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

2013-05-13 | 작성자 윤정웅 | 조회수 9,387 | 추천수 203

팥죽 쑤어 양은들통에 담아들고 새 아파트 입주했던 시절이 까마득하다. 새 집에는 팥죽을 뿌려야 액을 쫓는다는 옛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요즘 형편이 괜찮아 새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값 내린 아파트에 억지로 들어가려면 속이야 문드러지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기운 달이 다시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형편이 여의치 못해 입주를 할 수 없는 분들의 가슴은 푹 삶은 시금치가 됐을 것이다. 입주사전점검통지라는 종이 울리게 되면 입주할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구경을 가지만, 입주가 불가능한 사람은 가지 않는다. 그래서 1000세대 입주에 사전점검을 하는 사람은 고작 100명이라고 한다. 

일이 그 지경에 이르면 건설회사는 넋을 잃게 된다. 건설회사와 은행에는 비상나팔이 울리게 되고, 온갖 묘책이 나온다. 이자면제, 분양가 할인, 잔금유예 등 여러 가지 반찬이 덤으로 나온다. 수분양자들은 덤으로 주는 반찬이 문제가 아니라 30%를 할인해 줘도 입주불가능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건설회사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금까지는 빨리 입주하라는 안내문, 독촉장, 문자, 전화로 연락했으나, 이제는 분양대행사 직원들이 직접 가정방문을 한다. 오죽했으면 집에 까지 찾아와서 입주해달라고 사정을 할까. 찾아온 사람 부디 문전박대는 하지 마시라.

찾아와서까지 입주를 하라고 하면 못 들어간다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사업이 망했다, 사람이 죽었다, 분양권전매가 목적이었으나 팔 수 없게 됐다. 꾐에 빠진 부모가 자녀 명의로, 또는 철없는 자녀가 부모명의로 분양받았을 뿐, 입주할 형편이 아니라는 등 그 이유는 백사장 모래알보다 많다.

못 들어가면 그냥 있을 일이지, 몇 달 지나면 부동산시장이 좋아질까. 1년 지나면 부동산시장이 좋아질까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끌기 위해 집단소송에 참가한다. 소송 말이 나오게 되면 수분양자들은 대개 세파로 나누어진다. 이유야 어쨌든 건설사나 은행과 싸우고 보자는 강경 파, 나는 내가 도장 찍은 죄로 입주하겠으나 가격을 깎아 달라는 협상 파, 형편이 변했거나 사정변경에 의해 도저히 입주할 수 없다는 거부 파(일명 배째라 파)다. 

집단소송이 있게 되면 건설사는 망하기 십상이다. 잔금이 들어오지 않은데 어찌 회사를 운영할 수 있으며 하청업체 공사비를 어찌 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집단소송이 있게 되면 하청업체들이 먼저 현장을 점거하여 유치권을 행사하게 된다. 시행. 시공사에서는 하청업체들의 농성을 풀기 위해 미분양의 아파트를 대물로 준다.

하청업체에서 받은 대물은 인근 중개업소를 통해 20%나 30%의 할인을 해서 판다. 그리되면 그 아파트 단지는 값을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입주할 사람들은 모두 그만큼 깎아 달라 한다. 건설사와 하청업체는 비밀로 작전을 짰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게 어디 있던가.

수분양자들은 이래저래 속상하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에 참가하여 세월을 끌고 간다. 그런데 지난 3-4년 동안 계약해제나 계약금 반환소송과 채무부존재소송을 집단으로 한 곳은 많지만, 승소하는 곳은 거의 없다. 아파트가 잘못 지어졌다는 판결은 전혀 없고, 인프라가 부족한 부분도 건설사의 책임이 아니라 지자체나 국가의 잘못으로 판가름 나 버린다.

건설사도 나름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건설사에서 제일 먼저 청구하는 소송이 뭔지 아시는가? 계약할 때 건설사에서 계약금 일부를 차용해준 현장은 금전소비대차를 이유로 대여금 청구를 한다. 불과 2-3천만 원이지만, 우선 판결을 받아 살림살이나 자동차를 압류하여 수분자의 기를 꺾기 위함이다.

그 다음은 후불제 이자와 밀린 이자, 연체이자를 청구한다. 이 금액도 대개 2-5천 만 원정도 된다. 부동산 가압류를 하거나, 부동산이 없으면 통장 가압류나 월급가압류로 쳐들어간다. 그 후 바로 재판에 이기면 본 압류로 전이하고, 경매를 붙여 버린다. 입주 안하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막극으로 생각하시라.

소송이 끝나자마자 바로 들어오는 소송도 있다. 소송비용 청구다. 상대방 변호사 선임비, 인지대, 송달료를 각자 배분해서 청구한다. 한 집 당 2-3백만 원인데 그대로 놔두면 안 되고, 결정문을 받게 되면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파트 한 번 잘못 받으면 이제는 두고두고 고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꼭 한 가지 알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집단소송에 앞잡이를 섰던 사람들이 끝까지 입주를 거부할까? 그게 아닐 것이다. 재판에 지면 이 사람들이 건설사 앞잡이가 되어 먼저 입주하자고 설친다. 그리고 아는 듯, 모르는 듯, 모두 입주해 버린다. 연체이자 정도 할인 받고 입주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나머지 수분양자들은 오합지졸이 되어 오도 가도 못한 채, 가압류를 당하고,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에 와서 배신자가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앞잡이를 섰던 사람들도 이유는 있다 공격의 타킷이 자신들이기 때문에 적당히 입주를 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종을 울리는 기술도 다양해졌고, 늘 신종 독촉방법이 늘고 있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가압류나 유체동산, 자동차, 월급에 그치더니 이제는 가압류를 할 필요 없이 바로 소송으로 들어간다. 일반 서민들이 어찌 재판서류를 작성하겠으며 재판에 나가 뭐라고 하겠는가.

요즘 철근을 빼먹고 시공한 죄로 사방이 뒤숭숭하고, 또 어느 곳은 입주가 20%를 넘지 못해 건설사가 보따리를 싸버렸다. 종을 울려 봐도 모일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줄행랑을 쳐버린 것이다. 건설사가 기업회생이나 망해버리면 하자 보수가 안 되어 입주민들이 애를 먹게 된다. 도대체 새 아파트 시장에 자유의 종은 언제나 울리게 될까.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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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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