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계, 세계 첫 '탈핵 건축 전시회' 연다

입력 2016-08-11 00:22:26 | 수정 2016-08-11 16:21:10
10월에 개최…사회적 이슈 '건축적 대안 운동' 시도 '주목'
전세계 일반인도 참가하는 '탈핵건축 제안 국제 공모전' 진행
국내외 유명 건축가 동참하는 '초대 건축 작품전'도 개최
건축갤러리·현실비평연구소 주최…28일부터 공모전 접수
국내 건축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파격적 주제의 ‘국제 건축 공모전과 작품 전시회’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0월 중에 전시될 이번 건축전 주제는 ‘탈핵(脫核)’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 시도와 이에 대한 방어를 명분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가 최근 경북 성주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DD) 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4대 강대국들간에 갈등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린 테마에 대해 건축계도 나름의 입장과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탈핵 건축 전시회·Less Architectural More Ethical 2016)는 20여년간 비평건축 활동을 펼쳐온 현실비평연구소와 건축갤러리가 기획·주최한다. 핵심 아젠다는 ‘김정은, 2016 지하기지구축전’이다. 행사는 ‘탈핵 건축 공모전(국제 꼼뻬)’과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참가하는 ‘탈핵 건축 초대전’으로 구성된다.

조권섭 건축갤러리 현실비평연구소 대표는 “지구촌 탈핵 운동의 방향은 단순히 북한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 방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국에 광범위하게 펼쳐진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 등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포괄적인 핵의 추방과 대안 마련으로 귀착된다”며 “다음 세대에 탈핵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건축계가 할 수 있는 ‘작은 대안’부터 차근차근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 건축계는 그동안 핵문제를 비롯해 주거복지·노동·환경·교육문제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취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탈핵 건축전을 계기로 인류 공생 차원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될 지 주목된다.

◆세계인 동참하는 ‘탈핵건축 설계 공모전’

‘핵시대 건축의 정치 제안전’이란 주제로 마련되는 ‘탈핵 제안 국제 꼼뻬’에는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모두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계인들이 탈핵에 대해 제한없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모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김정은 핵무기기 개발과 후쿠시마 사태 등 원자력 발전소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위험과 재앙을 초래하는지 ▲원전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 지 ▲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지 등을 다양하게 제시하게 된다.

건축 전문가들은 꼼뻬를 통해 핵무기와 원자력 발전소 등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탈핵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지에 대한 건축적인 시나리오를 보여줄 전망이다.

꼼뻬 테마는 ‘지하기지 구축전’이고, 전시장소는 S-플렉스 로비·삼척 폐광·벽돌공장 등이다. 참가신청은 28일부터다. 심사는 ‘탈핵 국제 꼼뻬 본부 심사위원회’와 ‘항성사전 선정위원회’가 맡는다. 행사 주최는 건축갤러리·현실비평연구소, 주관은 탈핵건축학교가 맡았다. 공모전 참가 자격은 일반인과 건축전공 대학·대학원생, 건축계에 종사하는 건축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공모전 이외에도 탈핵 관련 포스터 만들기, 비전력 비품 만들기, 가사 바꿔 부르기, 김정은에게 SNS 편지보내기 등 이색적인 ‘참여형 행사’도 다양하게 펼쳐진다.

◆유명 건축가 ‘초대 건축전’도 눈길

국내 유명 건축가 10여명이 참여해서 다채롭게 보여주는 ‘탈핵 관련 건축 아이디어전’도 시선을 끌 전망이다. 초대 작가전에는 함성호(시인·건축가), 김개천(건축가), 강일원(건축가), 권혁범(건축가), 정용섭(건축가), 유연복(판화가), 채가을(건축가), 조한묵(건축가), 최정화(건축가), 최동규(건축가), 전시형(건축가), 배대용(건축가),남기봉(건축가), 임보라(건축가), 최정만(건축가)등이 참가한다.

해외에서는 핀들리(Findlay·건축가), 양쟈오(YangZhao·건축가) ,카셰프 크로더리(KashefChowdhury·건축가) 등이 글로벌 건축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심사위원에는 김낙중 건축가 ,김홍일 동국대 건축과 교수, 이주연 건축평론가, 김개천 국민대 건축과 교수, 함성호 건축가, 유이화 건축가 등이 위촉됐다. 이번 국제꼼뻬 총괄기획은 조권섭 건축갤러리 현실비평연구소 대표가 맡았다.

◆국내 첫 건축갤러리·탈핵건축대학 개설

행사주최측인 건축갤러리 현실비평연구소는 이번 건축전 기획을 계기로 연구소 내에 ‘탈핵 건축대학’을 이말 말쯤 개설할 예정이다. 일반인들과 건축인들을 대상으로 탈핵 관련 교육 및 정보 제공을 해나갈 계획이다. 건축적 탈핵운동의 대중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초대 학장은 최동규 서인건축사무소 대표가 맡게 된다. 이번 건축 공모전의 사전안내(오리엔테이션)도 맡게 된다.

탈핵건축학교에서 기획중인 주요 강좌는 △핵, 그 달콤한 거짓말과 불편한 진실 △계속되는 김정은의 핵개발, 그 재앙에 대하여 △독일은 어떻게 탈핵전환을 추진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의 탈핵건축 시나리오 △후쿠시마 대재앙이 벗겨버린 원자력의 가면 등이다. 이외에도 별도의 탈핵 건축 워크샾과 김정은 SNS 편지쓰기 등 추가 행사들이 지속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현실비평연구소는 내년 5월쯤 고양시에 국내 최초로 ‘건축갤러리’를 개장할 예정이어서 건축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건축작품만을 상시 전시하는 건축갤러리는 없다.

올해 탈핵 건축전의 총괄전시 기획자인 조권섭 현실비평연구소장은 명지대 건축공학과와 고려대학교 대학원(국문학)을 나왔다. 소설 ‘꼬방동네사람들’의 주인공 허병섭 목사가 쓴 ‘일판,사랑판’소설 속 실존 인물이다. 현재는 건축갤러리 현실비평연구소와 프랜차이즈 메디칼커피 대표이다. 기획출판, 전시기획, 건축비평 이외에 워터소믈리에, 커피로스터즈 등의 전문기술인이도 하다. 건축의 윤리성에 관심이 많고 철거민 장터, 하도급 직거래제, 임대주택 등 사회적 이슈의 건축적 수용 운동에 몸담아왔다. 저작으로는 나쁜피, 히틀러건축, 표절-16개월의 현장 답사, 지배이데올로기와 건축적 반이성, 타틀린 등이 있다. 조만간 ‘폭격’ ‘항성사전’ ‘표절하지 않는 건축가들’ ‘ 개집을 지어도 건축가’ 등의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070-8129-6683)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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