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想商②맛치킨

전상헌 대표,임대료 못내 쫓겨나서 “남과 다른 치킨개발” 결심

입력 2015-03-18 09:31:18 | 수정 2015-03-24 11:21:08
치즈아몬드순살 등 특허 받고 메뉴종류만 1722가지
샐러드 소스도 직접 개발하고 치킨 무도 매일 담가
서울 망우3동주민센터 맞은편 골목길에 있는 맛치킨.기사 이미지 보기

서울 망우3동주민센터 맞은편 골목길에 있는 맛치킨.

그 해 그도 직장을 잃었다. 한창 일할 나이인 46세에 회사출근이 끊겼다. 다니던 회사가 3004년 부도를 내면서다. 집안형편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고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20여 년간 자금관리 업무만 맡아온 그에게 예기치 못한 퇴직은 그야말로 준비 없는 이별과도 같았다.

스스로 개발한 치킨메뉴 1,722가지를 예약주문으로만 팔고 있는 ‘맛치킨’의 전상헌 사장(1958년생) 이야기다.

는 동료 1명과 서울 중랑구 망우3동주민센터 맞은편의 이면도로 골목길에서 하루 평균 90~100마리의 치킨을 팔아 치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부러워할 만한 판매량이다. 한마디로 ‘골목 안의 기적’ 같은 일이다.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를 냈으니 창업을 준비할 틈도 없었겠다.
“집에서 며칠 쉬다가 고용보험센터를 찾아갔다.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때 나를 상담했던 고용보험센터 담당자는 지방에서 직장을 알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여건상 그건 좀 곤란하다고 했더니 경비원 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발휘해왔던 내 업무능력과는 무관한 일을 소개 봤으니 초라해지는 느낌 이었다”

-그래도 일을 해야 했던 건 아닌가.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을 만났다. 그는 치킨집을 열어보라고 추천했다. 서울 장안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멀지 않은 면목동에서 치킨집을 열기로 했다. 지점으로서는 1호점이었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프랜차이즈 1호점의 의미도 그 땐 몰랐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설거지를 하고, 음식재료를 다루다가 손을 베이고, 술 취한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고...설움이 복받쳐 올라왔던 때였다”

-장사가 잘 되면 설움도 가라앉았을 텐데...
“경험도 없었던 데다 바비큐를 전문으로 하는 치킨집이었는데 손님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거 같다. 하루에 10마리도 팔고 20마리도 팔고 하니 장사가 잘 될 리 없었다. 그래도 3년 가까이 버텼는데 결국엔 임대료가 몇 달치 밀리면서 쫓겨났다. 빚 정리를 하고나니 손에 남은 돈은 2,200만원 정도였다”

-다른 창업 아이템을 찾으셨나.
“아니다. 오기도 좀 생겨서 또 다시 치킨집을 열었다. 이번에는 지금 자리인 망우3동 골목길에 치킨집을 냈다. 2010년 가을에 8평쯤 되는 가게를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조건으로 얻었다. 나머지 돈으로 튀김기를 들여놓고 집기를 마련했다. 브랜드는 그대로 달았다. 동네 터주대감들이 치킨집이 안 되는 자리인데 뭘 믿고 왔냐는 등 텃세를 부렸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매출이 올랐나.
“여전히 하루에 10~20마리 정도 밖에 못 팔았다. 치킨집을 한지도 벌써 3년이 됐는데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과 다른 거를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는 영업이 끝나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매장에서 잠을 자며 메뉴개발에 들어갔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메뉴를 집중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게 순살튀김에 치즈와 아몬드가루를 뿌리는 치즈아몬드순살이다. 블루베리소스는 치킨을 먹고 나면 입안의 기름진 느낌을 잡을 요량으로 개발했다. 건강식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치킨에 금가루를 뿌리고 인삼을 곁들이는 임삼골드순살 메뉴를 선보였다. 메뉴 하나 개발에 몇 개월씩 걸렸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나오면서 매출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메뉴를 개발할 때 누구의 도움을 받았나.
“영업을 끝내면 새벽인데 누구의 도움을 받겠나. 혼자서 개발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나에게 미대 진학을 권유한 적 있다. 내 DNA속에 잠재돼 있던 예능감각이 치킨메뉴 개발에서 뿜어져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감(感)이 오는 날이 있는데 그런 때는 메뉴개발도 잘 됐다.

