 권리금이 30~50% 떨어졌다는 답변이 70%나 나왔다. 서교동 G공인 관계자는 “대로변 전면부 A급 입지는 권리금 변화가 없지만 B급 자리는 20~30% 떨어졌고 이면도로 C급은 거의 권리금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상수역 인근 K공인 관계자는 “2015년부터 상가 경기가 안 좋더니 지난 연말부터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까지 줄며 월세를 내지 못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에 점포를 아예 접는 곳도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홍대·합정 상권의 중대형 상가(건축 연면적의 50% 이상을 임대 중인 지상 3층 이상 상업시설)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12.7%로 직전 분기(5.9%)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순재 LBA한강부동산 대표는 “중개업소를 찾는 10명 중 9명이 가게를 내놓으려는 사람”이라며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가게를 접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이면도로에서도 권리금이 아예 없는 점포가 나오고 있다. 가로수길 인근 S공인 관계자는 “2년 전 권리금 4억원을 주고 들어왔던 점주가 최근 1억원을 받고 나갔다”며 “이면도로인 세로수길에선 작년 하반기부터 권리금을 아예 못 받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 일대는 한경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권리금이 10~30% 하락했다’는 답변이 60%로 가장 많았다.

국내 ‘성형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지하철 3호선) 상권에선 최대 1년 이상 공실로 비어 있는 점포가 적지 않다. 국내 성형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한국을 주로 찾던 중국인 성형 관광객 상당수가 대만,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인근 J공인 대표는 “3년 전 1억~2억원에 달했던 대로변 옷가게, 음식점 권리금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남대로·테헤란로 이면도로에서도 임대료와 권리금 거품이 빠질 조짐이다. 강남역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임대료와 공실률이 수치상으로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안을 보면 곪아가고 있다”며 “가게 매출은 20% 가까이 떨어졌는데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공실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명동 거리의 경우 안쪽 골목에선 권리금과 임대료가 낮아진 가게가 많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오피스 상권, 해운·여행업 침체 유탄

광화문 등 도심권 대표 오피스 상권은 해운업 및 여행업 침체의 유탄을 맞고 있다. 해운업체와 여행사 등에서 감원이 잇따르며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업체가 늘고 있다.

광화문 르메이에르빌딩에 입점해 있던 30여개의 해운회사 중 상당수는 작년부터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이 건물에 있는 L공인 관계자는 “문의 상담 중 30%가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닫으려는 해운회사”라며 “이 여파로 132㎡ 이상 중대형 사무실 60실 중 12실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중소 규모 여행사가 많이 입점해 있는 내수동 일대 오피스텔과 오피스 상가에서도 공실이 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내수동 일대에서 최근 2년 내 3분의 1 정도의 여행사가 간판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영란법 시행도 이 일대 자영업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내자동 B공인 관계자는 “공무원과 인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던 일대 주상복합 지하상가의 술집 5곳 중 3곳이 1년 새 가게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설지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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