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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자의 핵심 포인트 ‘일조권’

2017-05-02 | 작성자 이승태 | 조회수 3,772 | 추천수 107
[법으로 읽는 부동산] ‘일조권 확보 최우선’ 판결 쏟아져…건축 계획 시 ‘시뮬레이션’ 했는지 따져야

(사진) 일조권 분쟁이 늘어나면서 관련 법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충정로 인근의 단독주택 밀집 지역/한국경제신문


[이승태  도시와 사람 대표변호사]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바람에 날리는 벚꽃을 감상하러 인사동에 산책을 나갔다가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한옥의 처마가 눈에 들어왔다. 버선을 연상시키는 한옥의 처마는 선이 안으로 휘어 있으면서 양끝의 추녀가 위로 살짝 치켜 올라가 있어 부드러운 곡선의 미를 보여 줬다. 그뿐만이 아니다. 처마는 그 아름다움의 안에 과학적인 원리까지 담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계절에 따른 태양의 고도 변화를 이용한 자연 채광 원리가 그것이다. 처마의 끝과 방바닥의 각도는 대체로 58도에서 62도다. 그리고 해가 가장 짧고 낮은 동짓날 태양의 남중고도는 29도인 반면에 하지의 남중고도는 77도에 이른다. 이렇기에 처마는 해가 높은 여름철에는 가림막이 돼 주고 겨울철에는 방 안에까지 햇볕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햇빛이 주는 긍정적인 요소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자외선은 세포의 발육을 자극·촉진하거나 신진대사를 증진시켜 비타민D를 생성하게 하고 이렇게 생성된 비타민D는 체내의 칼슘과 인을 흡수하고 혈액 속에 보관해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 적외선은 통증을 완화하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기능을 하며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게다가 태양 광선의 전 범위 스펙트럼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햇빛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의 예방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학습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법원, ‘일조권’엔 관용 없다

이처럼 소중한 햇빛을 확보하기 위한 분쟁은 고층 건물을 건축하는 모든 현장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금전 배상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건축 공사 자체의 금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법원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구미시 옥계동에 자리한 E아파트 140가구 소유자들은 4월 13일 E아파트 남쪽 부지에 최고 36층 규모의 신축 아파트인 S아파트가 들어서면 수인(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일조 침해가 있을 것이 예상된다면서 S아파트의 시행사를 상대로 공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 결과 법원은 S아파트가 일부 분양이 완료된 신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S아파트 2개 동 각 2개 라인에 대해 각 15층, 24층을 초과하는 신축 공사를 금지하는 인용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총 33가구에 대한 공사가 금지됐다.

법원은 재건축 아파트라고 해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올해 2월쯤 서울 가락동에 들어선 송파 동부센트레빌아파트 54가구 소유자들이 가락시영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헬리오시티)을 상대로 일조권이 침해됐다면서 일정 층수를 초과하는 일체의 신축 공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증앙지방법원은 헬리오시티가 이미 분양이 완료된 재건축 아파트였지만 헬리오시티 1개 동 2개 라인에 대해 각 10층을 초과하는 신축 공사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작년 8월에는 청계 천변에 자리한 C아파트의 135가구 소유자들이 일조 침해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는다는 이유로 D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에 50여 가구에 대한 공사를 금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위 판결들은 대부분이 시행사나 재건축조합이 일조 방해의 정도를 경감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법원의 이와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소송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그 이유는 우선 일조권 보호를 위한 건축법령의 미비를 들 수 있다. 한국 건축 관계 법령에서 일조권 보호를 위한 규정은 건축법 제61조와 같은 법 시행령 86조에서 정한 일조권 보호를 위한 높이 제한 규정이 유일하다. 이 규정은 일조나 채광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용 주거지역과 일반 주거지역에서 건축하는 건축물이나 공동주택의 높이를 제한하는 것이다.

반면 법원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합계 총 4시간 이상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연속해 2시간 이상의 일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일조 침해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사 등이 건축법령에 적법하게 건축 설계를 해 행정 관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만일 인근 주택에 동짓날 기준 연속 일조 2시간 및 총일조 4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일조 방해를 준다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또 그보다 더 심각한 일조 침해를 유발한다면 공사 자체가 금지될 수밖에 없다.

건축주들은 해당 관청으로부터 적법한 건축 허가를 받아 건축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일조 침해를 이유로 공사를 중지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법원은 건축법령에서 일조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높이 제한 규정을 두는 공법적 규제는 사인 간의 일조 침해 여부를 통제하는 사법적 규제와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건축법과 판례가 일조권에 대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혼선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건축법령을 정비해 일조 침해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배려하는 건축 문화 자리 잡아야’

일조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또 하나의 원인은 건축주가 사업성을 극대화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인근 주택의 일조 등 생활 환경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축 계획을 수립할 때 신축 건물에 따른 일조 침해의 정도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예측하고 일조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건축물의 높이를 정하고 배치를 결정한다면 일조 분쟁은 순식간에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대규모 공동주택을 신축할 때 전체적인 단지의 배치 계획을 수립하면서 신축 아파트 내의 주거 환경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인접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국 국민의 65%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아름다운 한옥의 처마를 서울 도심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될지라도 햇빛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한옥의 처마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건축 문화가 자리 잡기를 진정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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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경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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