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사전 증여 부동산’은 현재 시가로 계산

2016-02-11 | 작성자 김병화 | 조회수 9,078 | 추천수 120

'임대 보증금 포함 여부’ 선택해야…관리 어려울 땐 ‘신탁’ 활용


  
부동산에 울고 웃는 나라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온기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자산가들은 여전히 부동산 자산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 금융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가구당 자산은 평균 3억4246만원이며 이 중 73.5%가 부동산이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60세 이상은 총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80%를 넘는다. 상속을 논할 때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은 금융자산과 달리 개별 물건의 평가 금액이 제각각이고 배분이나 분할이 쉽지 않아 상속인 간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 또한 상속이나 증여 후에도 관리 투명성이나 수익 배분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게 다반사다.

부동산 관련 세금 문제도 복잡하다. 100억원의 빌딩을 상속·증여할 때  세금으로 나가는 돈만 30억~40억원이다 보니 세금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세금뿐만 아니라 가치 제고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세금 부분만 집중하면 정작 건물의 자산 가치 상승과 이를 통한 상속인들의 수익 증대 부분이 홀대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숙제인 부동산 상속과 증여의 기술을 짚어봤다.

평가액 제각각…분할도 어려워

서울 강남구에 15억원대 아파트, 50억원과 30억원 상당의 상가를 가지고 있는 A 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A 씨는 고령의 나이에 유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사망했는데, 이후 두 아들 간에 부동산 쟁탈전이 벌어졌다.

형제간에 협의를 통해 지분을 나누고 각각의 지분에 차액이 발생할 때 정산할 수 있지만 남의 떡이 더 커보였는지 형제는 결국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하며 남보다 못한 혈육이 됐다.

부동산은 어떻게 쪼개도 불만이 쏟아지게 돼 있다. 또한 현금화가 쉽지 않은 자산인 만큼 상속 받은 후 상속인들이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강호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상속재산 분할은 상속인들 모두가 참여하도록 돼 있어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상속인들도 소송 과정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며 “소송 과정에서 감정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나면 소송 당시 가족들 간에 인연을 끊는 경우도 생기는 만큼 피상속인이 생전에 미리 교통정리를 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간주상속재산’이다. 간주상속재산은 상속재산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상속재산에 해당하는 것을 의미다.

상속재산 분할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남겨진 상속재산뿐만 아니라 생전에 증여한 재산까지 포함하게 돼 있는데, 재산 분할 시 과거 10년 이내 생전 증여(특별 수익)는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 가치를 다시 평가하기 때문에 가족 간에 이를 놓고 다툼이 잦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1억원을 증여해 장남에게 아파트를 사 주고 2년 후 사망하면서 3억원의 상속재산을 남겼다고 하자. 생전 증여한 아파트의 가격이 2년 동안 급상승해 6억원이 됐다면 간주상속재산은 9억원이다(생전 증여 6억원+사후 상속 3억원).

장남은 이미 6억원을 증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남은 3억원은 오로지 남은 형제들의 몫이 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상속재산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중도에 아파트를 팔아 사업 자금으로 사용해 자산 가치가 변동됐다고 주장해도 소용없다. 생전 증여분 계산에서는 그대로 현재 시가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지가 생전에 유언장을 통해 자녀들의 상속 지분을 미리 정해 놓고 자녀들도 이에 동의했다면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유언을 하게 되면 재산 변동 상황에 상관없이 유언이 효력을 갖게 돼 사후에 자식들 간에 재산 변동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상속과 증여에 대한 세율이 높다 보니 고정 자산인 부동산을 매각해 세금을 납부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미래에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해 두지 않으면 막상 상속 시점이 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홍성희 삼정KPMG 이사)

사전 증여하면 절세 효과 ‘톡톡’

