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조장하는 '도시 민박법'

오피스텔 빌려 외국인에 민박 줬는데…"이게 불법이었어요?"

입력 2016-08-18 17:31:10 | 수정 2016-08-19 08:36:25 | 지면정보 2016-08-19 A4면
집주인 거주 안하면 외국인 대상 민박 불법
전국 2만5000실 중 70% 이상이 미등록 영업
단기임대·숙박업 구분 모호
음식 등 서비스 제공하는 대학가 하숙집도 위법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사이트에 오피스텔을 등록한 집주인들이 많지만 오피스텔은 모두 업무용으로 분류돼 정식 민박업자로 허가받을 수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숙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대로 오피스텔 전경.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사이트에 오피스텔을 등록한 집주인들이 많지만 오피스텔은 모두 업무용으로 분류돼 정식 민박업자로 허가받을 수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숙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대로 오피스텔 전경.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회사원 최모씨(32)는 올초 서울 용산역 인근 업무용 오피스텔을 임차해 2층 침대 두 개를 마련하고 원룸식으로 꾸민 뒤 글로벌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내놨다. 용산은 도심 접근성이 좋고 인근 이태원 관광객도 많아 외국인 민박 희망자를 쉽게 모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씨는 “1박에 8만원 정도를 받는데 성수기 땐 한 달 예약이 거의 꽉 차 월평균 150만원 수준의 수입이 생긴다”며 “70만원가량의 오피스텔 월세를 내고도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얼핏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위 사례는 사실 불법이다. 현행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남는 방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으로 최씨처럼 원룸을 통째로 빌려줄 수 없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라 업무용이어서 숙박시설로 사용하면 위법이다. 5년 전 관광진흥법을 통해 도입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으로 인해 불법 개인사업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도시민박 70% 미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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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는 2013년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인 미국 에어비앤비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본격화됐다. 관련 제도는 2011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법제화됐다. 서울지역은 방 하나를 빌려주고 보통 1박 기준으로 5만~10만원을 받다 보니 수입이 짭짤해 젊은 층까지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자 중 70% 이상은 미등록 상태다. 상당수 개인 사업자는 불법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전국 공유숙박 객실 수는 지난달 말 현재 1만8000여실이다. 서울이 1만여개, 제주가 2000여개, 부산이 1400여개다. 그러나 서울에서 정식으로 등록된 도시민박업 주택은 지난 6월 말 현재 851곳, 2714실에 불과하다. 한옥을 포함해도 3169실이다. 7000실 가까이가 미등록이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록 도시민박 주택도 4220실에 그치고 있다. 전국으로 따지면 76%가량이 미등록 상태다.

숙박업계에선 에어비앤비 외에 코자자, 비앤비히어로 등의 사이트에 등록된 객실 수를 감안하면 외국인 대상 민박 객실 수가 최대 2만5000실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경찰과 공동으로 미등록 민박업소 단속에 나서기도 하지만 성과가 미미하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들 설명이다.

○“그게 왜 불법인가요”

미등록 도시민박 객실 수가 70~80%에 달하고 있는 건 공유 경제 시대에 맞지 않는 관련법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민박업이 가능한 집은 주택법상 주택인 단독, 다가구, 아파트, 연립, 다세대주택 등이다. 가장 많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규정상 가능하지만 자치구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 전체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는 등록된 아파트 도시민박 객실이 전무하다.

한 민박업체 관계자는 “집에 친구나 친척이 놀러왔을 때도 주변에 소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고, 강아지를 키울 때 이웃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며 “만약의 경우에도 다른 공중위생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만 처음부터 주민 동의를 받으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업무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민박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에어비앤비 등 다수의 공유숙박업체 사이트에는 오피스텔 숙박을 광고하는 글이 수백개씩 올라와 있다.

단기 임대와 숙박의 구분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등 주택을 1주일이든 한 달이든 타인에게 거주 목적으로만 빌려주는 건 되지만, 집주인이 타월이나 음식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포함되면 불법이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법은 이 부분에서 외국인에 한해서만 숙박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면 불법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학가 하숙집도 모두 불법이라 규제 대상이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2011년 도시민박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오히려 사회 관습상 상식적인 수준에서 숙박을 운영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당 문제의 관련 법으로 처벌하면 그만이었지만 공유숙박이 법 테두리 안에 갇히면서 합법이 아닌 건 모두 불법이 됐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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