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제는 월세시대

⑧경쟁력은 관리, 임차인의 매니저가 되라

입력 2014-02-11 08:00:49 | 수정 2014-02-11 08:00:49
임대사업 의향자 '수익률' 우선…임대사업자 '관리'가 문제
직접 관리 어렵다면 주택임대관리업체 고려해야
이달부터 주택입대관리업법 개정안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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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김하나 기자]#2000년대 초반, 전국 요지에 펜션을 운영하면 말 그대로 연금(pension)처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너도나도 펜션 투자에 나선 시절이었다. 펜션 건립 열풍이 불던 그때 실제 있었던 일이다. 공직에서 은퇴한 A씨가 펜션 수익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에 나섰다.

부지를 매입하고 바비큐 시설에다 전원 느낌의 데크를 갖춘 펜션용 주택을 짓는 데까지는 무리가 없었다. 펜션용 주택이 거의 준공될 무렵에는 안정된 노후 수익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랬던 A씨가 펜션 운영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생각지도 못한 ‘관리’라는 복병 때문.

펜션 문을 연 지 10개월쯤 되던 때 하룻밤을 묵은 젊은 부부는 유달리 요구사항이 많았다. ‘침대 시트가 더러우니 바꿔 달라’, ‘따뜻한 물은 왜 나오지 않냐’ 등 시시콜콜한 불만들이 밤새 이어졌다. 급기야 A씨는 “내가 무슨 모텔 종업원이냐”며 버럭 화를 내고는 다음날부터 예약을 받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펜션 간판을 내렸다.

이 같은 A씨 사례는 형태만 달리했을 뿐 현재 진행형인 문제다. 장소는 전원에서 도심으로, 주택형은 펜션에서 임대주택으로만 각각 바뀌었다. 주택으로 임대소득을 올리려고 한다면 A씨 사례를 참고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대사업 의향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지만 막상 임대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관리’라는 벽이 높을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관리의 벽은 실제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임대사업, 막상 시작하면 '관리' 문제 대면…관리소홀로 수익률 떨어지기도

임대 의향자 및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떤 설문조사만 봐도 임대사업 전후의 현실인식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행복 씨가 2012년 제출한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임대 의향자는 새로운 임차인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의 유지보수 요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설문 대상 모집단위는 400여명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임대사업의 엄연한 현실을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다.

전문가들도 임대사업에 앞서서 고려할 요소로 '수익률' 못지않게 '관리'를 꼽으라는 조언이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예전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올라 발생하는 시세차익 때문에 전세 임차인 관리에 신경쓰지 않았던 측면이 크다”며 “이제는 월세시장이 커지면서 임대인이 해야 할 관리 부분이 커졌고 공실 관리 등에 소홀하면 수익률은 예상보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주택임대시장이 월세시대로 변화를 맞으면서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관리비와 월세를 합치면 매달나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제때에 애로사항을 해결해주지 않는 집주인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 문제를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각각 들어보면, 양쪽 모두 수긍이 간다.

서울 연남동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자료 한경DB)기사 이미지 보기

서울 연남동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자료 한경DB)


#서울 능동로에 사는 김모씨(70)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소유하고 있는 중소형 빌딩이 낡은 데다 주변에 생겨난 풀옵션 원룸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계량기 동파 문제로 밤잠을 설쳤다. 주변에서는 은퇴 후에도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올릴 수 없는 월세에, 밤낮 없는 집안 관리에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애로사항은 김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입자인 임모씨(25)도 마찬가지다. 주방에서 물이 샌 적도 있고 화장실 하수구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괜히 트집 잡혔다가 월세를 올려 달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여자 혼자 살다 보니 이것저것 와서 해 달라고 하기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세입자인 임씨 입장에서는 편하게 집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본격적인 월세시대가 되면서 월셋값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집주인은 임차인의 매니저가 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임차인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제대로된 월세를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김씨처럼 연로해 직접 관리가 힘들거나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연예인들이 초기에는 가족들이 매니저를 하다가 매니지먼트 회사를 구하 듯, 집주인들도 '회사'를 찾아가 맡기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주택임대관리업 도입, 집주인 일 대신해주고 세입자 애로사항 해결 가능

지난 2월7일부터 주택임대관리업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김씨의 일을 대신해줄 주택임대관리업체가 생겨나게 됐다.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로부터 임대료를 징수하고 전·월셋집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는 업종이 만들어진 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100가구 이상, 위탁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300가구 이상 규모로 사업할 경우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등록 요건은 자기관리형은 최소 자본금 2억원에 전문인력 2명, 위탁관리형은 최소 자본금 1억원에 전문인력 1명이다.

집주인은 전문업체를 통해 임대주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세입자는 집을 고를 때 관리가 잘돼 있는지도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도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하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시행사인 신영의 자회사 신영에셋을 비롯해 KT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와 일본의 다이와리빙이 합작한 KD리빙, 우리관리와 일본의 레오팔라스21이 손잡은 우리레오PM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중대형 주거용 건물을 대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기존에 다가구, 다세대 등 중소형 주거용 건물을 관리하던 업체나 임대 정보를 제공하던 업체도 공인중개사들과 손잡고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할 예정이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정확한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거래 특성에 따른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제시할 방침”이라며 "월세 공급자가 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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