부동산에 대한 상속·증여세율은 자산 규모에 따라 최소 10%에서 50%까지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동산은 50%의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데,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 자산의 특성상 세금 납부를 위해 부동산을 급매물로 내놓게 되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들면 10년 전에 사전 증여해 뒀다면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합산하지 않아 세금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10년 이내에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증여 시점의 가액으로 상속재산에 합산되므로 상속세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상속 시점에서부터 과거 10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합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적극적인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부담부 증여’와 ‘전부 증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먼저 부담부 증여는 증여 재산에 있는 증여자의 채무(임대 보증금 등 포함)를 증여받는 사람에게 함께 주는 것으로, 증여세가 누진제로 돼 있기 때문에 부채를 안고 증여하면 부채만큼 제하고 증여세가 산정되기 때문에 세금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 해당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양도 차익이 커지고 상속 시 임대 보증금이 상속재산액에 포함돼 오히려 세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부 증여는 말 그대로 부동산 전부를 증여하는 단순 증여로, 채무 부담은 없지만 증여 재산 자체가 부담부 증여보다 늘어나 증여세가 증가한다.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 배우자 상속 공제를 활용하면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5억원을 초과하면 공제액만큼 배우자가 실제 상속을 받아야 한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상속 개시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이상 1가구 1주택에서 계속 동거하고 있고 상속 개시일 현재 상속인이 무주택자라면 동거 주택 상속 공제를 통해 주택가액의 40%, 최대 5억원 한도에서 공제받는 방법도 있다.

세금 공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세금 신고다. 상속세는 상속 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에서 6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만 해도 상속세 산출 세액의 10%를 공제받을 수 있는데, 신고 기한을 넘기면 최고 20%의 가산세를 부과 받는다. 정상적인 것보다 세금을 30% 이상 더 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금을 납부할 자금 마련도 등한시하지 말아야 한다. 생전 증여한 지분에서 발생한 소득에는 따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부동산의 일부 지분을 생전에 증여하고 건물 관리는 피상속인이 계속 갖고 있는 방법이 있다. 이때 건물 관리 미숙에 따른 손실을 상당 기간 방지하면서 자녀들에게 세금 납부 재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해 피상속인의 사망 보험금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유의할 점은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의 명의인데 배우자나 자녀를 계약자와 수익자로, 피상속인을 피보험자로 지정해 가입해야 절세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 전환이나 리츠 설립도 방법

부동산 상속·증여에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상속 자산에 손실이 나지 않게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절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향후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거나 상속인 간의 지분 분배도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부동산의 관리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유언대용신탁이나 부동산의 법인화, 리츠(REITs, 부동산 간접투자)를 활용한 부동산 개발이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KEB하나은행 등에서 상품화한 부동산 트러스트 등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피상속인이 금융회사 등 신탁 서비스 기관과 계약하고 건물 및 임차인 관리, 건물의 리모델링과 신축 등을 맡기는 방식이다.

생전에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관리·운영하면서 임대 수익 등을 챙길 수 있고 사후에는 본인이 정한 대로 상속인이나 제삼자 기부로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이 같은 신탁 서비스는 절세라는 측면보다 부동산의 자산 보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고령의 피상속인이 건물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을 때 금융회사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겨 건물 관리 및 사후 상속 등을 진행하는 유용한 팁이 되고 있다.

개인 임대 사업의 법인 전환도 부동산의 사전 증여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고소득 임대 사업자는 최고 38%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는데, 임대 사업을 법인으로 전환해 관리하면 10~20%(200억원 초과분은 22%)의 세율로 법인세를 내면 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

또 부동산으로 상속하는 것보다 주식으로 상속하게 되면 다수의 상속인에게 지분을 나눠 주기 쉽고 실제 미리 주식을 분할해 사전 증여나 양도를 수시로 진행하면 취득세 등이 별도로 부과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상속세 납부도 용이하다. 상속인들이 세금 납부를 위해 임대용 부동산을 긴급히 처분하지 않아도 일부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납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덩치가 크다면 부동산 간접투자 기구인 리츠를 설립해 운영 자산 배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도 모색할 만하다. 임야나 토지가 대표적이다. 이런 부동산은 상가나 오피스텔처럼 임대 수익이 발생하는 수익형 부동산보다 상속 시 세금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에 더욱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피상속인 생전에 부동산 자산을 정리해 두는 것이 현명한데, 리츠를 활용해 부동산을 개발한 뒤 상속인들이 공동 지분을 나눠 갖고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최근 정부도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리츠가 보유하거나 개발한 부동산들이 총면적을 모두 합해 70% 이상 임대주택이면 주식을 공모하거나 분산할 의무를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시장의 진입로를 넓혔다.

이전에는 자기 관리 리츠는 주주 1인이 발행 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해 개인 사업자보다 기관투자가 중심의 사모 형태로 리츠 시장이 운용됐다.

다만 자기 관리 리츠에 대한 영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 2회 이상 추가 부동산 매입·임대 사업을 진행한 경험 등을 시장 진입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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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경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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