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에서도 차별받는 고졸 취업생들의 비애

2013-01-11 | 작성자 김현아 | 조회수 6,414 | 추천수 183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통해 부각되고 있는 이슈는 단연 ‘복지’일 것이다. 따라서 ‘주거복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주거문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주거복지는 주로 저소득의 중장년층이 그 대상이 되어 왔지만 최근 1~2년 사이 청년층들의 주거복지가 크게 부각되면서 관련 정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대학과 비영리 재단들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하여 기숙사 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 등 공공주택의 공급이나 저리의 전세자금 지원대상에 대학생을 포함시켰다. 물론 이에 대한 부작용과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대학생 주거대책은 매년 조금씩 지원규모와 정책내용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반값 등록금에 이어 대학생들이 획득한 ‘복지’는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정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나서는 청년들의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는 젊은 시절에 주거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대학진학이 필수조건이 되어야 할까?

우리나라의 대학진학율(2008년 기준)은 약 71%로 OECD국가들(독일 36%, 일본 48%, 영국 57%, 미국 64%)보다 높다. 따라서 청년층의 주거문제에 있어 주류는 대학생들이 될 것이다. 수적으로 많은 대학생들은 동아리나 다른 학교학생들과의 연대를 통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주거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고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 위한 조직력을 갖고 있다. 물론 SNS등을 통한 여론형성도 나름 기여했을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노력을 한 결과가 지금의 대학생 주거대책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연령적으로 비슷한 또래인 고졸 취업생들의 주거문제가 대학생들보다 덜 심각할리 없다. 그러나 딱히 이들의 어려운 처리를 하소연할 곳은 없을 것이다. MB정부는 출범 초기부처 ‘마이스터 고등학교제도의 도입’,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 ‘위풍당당 고졸시대 정책’등 고졸 출신들이 사회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고등학교 과목을 추가하기도 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고졸자 채용비율을 평가항목으로 추가한 것등은 이런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MB정부의 정책에도,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어디에도 이들의 주거문제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학생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한 원인에는 단순히 이들을 위한 주택이 부족한 것보다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가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잔류하는 졸업생들이 계속 늘어나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취업을 이유로 졸업을 미루는 요즘의 대학풍토도 대학가 주변의 주택수요 증가의 원인이 될 것이다. 매년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은 일정한데 졸업들을 제때 안하고 졸업하고도 대학가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주택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원금을 주고 주택을 추가로 짓는다고 한들 이 문제가 해결될까? 일시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붓는 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나오는 경우 아직은 집안 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클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 공영방송이 시행하고 있는 고졸 취업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보면 아직도 저렇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자각과 함께, 비록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 못지않게 적극적인 경제활동의지를 보이는 고등학생들을 보고 감동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직 고졸생들에게 제공되는 사무직 일자리가가 많지는 않다. 그러니 이들이 본인들의 주거지 근처에 취업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명백하다. 그러므로 이들의 주거문제도 매우 절실할 것이다. 대졸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임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직장과 가깝거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주거하기 위해서는 주거비 부담이 더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마다 청년들을 위한 주거문제에 앞장서고 있다. 대선과정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청년주거문제 해결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우리나라는 고등학교가 4년제라고 한다. 그 만큼 재수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들이다. 고등학교에 진학 상담을 다녀온 학부모라면 ‘답답함’과 ‘쓸쓸함’을 한번쯤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대학진학에 실패하면 그야말로 답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재수 삼수를 통해서 굳이 대학에 진학하려는 이유는 물론 좀 더 명문대에 진학하려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학이 아니면 대안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 때문은 아닐까? 사회 전반에서 복지에 대한 요구와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는 이 상황에서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고졸 취업생들의 주거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현아(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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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레노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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