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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인중개사의 애끓는 하소연

2021-10-19 | 작성자 윤정웅 | 조회수 1,235 | 추천수 33
이 세상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큰 소리 한 번 낼 수 없는 직업이 어떤 직업이냐고 묻는다면 공인중개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수수료를 덜 받으라면 덜 받는 게 중개사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일 자체가 끗발 없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왜 수수료를 적게 주느냐고 시비가 일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합의를 하게 되고 합의 결과는 배짱 좋은 의뢰인 쪽으로 기울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또 억울함을 호소해도 동정하는 사람도 없다.

이 매물을 중개하면 수수료는 얼마로 하자는 선약(先約)은 거의 없다. ‘이런 매물이 있느냐?’는 당사자의 질문이 떨어지기 바쁘게 현장부터 안내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세 곳도 구경하고, 다섯 곳도 구경하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중개를 잘하려면 발걸음도 빠르고 말도 빨라야 한다. 아침에 출근할땐 어깨가 무겁다. 사슴땅(장땅)을 잡아야 가족들 먹여 살린 텐데 오늘도 따라지를 잡으면 어찌할꼬?

온종일 이곳저곳 구경하고 다녀도 수고비 주는 사람도 없다. 수고비는커녕 매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고, 매물의 단점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소유자는 따로 있는데 중개사에게 왜 불평을 할까?

부동산흥정은 첫째, 매물이 마음에 들어야 하고 둘째, 구입자금이 맞아야 하므로 매도인 측보다 매수인 측이 일거리가 많다. 어떤 매수인은 돈은 3억 밖에 없음에도 10억짜리 매물만 보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갭’투자 꾼이다.

지난 3-4년 동안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해 중개수수료가 집값 오른 비율만큼 올랐다. 집 가진 사람도 돈 벌고 중개하는 사람도 돈 벌고, 이삿짐센타는 물론, 집수리업자도 돈을 벌 수 있는 산업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경제구조 자체가 개편되었는데 집값 올라가는 것은 괜찮고 중개수수로 올라가는 것은 배가 아프다? 여러분, 흥보가 부러진 제비다리를 고쳐주고 부자가 되었을 때, 놀보가 그냥 보고만 있었던가? 기억해 보자.

놀보는 흥보의 화초장을 빼앗아 갔다. 화초장은 장의 종류의 한 가지로써 문판에 꽃 그림을 그려 장식한 문갑이다. 그런데 그 좋은 화초장을 빼앗아 가버렸다. 빼앗아 가면서 놀보는 노래를 불렀다.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장초화~ 화장초~

요즘 부동산시장에서도 갑자기 등장한 놀보가 있다. 정부가 놀보의 심보를 대신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집값 오를 때는 아무런 힘이 없던 정부가 왜 힘을 쓰기 시작했을까? 정부도 화초장이 필요한 것일까?

정부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고쳐 10월19일부터 중개보수인하정책을 시행했다. 깜짝 놀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는 당장 수수료인하 정책에 반대하고 정권퇴진운동까지 벌렸다. 드디어 정부 대 민간단체와 싸움이 붙은 것이다.

협회의 주장인즉, 중개수수료는 매매금액에 대한 비율로 계산하는 것이므로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을진대 모처럼 오르는 수수료를 깎아내리는 일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반대를 외쳐대고 있다. 그러나 내일이야 어찌 될망정 당장 돈 적게 내는 것을 환영하는 소비자들의 협조를 얻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중개보수 개편안은 6억 원 이상 매매와 3억 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최고요율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매매거래 금액 6억~9억 원 미만은 0.4%, 9억~12 억원 미만은 0.5%, 12억~15억 원 미만은 0.6%, 15억 원 이상은 0.7%의 상한요율을 적용한다. 현재 9억 원 이상 금액에 대해 0.9%의 상한요율을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0.2~0.5%(p) 낮아지는 것이다.

이번 상한요율의 적용으로 인하여 매매가격 6억 원의 최대 중개보수는 30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10억 원은 9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12억 원은 1080만 원에서 720만 원으로, 15억 원은 1350만 원에서 1050만 원으로 각각 내려간다. 나중에 아파트값이 떨어져서 중개수수료가 내려가면 어찌할 것인가? 정부에서 올려줄 것인가? 이 문제를 대답할 사람은 없다.

보름달은 차오르는 보름달이 있고, 기울고 있는 보름달이 있다. 지금 서울 아파트시장에 뜬 보름달은 새벽녘으로 기울고 있는 둥근달이라는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들린다. 즉, 이제부터 아파트시장은 보름달의 구실을 끝내고 새벽녘으로 가는 기울어진 보름달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의 영향과 4년 동안의 상승 세력에 지쳐 사그라지는 반달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0여 일 동안의 서울 아파트시장 가격 동향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아파트시세 오름으로 인해 정부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간에 사이가 안 좋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흥보에게서 빼앗아 간 화초장을 돌려주는 게 옳다. 협회도 내년 집값은 전세 값에게 물어본 후 한발 점잖게 물러서도록 하자. 내년에 집값 내려갈 것을 염려하고 미리 떨 필요는 없다.

지금은 국민경제가 제2의 부를 축적하는 일에 힘을 모을 때다. 코로나로 무너진 새로운 조국건설에 뜻을 함께 할 때다. 나는 아무 끗발 없는 공인중개사다. 그러나 애끓는 내 하소연도 그냥 넘기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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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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