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 개편, 시행 전에 보완되길

2007-04-02 | 작성자 정태희 | 조회수 12,726 | 추천수 411
[정태희 연구원]
 

정부가 지난 3월29일 청약가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을 위한 청약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청약가점제가 당초 예정보다 빠르게 시행되는 것은 지난 1.11대책에서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가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민간택지에도 오는 9월 1일부터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모든 분양주택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고 투기는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청약제도를 함께 시행하기 위해 이번 개편시안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06년 7월 1차 공청회 이후 관계 전문가와 국민들이 문제점으로 제시한 사항에 대해 연구기관 등과 심도 있는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1차 공청회와 다른 점은 가점항목에 포함 돼 있던 ‘세대주연령’이 삭제됐는데 이는 자녀수, 무주택기간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신혼가구 등을 배려하기 위함이라는 것이고 청약예금 가입자들의 형평성도 고려해 가점제와 추첨제를 병행하면서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의 경우 그 비율을 50대 50으로 배정했고 저가의 소형주택 소유자들을 배려해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범위도 정해졌다.
그러나 많은 연구와 심도 있는 검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 있다.

첫째,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고액 전세입자는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반면 저가의 소형주택을 보유한 소유자는 유주택자로 분류 돼 이에 대한 형평성이 문제된다. 수억 원 하는 강남 아파트 세입자나 수십억 원에 달하는 오피스텔 소유자는 무주택자로 청약 1순위를 인정받지만 공시가격 5000만 원 이하의 집을 보유하더라도 보유기간이 10년이 안 됐으면 청약 1순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기준이 너무 터무니없어 보인다. 사실 서울.수도권에서 이 조건에 부합하는 주택 소유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무주택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1년 365일 절약하며 꿈을 키워가는 저가의 소형 유주택 서민들에게도 희망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전용면적 85㎡초과 주택에는 추첨제를 50% 적용해 전용면적 85㎡이하 주택에 비해 추첨제 비율을 25% 더 적용하지만 결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건교부는 가점제에 소득·자산에 대한 가점항목을 도입해 보완할 예정이지만 청약가점제가 당장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보다 빠른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무주택 인정기간의 기산점이다. 무주택 기산점이 만30세로 20대는 가점을 받을 수가 없다. 사실 20대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분양을 받을 만한 자금여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그렇다하더라도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하자마자 청약통장에 가입해 1순위 자격을 부여 받고 각종 적금 등에 가입하여 종자돈을 모으면서 빠르게 내집마련을 준비하는 20대들도 많다. 물론 통장 가입기간의 항목이 별도로 있기는 하지만, 민법상 성년도 만20세를 기준으로 하고, 청약통장 가입조건도 만20세 이상인 자로 규정하는 등 연령에 관한 기준을 만20세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의 통일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가점항목의 만점 비중이다. 가점항목 별 만점을 보면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수 35점, 가입기간 17점, 총 84점으로 구성 돼 있다. 현재 부양가족수 가점항목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이다. 그런데 부양가족수 가점 항목에 대해 위장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장전입을 통해 가족 수를 늘리면 훨씬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있고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할 별다른 방법이 없어 주민등록등본에 나타난 가족 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도 내집마련이 시급하지만 결국 제도의 취지가 무주택자들에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수의 배점 비중을 재검토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그 외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는 것.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사항과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4월 중에 주택공급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 예고를 통해 한 번 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부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청약제도 개편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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