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정치적 흥정 대상 아니다

2007-03-07 | 작성자 장용동 | 조회수 18,899 | 추천수 546

1ㆍ11대책 발표 이후 줄곧 향후 주택 공급 위축 논란이 빚어진 주택법 개정안이 또 하나의 뜨거운 사회적 이슈인 사학법 개정에 밀려 결국 빅딜 형태로 마무리될 것인가. 지난주 내내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밀고 당긴 의원입법 형태의 주택법 개정안이 정치적 타결로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민간 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원가공개가 반시장적 조치라며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온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키로 열린우리당과 합의, 사실상 백기(?)를 든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주택법 표류로 현재의 집값 안정 장세를 해칠 것이라는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칫 한나라당이 집값 불안의 멍에를 온통 뒤집어쓸 공산이 크고 집값을 낮추자는 국민적 합의에 자칫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 부자들을 옹호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리라.그러나 정서와 정책효과와는 전혀 별개이다. 과연 정치적인 판단으로 결정할 일인지를 재삼 생각해봐야한다는 얘기이다.

지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정과 준농림지 규제 이후 서울 수도권 아파트 공급은 급격히 줄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5만7000가구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가 밝히고 있는 수도권 유효수요 30만가구의 절반수준에 그친 공급물량이다. 유효수요가 8만가구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 서울은 이보다 더욱 크게 위축돼 지난해 2만가구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심각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간 주택공급물량의 60~70% 정도를 담당하는 민간 공급의 위축이야말로 추후 수급불안의 원흉(?)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도 부랴부랴 이 같은 불안 해소책으로 공공물량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입맛이 고급화돼 가는 민간의 니즈를 공공이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현재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는 주공아파트와 민간아파트의 선호도가 이를 극명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또 웰빙 아파트를 주도해온 게 민간이며 이 같은 노하우 축적으로 선진시장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 두바이, 중국, 베트남, 심지어 중앙아시아권인 카자흐스탄까지 ‘한류 주택’ 수출이 러시를 이룰 정도다. 더구나 향후 10년 내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심각한 고령화사회가 닥칠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는 더욱 미래지향적인 품질을 지녀야 한다. 급조된 신도시 개발이나 공공건설 확대는 앞으로 국토자원 낭비이자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또 주택 수요의 중심을 이루는 민간 아파트의 공급이 크게 감소한다면 시장의 반란은 필연적이다.

원가 공개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도급 구조 속에서 수십개의 가격이 존재하는 상황을 소비자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연간 2만가구 이상을 짓는 업체와 2000가구를 짓는 업체의 원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는 평당 700만원인데 바로 옆단지 B사는 왜 750만원인가를 놓고 떼 민원이 야기될 게 뻔하다. 이는 또 건설회사의 원가절감보다는 원가 부풀리기를 유도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원가 시비는 양파껍질 벗기는 식의 공허한 논란만 부를 공산이 크다. 이는 국세청이 맡아 폭리가 있다면 세무조사와 세금으로 맞서는 게 당연하다.

봄철에 연례적으로 되풀이 돼왔던 집값이 다행히도 약세권에 머물고 있다. 물론 정부의 선제적인 1ㆍ11대책 발표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유동성을 죄는 대책이 훨씬 더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의 집값 안정은 여기에 더 좌우되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성급한 정치적 결론보다는 분양가 상한제를 조기에 도입하고 시장 상황을 좀더 보아가며 원가공개 여부를 도입하는 절충안이나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당장 집값 안정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적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절대 필요하다. 지난 3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앞뒤 보지 않고 강하게 규제로 죄고 침체되면 이를 푸는 극약 처방식 시행으로 결국 시장 왜곡만을 낳은 결과를 국회는 재고해 봐야 한다.

-장용동 헤럴드경제신문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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