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촌

(11) 서울 서초동 ‥ 기업인ㆍ교수ㆍ법조인 파워 엘리트 '둥지'

입력 2008-09-08 09:39:47 | 수정 2008-09-08 09:39:50


한국의 부촌 가운데 서초동처럼 각계 각층의 부자들이 한군데 모여 살고 있는 지역도 드물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대치ㆍ도곡동의 경우 주거 형태가 주로 공동주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남의 눈에 띄기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재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또 전통 부촌인 강북의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 등지에는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서초동은 다르다. 대기업 오너,교수,판ㆍ검사,연예인 등 각양각색의 부자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다.

◆신구 부자들의 조화

서초동의 경우 직군별로 사는 동네가 조금씩 다르다. 초고가 빌라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고등학교 건너편 서리풀공원 일대의 경우 대기업 오너 등 나이가 지긋한 전통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매년 공시가격 발표를 할 때마다 공동주택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트라움하우스 같은 경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운형 세아제강 회장,김근수 한국내화 회장 등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더미켈란 롯데빌리지 상지리츠빌 등이 모여 있는 이곳 고급 빌라촌에는 김덕룡 한나라당 전 의원,박제천 미주실업 사장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남부터미널 인근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서초슈퍼빌 같은 경우 '별들의 아파트'로 불린다. 군인공제회가 사업 시행을 맡았기 때문에 현직 또는 퇴역 장성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다. 조영길 이기백 천용택 전 국방부 장관,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등 '왕별'들이 이곳 주민들이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아파트였던 삼풍아파트의 경우 판ㆍ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많이 산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 법조계 인사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 있는 원명초등학교 같은 경우 사실인지 확인은 안 해봤지만,'한 반의 절반 이상이 법조계 인사들의 자제'라는 얘기가 반농담처럼 들린다"며 "단지 안에 ○○지검,△△법원 주차딱지가 붙은 차들이 너무 많이 보여 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 변화는 심하지 않아

서초동의 유명 단지들은 가격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강남권 집값이 대폭발했던 2000년대 초ㆍ중반에도 이들 동네는 집값이 급격하게 뛰지 않았다. 항상 대치동 압구정동 일대가 먼저 움직이면,서초동은 그 뒤를 좇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가격 변화에 둔감한 이유에 대해 이곳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곳에만 수십년 동안 거주한 '장수'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집을 팔고 나가려는 주민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값이 오르건,내리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가격이 한번 형성되면 잘 빠지지도 않는다. 서초4동 삼풍아파트 34평을 예로 들면 2006년 상반기에 형성된 9억~10억원대의 가격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발전 가능성도 커

서초동은 추가 발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다른 부촌들과 달리 개발 호재들이 줄줄이 대기해 있다. 삼성타운 입주를 계기로 관심이 높아진 주변 롯데칠성 물류부지에 대한 개발 논의도 '현재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이곳 주민들에게 관심이 높은 것은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이전 문제다. 상습 교통정체 구역인 터미널 일대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강남터미널을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시켜 줬으면 하는 게 이곳 주민들의 바람인데,서초구청 측은 외곽 이전을 서울시가 반대함에 따라 현재 위치에서 재정비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를 설득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덮개를 씌워 그 위를 공원으로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서초구는 최근 경부고속도로 서울 서초구 반포나들목에서 서초1교 사이 440m 구간에 덮개를 씌우고 그 위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초구는 일단 오는 2012년 준공을 목표로 이 사업을 진행한 뒤 그 이후에 서초나들목에서 나루터길을 잇는 3.64㎞에도 덮개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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