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의 거침없는 해외 부동산 사냥…‘호텔왕’ 꿈꾸나

2016-06-27 | 작성자 이정흔 | 조회수 8,203 | 추천수 130

상위 1% 시장서 ‘큰손’으로 주목, 특급 호텔·리조트 집중 매입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증권 업계의 지각변동’를 이끌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공격적인 해외 부동산 투자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8일 미래에셋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하와이의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호텔을 인수한 데 이어 다음 날인 6월 9일 미국 시애틀 중심지에 자리한 아마존 본사 사옥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틀 새 알려진 이 두 건의 투자 규모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 탁월한 투자 감각으로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란 칭호를 얻고 있는 박 회장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한국경제신문

사실 박 회장의 ‘부동산 사랑’은 익히 알려진 바다. 2004년 첫 투자해 5년 만에 누적 수익률 235%를 기록한 ‘가락동 맵스송파타워’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하며 국내에서는 이미 ‘부동산 거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쏠쏠한 성과를 거둔 박 회장의 투자 안목은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도 적중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성공 신화’의 서막을 연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시작으로 해외의 굵직굵직한 부동산을 긁어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만 5조2300억원으로 집계된다.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주식만으론 안 돼”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는 평소 그의 투자 철학과 맞닿아 있다. 박 회장은 “자본시장에서는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며 “모두가 열광하는 영역이 아니라 다수가 꺼리는 영역에 저평가된 투자 기회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잘 나타내 주는 일화는 2006년 상하이 푸둥 지역 미래에셋타워 투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은 26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매입했다.

당시 고가 매입 논란에 미래에셋의 거의 모든 임직원들이 투자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박 회장의 결단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현재 이 건물의 평가 금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을 고객사로 둔 미국의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인 CBRE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데 가장 좋은 투자자산이 부동산”이라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100%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같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 차원”이라며 “부동산 뿐 아니라 해외 유망한 대체투자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투자 규모 커지면서 고급 정보 몰려

지난 10년여간의 꾸준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박 회장은 이미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취재 중 만난 한 해외 부동산 전문가는 “박 회장의 투자 목록을 보면 아랍의 왕자나 러시아 재벌 같은 ‘상위 1% 시장’에 속하는 매물들”이라며 “유럽이나 미국 등의 대형 부동산 브로커들이 박현주 회장이나 미래에셋 관계자와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는 이가 꽤 많다”고 전했다.



박 회장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작게는 900억원(2010년 브라질 상파울루 파리아리마4400)에서 많게는 9000억원(2016년 하와이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호텔)에 이른다.

고가의 대형 매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도 이를 구입할 수 있는 투자자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 목록이 쌓여갈수록 더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양질의 정보’들이 그에게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사이에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투자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 금액 중 절반을 넘어서는 3조800억원 정도가 2015년 이후 들어갔다.

박 회장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들은 입지부터 건물의 종류까지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투자 기준이 있다면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주로 공략한다는 것이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대도시 중에서도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거나 그중에서도 정부 기관이나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입주해 있는 기업에 투자한 것이 많다.


(사진)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사옥. /벌컨 리얼에스테이트 홈페이지

가장 최근에 매입한 미국 시애틀 중심가에 자리한 아마존 본사 사옥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부동산 투자사인 ‘벌컨 리얼에스테이트’로부터 매입한 이 건물은 총 8개 건물로 구성된 아마존의 글로벌 본사 사옥 중 하나로, 지난해 말 완공된 지하 4층~지상 12층 건물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중도 해지 없이 16년 이상 장기 임차하기로 확정된 상태다. 

해외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 리맥스코리아의 장진택 이사는 “부동산 시장의 경기를 타지 않는 ‘개별성’이 강한 물건들”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부동산 가치를 유지하거나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투자 타이밍’이다.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일수록 조금만 투자 결정을 지체하더라도 다른 경쟁자에게 빼앗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장 이사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해외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 폭락했었다”며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부동산에 소극적이던 그때에도 박 회장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물론 의사 결정이 빠른 박 회장의 개인적인 투자 스타일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 회장은 2013년 호주 시드니의 최고급 호텔인 포시즌스 시드니호텔 인수를 결정하기 전에도 3개월간의 해외 출장을 통해 미국·호주·브라질 등을 둘러봤고 이번 하와이 와이키키호텔 인수 역시 1주일간의 하와이 출장을 통해 호텔을 둘러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투자에 확신을 얻으면 ‘3개월을 넘기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답사 후 3개월 이내 투자 결정

특히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흐름은 초기 오피스 건물 중심에서 특급 호텔이나 리조트의 비율이 점차 커진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2013년 “해외 호텔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최근의 하와이 와이키키호텔을 포함해 해외 특급 호텔만 네 개를 매입했다. 여기에 국내의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과 판교 코트야드 메리어트, 동탄 신라스테이호텔을 포함하면 국내외 호텔 투자만 모두 일곱 개다.


(사진) 2015년 5200억원에 매입한 미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노브힐호텔.

이처럼 그가 ‘특급 호텔 투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지난 4월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에서 “인구가 많은 중국·인도의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특히 중국은 2015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여권을 보유한 비율이 5~6% 정도에 그쳐 향후 해외여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박 회장이 투자한 호텔들을 살펴보면 탁월한 입지와 호텔 브랜드의 명성, 역사적인 상징성을 두루 갖춘 곳이라는 평가다. 2013년 3800억원에 매입한 호주 시드니의 포시즌스호텔은 호주 시드니의 핵심 지역인 서큘러 키에 자리해 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가까워 입지 조건이 탁월하다.

2015년 5월에는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페어몬트 오키드호텔을 2400억원에 사들였고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 노브힐호텔을 4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호텔은 109년의 역사를 지닌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로 세계 각국 정상회담이 자주 열리는 곳이다.

최근에 인수를 결정한 하와이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호텔은 40층 높이의 육각형 쌍둥이 빌딩으로, 와이키키 해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호놀룰루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해 있는데다 휴양과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요충지라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지난 6월 9000억원에 인수한 미국 하와이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호텔.

해외 호텔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 컨설팅 업체 서울로지의 신석재 대표는 “일반적으로 호텔 투자는 경기 변동, 여행자 수급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투자가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브랜드 파워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특급 호텔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가상각을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오피스 투자와 달리 호텔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특급 호텔은 ‘캐시 플로(현금 창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위 1% 시장 중에서 각광 받고 있는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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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경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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