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죄도 없소

2009-09-22 | 작성자 윤정웅 | 조회수 18,129 | 추천수 477

<잘 못한 놈만 골라 때려라>


필자가 군대생활을 할 때의 일입니다. 제대를 앞둔 선임병장이 외출을 나갔었는데 귀대시간이 지났음에도 들어오지 아니하였습니다. 뿔이 난 선임하사는 전 소대원들을 속옷만 입힌 체 연병장에 집합시켜 놓고 각목으로 엉덩이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영창감이지만 옛날에는 그런 일이 예사였고 그렇다고 반항하다가는 덤으로 더 얻어맞기 때문에 찍소리 못하고 맞아 줘야만 했었지요. 자기 차례가 돌아와서 맞게 될 때에는 스스로 하나, 둘 하고 열을 세야 하는데 그럴 때가 제일 억울하더군요.


필자와 상담을 하신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필자의 몸매는 에스라인이라 각목으로 맞을 맷집도 아니고, 두 대만 맞게 되면 자칫 저승 행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겁이 나서 소대장 앞에 다가 서서 외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무 죄도 없소”라고-


필자의 반항 아닌 하소연에 선임하사는 기가 막혔음인지 한참 필자를 노려보다가 “너 지금 뭐야? 여긴 군대야! 군기가 빠졌구나, 열, 차!(열중 쉬어, 차렷)”를 외치더군요.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재담꾼이었습니다. 선임하사 앞에서 그대로 물러섰다가는 곱빼기로 얻어맞을 것 같은 예감이 스치더군요.


그래서 “선임하사님, 제 누이동생이 미스코리아인데 그런 사실을 설마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죠?”라고 화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버렸지요. 소대원들은 또 재담꾼이 선임하사를 홀리는구나, 생각했는지 킥킥대고 웃기를 시작했습니다.


선임하사는 어이없다는 듯 한참 말없이 하늘을 쳐다보다가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소대원들을 향해 “맞나? 윤 상병 누이동생이 미스코리아 맞나 말이다? 왜 대답이 없나?”


소대원들은 얼른 눈치를 채고 “맞십니더, 쥑이지기 생겼음더” 라고도 대답을 하고 “허벌나게 이뿌지라우, 양귀비는 울고 갈것잉께”라고도 대답을 해 버리더군요. 군대에서는 여자 얘기가 나오면 딱딱한 분위기도 녹아내리지 않던가요. 선임하사는 “해산”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들어가 버렸고 소대원들은 그나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강남의 재건축시장이 외출 나갔다 돌아오지 않은 고참 병장의 처지가 되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가 단체기합을 받고 있습니다. 수도권 어느 지역도 잘 못한 게 없고 지방은 오히려 값이 내려 있기에 “나는 아무 죄도 없소”라고 반항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재건축시장의 합당한 규제와 장려책은 없는가?>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에는 매년 겪는 행사가 있습니다. 한 해는 전세금이 올라 임차인인 서민들이 울게 되고, 그 다음 해는 전세금이 내려 임대인인 집 주인들이 설 땅을 잃게 되지요. 이건 룰이 딱 정해져 있기 때문에 2년마다 서로가 울고 왔다 울고 가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전세금이 오를 때에는 뒤따라 집값이 오르고, 집값이 내리게 되면 뒤따라 전세금이 내리게 되던가요. 이런 시소게임의 원인은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의 움직임에 따른 파급효과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뉴타운까지, 값이 내릴 때에는 미적거리고 값이 오를 때에는 번개처럼 칼을 빼드는 게 바로 부동산 대책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그러나 이 대책이란 것이 꼭 흐르는 물줄기를 고의적으로 틀어막거나 물줄기를 돌리게 되는 것이어서 나중엔 홍수를 스스로 몰고 오지 않던가요.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서울 강북의 뉴타운과 재개발로 인한 멸실 가구가 내년까지 약 10만 가구가 되고, 건설회사들이 신규물량을 공급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2-3년 내에 입주해야 할 물량도 20여만 가구가 부족하다고 보면 앞으로의 주택시장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도 같습니다.


