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야를 막론하고 대권주자들이 나와서 주택공급정책 기자회견을 하면 어디에 몇만 가구를 짓겠다는 말이 의례히 나오는 시기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이낙연 후보는 경기 성남에 위치한 서울 공항을 이전하고, 아파트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에 위치한 서울공항은 대통령 전용기 운영과 국빈이용, 미군비행대대 주둔, 군 수송기와 정찰기 운영 등 주요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앞으로 이러한 주요 업무는 어느 곳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후보자 말은 대통령 및 외국국빈 전용기 이착륙과 재난 시 구호물자 투하 등의 기능은 서울 김포공항으로 이전하고, 미군비행대대는 평택기지로 이전하고, 수도권의 항공 방위기능은 다른 기지로 옮겨 안보상의 문제가 없도록 하겠으며 이전비용은 서울공항 부지개발이익으로 충당할 계획임을 밝혔다.
상당히 실익이 있고, 입지상 이미 지정된 신도시들보다 우수한 자리라는 사실은 칭찬을 받을 수 있으나, 1970년 이후 과거 정권 때마다 몇 차례 거론 됐던 내용으로 쉽사리 진행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론도 많다. 김대중 정부 때나 노무현 정부 때도 거론됐던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공항이전의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공항 대체부지논란이 불거지며 없던 이야기로 해버렸다. 자신이 있고 좋은 곳이라면 본인이 총리시절에 할 일이지 왜 현직에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후보자가 되고 나서야 공항이전을 거론할까?
주택은 공공주도로 공급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곳은 대부분 국유지이고, 도로, 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조성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또 최적의 교통. 보육. 의료. 문화 인프라를 제공해 공공아파트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50년 모기지, 20-30년 장기전세 등 공급방식을 다양하게 설계해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전용단지를 조성할 것이라며 자녀를 키우는 40대 무주택자도 입주 가능한 중형평수 아파트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교통인데 교통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서울공항 부지는 GTX-A 노선이 근접해 있고,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 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등이 갖춰진 교통의 요충지로서 앞으로 지하철 3호선을 수서-판교-용인-수원까지 연결해 신도시가 상시적으로 겪는 교통 혼잡을 없애겠다고 했다.
이와 같은 여러 조건과 더불어 서울 공항 주변 고도제한도 해제하겠다고 했다. 고도제한 해제로 그린벨트는 철저히 보호하고,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발이익 환수를 100분의 50까지 높여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공항 대체부지를 찾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고, 김포공항 주민들이 반대를 할 것이고, 지금에 와서 서울 공항을 없애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므로 만시지탄일 뿐이라고 한다. 요란스럽게 소리만 내다 말 것으로 시큰 둥 하는 입장이다. 또 시기상으로 늦었다고 볼 것이다.
지금도 집값은 늘 신고가가 나오고,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서는 1억 아파트 찾기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3년 전 3억짜리는 이미 7억을 넘어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재산차이가 벌어져서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 월세시장은 눈치싸움판이 돼버렸다.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지 이제는 지난 4-5년처럼 집으로 싸우며 집을 위한, 집의 정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공항에 짓건 신도시에 짓건 그건 문제가 아니다. 돈 가진 사람은 원하는 집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아픈 가슴을 쓰다듬어 줄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