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금과 전세금은 사돈네 팔촌이다

2013-02-19 | 작성자 윤정웅 | 조회수 7,644 | 추천수 197

사돈네 팔촌이라는 말은 남이나 다름없는 먼 친척 또는 별로 가깝지도 않은 사이의 남을 비유하는 말이다. 요즘 서울의 평균 전세금 비율이 매매대금의 55%라고 하지만 사실인즉 70%가 넘는 곳도 있다. 매도 대기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세금이 아무리 높다한들 말해 뭣하겠는가. 사돈네 팔촌인 것을...

‘사돈(査頓)’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한두 가지 짚고 넘어가보자. 예로부터 ‘사돈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으로 비유한다면 ‘매매금과 전세금 사이에는 차이가 커야 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의 생각도 그러실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가 생기면서 뒷간이 실내로 들어오듯이 사돈집과 뒷간도 가까워져 버렸다. 대출금 + 전세금은 매매금의 70% 정도 됐었으나 집값이 내리는 바람에 0원이 되어 중개수수료가 모자라거나, 2-3천만 원 정도 부족한 비상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새 정부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만, 수수께끼 보따리 속에 어떤 문제가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깡통주택을 하나만 가지고 있음도 행운이다. 여러 개를 가지고 있게 되면 환장할 노릇이다. 8억 5천만 원짜리 주택이 경매과정에서 세 번만 유찰되면 4억4천만 원으로 값이 떨어진다. 일이 이렇게 되면 그동안 돈을 꾸어 쓴 사돈네 팔촌까지 망하게 되리라. 부동산시장 침체로 사돈네팔촌까지 망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사돈집 간에 서로 형님, 동생하면서 화목하게 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그러나 서로 내려 보거나 무시하면서 살게 되면 오히려 남만 못할 수도 있다. 이혼하게 되면 어떨까? 철천지원수로 변한다. 어렵고도 가까운 사돈지간~ 어찌 보면 매도자와 매수자의 관계로 볼 수 있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는지?

사돈이 사돈의 흉을 보게 되면 며느리나 사위는 가슴에 응어리가 맺힌다는 사실을 아시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임차인이 주택을 함부로 사용해도 시비가 일어나게 된다. 특히 1차나 2차 임대차기간 만료 때 묵시적 갱신에 다툼이 많다. 임차인은 단 하루만 넘어도 묵시적 갱신이라 하고, 임대인은 벌써 한 달 전에 연락했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세상이니까,

그러나 역전세난이 벌어지면 입장이 바뀐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임차인은 경매를 넣겠다고 겁을 주고, 임대인은 사돈네팔촌까지 찾아다니며 돈을 구해 틀어막기도 한다. 사돈네팔촌끼리는 신용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가까운 사돈네 팔촌이 먼 형제보다 낫다고 하는 것이다.

집값 내려 망하고, 전세보증금 못 갚아 망하게 될 때 누가 옆에서 위로해 주는 사람 있던가? 상대방을 이해하는 세상은 이제 없어졌고,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나 위주로 사는 세상은 갈수록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어렵고 인정머리 없는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할꼬?

설 명절 때 귀여운 손자. 손녀들을 안아 본 일이 있으신가? 그것들은 핸드폰 하느라 할머니나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인터넷 앞에서 우글거리다 야속하게도 떠날 때까지 핸드폰을 보면서 떠났을 것이다. 무정하다고 한탄하지 마시라. 세상이 그런 걸 어찌하겠는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오며 가며 1년에 한 번이라도 서로 불편한 점이 있는지를 물어 본 사실이 있으신가? 하기야 요즘 임대인 측에서 전화가 오면 임차인으로서는 가슴이 덜렁하겠지만, 평소 안부전화라도 있었다면 놀랠 일이 아닐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시비는 내 탓으로 돌리자. 내 눈에 들보는 덮어두고 남의 눈에 티눈만 탓하지 말자는 뜻이다.

자식이 늦도록 결혼하지 못하면 기쁜 걱정이고, 일찍 결혼한 놈이 중간에 이혼하겠다고 하면 슬픈 걱정임도 명심하시라. 오랜 세월 집을 못 팔았어도 잘 지탱해 왔다면 기쁜 걱정으로 아시고, 이게 중간에 깡통이 되거나 오히려 돈을 물어넣게 되었다면 슬픈 걱정이 아니고 뭐겠는가. 티격태격 하면서 사는 부부처럼 그나마 전세가 받쳐주고 있음이 천만다행일 것이다.

부모에게 가장 큰 슬픔이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와 ‘어린 손자. 손녀들 놔두고 이혼하겠다고 할 때’라는 말을 들었다. 이혼 말이 나오게 되면 사돈집 부모들은 가슴을 치게 된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시장은 당사자들의 잘못 없이 저절로 값이 내려 올망졸망 어린 자식들 놔두고(여기 저기 빚 놔두고) 이혼법정에 서게 되었으니 사돈집 어른들은(집 주인들은) 가슴을 칠 일이다.

이런 사람들 구제방법으로 하우스푸어 살리겠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지분매각을 하거나 신탁등기를 한 후 빚을 갚아준다고 가정해 보자. 꼬박꼬박 매달 빚을 갚을 사람이 흔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나랏빚 감당하지 못하면 밤 보따리를 싸는 사람도 허다할 것이다.

‘전세금이 높다하되 매매대금 아래로다’ 하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전세금을 빼낼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살고 있는 세입자가 한둘이 아니다. 4억짜리 집에 대출이 1억5천이고, 전세금이 1억7천일 때는 별 염려 없을 것이라 했지만, 그 집이 3억 이하라도 팔 수 없어 세입자는 전세금에 대한 손해를 줄이려고 그 집을 3억2천에 사고 있다.

예전에는 전세금확보 차원에서 억지로 집을 샀던 사람들이 나중에 재미를 봤던 일도 있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는 이런 일들이 다시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서울은 3.3㎡당 전세금이 1천만 원을 넘은 아파트가 약27만호가 넘는다고 한다. 사돈댁이 가까워진 것이다.

봄이 오면 중개업소들이 인테리어공사를 하는 등 치장을 할 것이다. 며칠 전부터 중개업소 전화통이 맥 빠진 사장님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대고 있기 때문이다. 돈 가진 매수 세력들이 참다 참다 못 참고, 몸이 근질근질해서 중개업소에 전화질을 하기 때문일까? 그 집 나오면 ‘내가 사겠다’던 옆 가게 국밥집 과수댁의 당부 전화일까? 아무튼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니 꾹 참고 기다려 보자.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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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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