농사를 많이 짓는 분들께서 이르기를 “금년에 망친 농사를 내년에 다시 지어라”라고 하더군요. 농사를 망치게 되면 혼이 나서 다시 지으려 하지 않으므로 그 다음해에는 망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재미를 본다는 이치겠지요. 지난 2년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신규물량이 없었지요. 망친 농사 안 짓는 바람에 입주물량이 부족하게 돼 버렸습니다.


결국 강남은 부동산의 저수지 격이고 외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병장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대출규제라는 방망이로 수도권까지 엉덩이를 얻어맞게 됐습니다. 그러나 단체기합을 받을지라도 머뭇거리지 마시고 거리를 늘려서라도 주택을 사두시는 편이 지혜로운 일일 것입니다. 필자는 늘 돈줄과 거리는 반비례한다는 말씀을 드렸으니까요.


<부동산 시장의 공통분모>


불경기 때에는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 집니다.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러 불경기를 유도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불경기와 부동산 대책과는 사뭇 다르다고 봐야지요. 지금은 경기가 풀려가고 있기 때문에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잠시 부동산 시장에 휴식을 취하게 하는 역할 외에 다른 큰 의미는 없을 듯합니다.


경기가 풀리면 인플레가 상승하고 따라서 소비자 물가지수도 오르게 되지 않던가요. 물가가 오르게 되면 건설자재 값이 오르게 되고, 결국은 분양가 상한제도 풀리게 될 것입니다. 건설자재가 오르고 분양가 상한제가 풀리게 되면 신규아파트 분양가는 어찌될까요?


기존주택보다 갑절이나 비싼 값에 신규분양을 내놓게 되면 수요자들은 다시 기존주택으로 눈길을 주게 되겠네요. 그렇게 되면 또 기존주택이 오르게 되는 순환구조가 이루어 질 것이고, 앞으로 수년간 신규주택과 기존주택 사이에는 이런 공통분모가 존재하기도 할 것입니다.


주택은 인구감소로 인해 2020년경부터 값이 무조건 내린다, 라는 밀에 일리는 있지만 꼭 그렇게만 단정을 짓기도 어려운 문제가 될 겁니다. 주택은 반소비재이기 때문에 20년이 넘는 주택은 가치를 상실하게 되므로 늘 새로운 주거지가 형성될 것이고 그 당시의 돈의 가치에 따라 가격은 형성될 테니까요.


비관론자들의 말대로 20년 후에 집을 버리는 일이 있을지라도 지금은 주택을 마련하는 시기로 적기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적기인지 아닌지는 또 세월이 지나봐야 알겠지요. 크게 오를 이유도 없지만 내릴 이유는 더구나 없다고 봅니다.


적은 금액 가지고 억지로 비싼 자리나 시세의 오름폭이 큰 곳만을 고집하시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남의 밥에 든 콩이 커 보이고, 개평으로 얻어먹는 안주가 더 맛이 있을지라도 그런 곳 크게 기대하지 마시고 단체기합을 받지 않은 넓은 지역의 넓은 주택을 찾아 넓은 마음으로 편히 거주하시라는 당부말씀을 드립니다.


보금자리 등 중소형을 마련하실 분들은 시속 40키로 속력으로 가도 됩니다. 그렇지만 대형으로 가실 분들은 기존주택이 되건 미분양이 되건 시속 100키로 속력으로 달리지 않으면 또 곧 후회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회는 언제나 담배 한 대 참에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요약해 볼까요. 투자용으로 전세 끼고 중소형 주택을 사 두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전세주택은 보따리로 쏟아질 테니까요. 강남을 비롯한 그 외 서울이나 수도권 일부지역은 미미한 오름폭이 이어질 것입니다.


의외로 지방에서 부는 남풍이 서울과 수도권을 앞질러 갈 수도 있음을 예견해 두면 어떨까요. 수년 동안 잠잠해 있던 지방은 이제 충분히 충전을 해 두었다고 봅니다. 몫 좋은 곳을 찾아보세요. 구름이 걷히게 되면 보름달은 저절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게 되는 것이고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니까,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윤정웅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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