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구요?"

입력 2014-05-04 07:00:00 | 수정 2014-05-04 07:48:24
카운터 테너 루이스 초이(Louis Choi), 크로스오버 음반 발매
13년 전 카스트라토로 오해 받으면서도 꾸준히 수학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악대, 첫번째 아시아 카운터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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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김하나 기자]한 사람의 노래인데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화려한 테크닉의 고음으로 귀를 간지럽히더니 어느새 차분하게 온 몸을 감싸는 굵직한 음성이 전해진다. 카운터 테너 루이스 초이(Louis Choi·36·사진).

그의 노래를 들으면 클래식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다르다', '새롭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홀로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 넓은 음역대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때론 맑고 투명하게, 때론 우아하고 기품 있게 밀고 당기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남자 목소리일까 여자 목소리일까', '2명이 부르는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카운터테너(counter tenor)는 가성(假聲)으로 소프라노의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를 말한다. 쉽게 영화 '파리넬리'의 주인공을 연상하면 된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어떤 조치(?)를 취한 건 아니다. 카운터테너는 수년 간의 훈련을 거쳐 높은 음을 낼 수 있는 팔세토(가성) 창법을 익혀 소리를 낸다.

"13년 전 처음 무대에 섰을 때만해도 카운터테너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았죠. 관객들이 귀로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시곤 했죠. 민망했지만 그만큼 모르는 탓이니까 무대가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루이스 초이가 수치스러울 수도 있는 옛 얘기를 제법 여유롭게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많은 관객들이 카운터테너의 매력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초이가 최근 <기억의 서곡>이라는 음반을 내게 된 것도 이러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음반을 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카운터 테너다 보니 몇 번이고 음반 발매가 좌절됐었죠. 하지만 최근에 클래식과 창작곡까지 넣은 음반을 내게 됐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만났던 관객분들과 주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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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좁은 무대와 연이은 음반 발매의 지연…. 그럼에도 그를 채찍질한 건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었다. 루이스 초이는 스스로를 '지각 선수'이라고 불렀다. 음악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서였고 테너에서 카운터테너로 전향한 것도 대학생 시절이었다. 군대까지 다녀와 초등학교 음악교사로 2년 6개월이나 근무하고 나서야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음악을 좋아해서 늦더라도 노래를 시작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주변에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남들이 다 가는 길에서 수많은 테너 중에 한 명이 되기 보다는 생소하더라도 새로운 카운터테너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고 찾아갈 선생님도 많지 않다보니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며 유학을 선택했구요."

그는 그렇게 2년 반동안 꼬박 모아온 교사 월급을 학비로 쏟아부었다. 간단한 독일어만 익히고 간 그에게 유학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독일 뒤셀도르프 로버트 슈만 국립음악대학 오페라과 디폴롬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각각 조기 졸업했다.

"카운터테너가 태동한 유럽이었지만 학교에서 저를 특이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서른이 다 된 나이의 동양인 카운터테너니까요. 늦은 데에 대한 조바심은 애당초 없었어요. 늘 늦게 시작해서 꾸준히 해왔으니까요. 다만 학비에 조바심이 있었죠.(웃음) 학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고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노래했습니다. 졸업의 기쁨보다도 2개 과정에서 조기졸업을 하니까 1년 정도의 학비를 아꼈다는 안도가 더 컸을 정도였으니까요."

루이스 초이는 뒤셀도르프 국립음악대학에서 첫번째 아시아 카운터테너로 두각을 나타냈다. 뒤셀도르프 국립극장에서 뮤지컬 카운터테너 주역으로 데뷔했고 오를란도, 한 여름밤의 꿈, 이도메네오, 디도와 에네아스, 악테옹, 아랑, 헨젤과 그레텔 등의 오페라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뮌헨에서 파리넬리 주역 콘서트 가수로 성공리에 데뷔했다. 라이온스클럽 국제성악콩쿨 에서 관객으로부터 특별상을 받으며 유럽에서 주목을 받았다.

"아직도 카스트라토(변성기가 되기 전에 거세해 소년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남자 가수)나 팝페라가수로 알고 계시는 분도 있고 카운트 테너로 부르시는 분도 있죠. 하지만 예전처럼 위·아래로 보시면서 혀를 끌끌 차는 관객들이 없는 것만으로도 전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하게 10년 정도 활동하면 카운터테너는 확실하게 알아주시겠죠?"

루이스 초이는 오페라와 콘서트, 종교음악 그리고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서울 종합 예술학교 음악 예술 학부 성악과에 카운터테너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탈북 자녀를 위한 자선음악회 <루이스 앤 프랜즈>를 위해 캐나다로 출국했다. 소프라노 김수정과 피아니스트 한윤미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최근 발매된 음반 <기억의 서곡(The Overture of memory)>은 대중의 감성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크로스오버로 꾸며졌다. 바하의 G선상의 아리아에 달콤한 사랑의 고백을 담은 ‘Aria for Louis’, 3옥타브의 음역을 소화하는 그를 위한 창작곡 ‘추억’이 대표적인 수록곡이다. 체코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기타리스트 함춘호도 참여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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