특허등록 된 블루베리순살 치즈아몬드순살 인삼골드순살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고객들의 인정을 받기까지 3년쯤 걸렸다. 드디어 동네사람들은 나를 치킨집 아저씨가 아닌 치킨집 사장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나도 용기를 얻어 그동안 써왔던 간판을 내리고 2010년 11월11일 ‘맛치킨’이란 나의 브랜드를 내걸었다”

-메뉴가지수가 무려 1,722가지다.
“치킨집을 운영하다 보니 사람들은 섞어 먹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중국음심점에서 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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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냐, 짬뽕이냐를 고민하는 것처럼 치킨집에서는 손님들이 양념이냐, 후라이드냐를 놓고 뜸을 들이 곤 한다. 짬짜면이 나오고 양념반, 후라이드반 메뉴가 개발된 것도 섞어 먹기 좋아하는 고객들의 심리를 반영해서라는 생각이다. 나도 고객들에게 반반의 선택을 주기로 했다.

내가 개발한 기본메뉴 41가지를 하나씩 더 선택하도록 하면 1,681가지가 나온다. 반반씩 이라 해도 세트메뉴라는 의미는 아니다. 치즈아몬드순살에 후라이드를 선택할 수도 있고 핫크리스피를 고를 수도 있다. 치즈아몬드순살을 기본을 해서 반반씩 선택할 수 있는 메뉴만도 41가지다. 이렇게 조합할 수 있는 메뉴수가 1,681가지이고 여기에 반반씩이 아닌 단품기준 기본메뉴 41가지를 더하면 총 1,722가지가 된다”

-메뉴수가 많다고 반드시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 텐데.
“물론이다. 기본메뉴 41가지 모두에 맛이 있어야 한다. 맛이 없다면 고르는 재미만으로 고객들이 다시 찾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팔릴 수 있는 것은 맛에 대한 입소문 때문이라고 본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니까 학원 사무실 공장 등에서 단체주문들 들어오고 먼 동네에 거주하는 손님들도 찾아온다. 인삼골드순살의 경우 병문안 갈 때 선물용으로 고객들이 찾고 있다”

-블루베리순살 인삼골드순살 치즈아몬드순살 제조에 대해 발명특허를 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내가 개발한 음식을 남들도 만들어 이익이 뺏기지 않도록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고객들이 맛있다고 찾는 음식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발명특허를 냈다. 국가가 지난해 특허를 내주니 인정받았다는 마음에 뿌듯해지기도 했다”

-치킨집에 전시용이라도 치킨이 한 마리도 안 보인다.
“고객들이 1,722가지 중에 선택하는데 치킨을 미리 튀겨 놓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 가게는 테이크 아웃 포장중심으로 치킨을 팔고 있다. 주문을 받으면 그 때부터 조리에 들어간다. 주문치킨이 나오는데 대개 20분쯤 걸린다. 가게 안에 테이블 4개가 있지만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도 주문하고 20분쯤 기다려야 한다. 단골손님들도 기다리거나 미리 전화로 주문해서 찾아가고 있다. 이제는 당연하다고들 여기는 것 같다”

-편견일수도 있지만 치킨집이 너무 깨끗하고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데 이유가 있나.
“2012년에 서울시에 음식업소 위생등급을 신청했다. 어느 날 담당자들이 가게로 들이 닥쳤다.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장사 시작한지 얼마 되냐고 해서 8년째라고 하니 놀라더라. 너무 깨끗해서 몇 달 전에 창업할 줄 알았다고 했다. 위생검사를 받고 나서 서울시로부터 트리플 A(AAA)등급을 받았다.

내가 지저분한 걸 못 참는다. 새벽 1시에 영업을 끝내고 거의 매일 소스를 만들거나 무를 담그는데 무에 조그만 이물질이 보여도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맘이 편안해 진다. 돈이 생기면 인테리어를 바꿔가며 실내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가맹점을 내달라는 문의도 많았겠다.
“가맹점을 하겠다고 많이들 찾아왔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아니었다. 돈 버는 일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부족해 보였다. 치킨맛을 제대로 내보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면 젊은층이라도 노하우를 알려주며 도와주고 싶다. 약 10년간 손님을 많이 대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보면 진정성이 그의 얼굴에서 읽혀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지면서 내미는 그의 팔뚝에는 섭씨 180도의 기름방울이 튀어 남긴 상처가 무슨 훈장처럼 매달려 있다. 한때는 창피한 마음에 팔뚝을 가리고는 했지만 지금은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기름이 펄펄 끓는 튀김기 앞으로 또 다가섰다.

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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