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짓게 허용해 놓고 창문은 만들지 말라니…

입력 2016-08-18 17:31:00 | 수정 2016-08-21 09:34:20 | 지면정보 2016-08-19 A4면
강남 등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규제 완화했지만 도로폭 규정 여전히 적용
전문 숙박업소가 아니라 일반인도 가정집 빈방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빌려줄 수 있는 ‘한국판 에어비앤비’(공유민박업) 도입을 정부가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호텔업계 등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 크기 등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숙박업을 할 수 있는 공유민박과 달리 전문 숙박업소는 건축법 및 화재·범죄·위생 등과 관련한 까다로운 규정을 모두 적용받아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호텔업계는 그중에서도 내용이 서로 충돌하는 관광 관련 규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호텔사업이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호텔 건립 관련 규제를 푼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관광숙박특별법)과 종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관광진흥법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호텔을 짓고 있는 A사는 전체 150개 객실 중 30%(50실)의 방에 창문을 못 만들 처지다. 정부가 일반주거지역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합의 비율)을 완화하기로 한 관광숙박특별법을 믿고 주거지역에 20층 이상 호텔을 계획했지만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13조 1항’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 이 조항은 주거생활 보호를 위해 숙박시설을 지을 때 창문이 있는 면의 높이가 인접한 대지와 떨어진 거리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65m 높이로 건축 중인 A호텔은 4면이 모두 주거지역이라 상당수 객실에 창문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호텔 객실 모두에 창문을 설치하려면 건물 4면에 모두 30m 이상의 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서울 시내 주거지역에 그런 곳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한쪽에선 건물을 높게 세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지만 30%가량의 객실에 창문을 둘 수 없다면 호텔을 짓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해당 구청에서는 별도 벽을 설치해 창문을 가리지 않는 이상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업을 키우지 말라는 게 아니다”며 “관광시설로 등록된 호텔 등 전문 숙박업소를 온갖 규제로 묶어 놓고 있는 게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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