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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경매…강남아파트에 무슨 일이

2015-04-28 | 작성자 김병화 | 조회수 20,841 | 추천수 183

재건축 사업 22년째 난항, 시공사 수차례 바뀌며 손실 ‘눈덩이’

안전 등급 D등급 재난 위험 시설물로 지정된 신림동 ‘강남아파트’는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이슈가 되고 있다.


봄비가 내린 4월 14일 오전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도착했다. 1번 출구로 나오자 대각선으로 유난히 낡은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바로 안전 등급 D등급 재난 위험 시설물로 지정된 신림동 ‘강남아파트’다. 1974년 준공된 지상 6층 17개동, 876가구(전용면적 42~46㎡) 규모다.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그야말로 ‘초역세권’ 아파트 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94년 처음 조합이 설립된 후 22년째 사업이 답보 상태다.

그 사이 단지는 흉물로 변해 버렸다. 최근에는 30여 가구가 단체로 법원 경매에 넘어가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이슈가 되고 있다. 강남아파트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996년 재난 위험 등급 판정
“아직 26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 누구 하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어요. 당장 오늘 중 전기 공급이 정지되고 다음 주에는 수도마저 끊길 예정이라고 하네요. 60대 이상 노년층의 비중도 높은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비를 피해 강남아파트 입구 경비실에 모여 있는 노인들이 강남아파트에 살고 있는 고통을 호소한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본 강남아파트의 건물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벽에는 3cm 이상의 굵은 균열이 가 있고 외벽이 떨어져 나가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있는 곳도 많았다. ‘이곳은 낙석 위험 장소로 외벽 탈락 위험이 있습니다.’ 아파트 벽면마다 붙어 있는 경고문은 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강남아파트는 1996년 실시된 정밀 안전 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은 재난 위험 시설물이다.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났으니 현재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거 환경도 최악이었다. 단지 내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은 마치 쓰레기 처리장을 방불케 했다. 비어 있는 집들의 상태도 심각해 보였다. 대다수 빈 집들은 창문이 깨진 채 그대로 방치돼 악취는 물론이고 비가 오면 빗물이 고스란히 내부로 스며들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치안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밤이면 빈 집으로 노숙인들의 무차별 습격(?)이 시작된다는 게 경비원의 증언이다. 600여 가구가 비어 있는 가운데 창문은 깨져 있고 심지어 현관문이 열려 있는 집도 다수다. 노숙인이나 불량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주민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집에는 심지어 CCTV까지 설치돼 있었다. “제가 사는 집이에요. 옆집은 물론 윗집·아랫집이 모두 비어 있다 보니 무서워 (CCTV를) 설치했죠.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같이 살고 있는 딸이 임신까지 했는데 어쩌겠어요.”

사실 이 같은 강남아파트 안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사안이다. 그런데 최근 강남아파트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며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강남아파트가 무더기로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4월 9일 강남아파트 내 30가구가 한꺼번에 법원 경매에 나와 매각을 진행했다. 이 중 3가구만 낙찰(감정가 대비 101%)됐고 나머지 27가구는 1회 유찰돼 5월 14일 최저가 9640만 원에 2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매에 올라온 물건들을 분석한 결과 채무자는 모두 ‘강남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었다. 사업 추진이 장기간 난항을 겪자 조합에 대해 강제경매에 들어갔고 이주비가 지급되는 단계에서 조합에 신탁등기를 설정한 조합원들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문제는 30가구의 경매행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150~160가구가 추가로 경매로 넘어갈 전망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다수의 물량이 한꺼번에 경매로 넘어간다면 강남아파트에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한 조합원은 “최초 받은 이주비가 7500만 원인데 10년 동안 빠져나간 이자비용을 제외하면 5000만 원도 채 안 될 것”이라며 “20년 동안 재건축에 매달린 결과가 감정가 1억2000만 원짜리 집이 5000만 원으로 둔갑한 꼴인데 대성통곡할 노릇이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사실 강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거의 막바지 단계다. 이미 상당수 주민들이 이주를 완료한 상태로 관리처분계획만 변경하고 남은 이주를 마무리하면 철거 및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결승선을 코앞에 둔 사업이 왜 답보 상태에 놓인 것일까.


SK건설, 계약 해지 효력 놓고 이견
강남아파트는 최초 조합 설립 당시 384%의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변화로 용적률이 250%까지 대폭 삭감되면서 사업성도 추락했다. 기존 가구 수와 신축 가구 수의 비율이 일대일도 되지 않아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시공사와의 궁합도 좋지 않았다. 2007년 선정된 금호산업과 2009년 선정된 남광토건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선정 직후 모두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2011년 SK건설을 세 번째 시공사로 맞이한 강남아파트는 역세권 장기 전세 주택(시프트) 기준을 적용받아 종전에 250%였던 용적률을 399%로 올리며 사업성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장기간 사업이 지체되면서 조합원의 손실이 불어나자 조합원 간 갈등이 심화됐고 사업은 그대로 표류했다. 2014년 7월 조합장이 해임된 가운데 2015년 3월에는 법원에서 선임한 임시 조합장마저 교체됐다. 강남아파트의 수난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주민들의 분노는 시공사인 SK건설을 향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에서 실질적 자금줄 역할을 하는 시공사가 나서야 할 시점인데 남의 일이란 듯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최근 발생하고 있는 ‘무더기 경매행’만큼은 막아줘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중론이다. 한 주민은 “SK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조합원과 했던 약속을 잊은 것 같다”며 “시공사 선정 당시 ‘약속은 반드시 지켜온 신뢰와 믿음의 기업’이라고 이제 와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SK건설은 예상 밖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강남아파트의 시공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선을 긋고 있는 것. SK건설의 한 관계자는 “2014년 3월 조합이 총회를 개최해 SK건설과 계약을 해지했다”며 “SK건설은 조합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H건설 컨소시엄이 강남아파트의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소관 부처인 관악구청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강남아파트의 시공사는 여전히 SK건설인 상태로 마땅히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주사재 관악구청 주택과 재건축팀장은 “핵심 협력 업체인 건설사가 시공권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지난해 3월 개최된 총회에서 이뤄진 H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시공사 선정은 경쟁입찰이 아닌 일방적 수의계약에 의해 이뤄진 만큼 인정할 수 없고 총회 자체도 법원 판결에 의해 무효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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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경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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