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가격급락의 파급효과를 어떻게 봐야할까?

2012-04-25 | 작성자 서후석 | 조회수 8,270 | 추천수 276

최근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재건축 시장은 물론, 수도권 전체 주택시장의 가격 수준이 한 단계 더 내려앉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면 과연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급락이 수도권 주택시장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인가? 심지어 이 하락 사이클이 끝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면서 일본의 경우처럼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실제로 그럴까.

재건축 아파트는 위치라는 측면에서 강력한 우위를 지니는 동시에 옵션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즉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좋은 위치의 새 아파트를 선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가격 조정, 재건축 규제 완화, 경기 부양의 기대감 등이 어우러진 경제 침체기에 재력가들은 자신은 물론 장성할 자녀를 위해서 재건축 아파트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의 상승 사이클이 서울, 특히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서 출발하는 경향을 띠게 된 것이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하여 재건축 시장의 규제를 완화하여 주택시장을 부양했다. 그 파장이 강남 일반아파트, 목동과 같은 서울 핵심지역을 거쳐서 1기 신도시와 서울 외곽지역, 수도권 외곽 그리고 지방으로 확산되도록 했다.
그에 비해서 참여정부는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재건축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동시에 세금을 극단적으로 부과한 결과, 정책 의도와는 반대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됐다. 즉 정부의 세금 인상분의 상당 부분이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전되면서 재건축 시장에 버블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버블이 인근 아파트, 서울 외곽 아파트, 1기 신도시 등으로 확산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 전체에 버블을 키우게 됐다.

이런 연유로 서울 재건축 시장의 향배가 수도권 주택시장은 물론 전국 주택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됐다. 주택시장 상승 사이클이 강남의 아파트에서 시작하여 인근의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 목동지역, 1기 신도시 아파트, 서울 외곽 아파트와 주택, 수도권 외곽 그리고 지방 주택으로 이어지게 됐고 이 사이클은 몇 차례 반복되기도 했다. 반대로 하락 사이클은 역순으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2~3년간의 주택가격의 동향을 살펴보면, 이전의 주택가격 사이클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하락하는데도 지방의 주요 광역시의 아파트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예전 같았으면 강남 지역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 아파트가 조건부로 재건축이 허용되었을 때 가격 상승세를 보여야 하는데도 단기적으로 강보합을 보이다가 오히려 약세로 전환됐다. 이런 약세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다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재건축 시장은 급변하게 됐다.

과거의 주택가격 사이클이 지금도 반복되는 것이라면, 수도권 외곽에서 출발한 주택가격 하락 사이클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으로 끝나야 한다. 그리고 주택 시장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 본격적인 주택가격 상승 사이클이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로가 이번 국면에서는 먹히지 않고 오히려 역순으로 바꼈다면 지방으로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상승 사이클이 수도권 외곽 지역에 영향을 끼치고 이 여세가 1ㆍ2기 신도시, 서울 외곽지역, 목동과 강남 등의 일반아파트 그리고 재건축 아파트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최근 한강신도시 등의 미분양 물량이 부분적으로 해소되고 있어서 주택가격 상승 사이클이 2기 신도시로 상륙하는 기미는 보이지만 아직까지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다. 또한 1기 신도시의 아파트는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가 급락하면서 1ㆍ2기 신도시의 주택가격이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추가적으로 급락하지는 않고 있다. 이 지역의 3.3㎡당 매매가격이 1000만원 미만이고 일부지역은 광역시보다도 낮은 3.3㎡당 800만원 내외다. 따라서 주택 공급이 과잉 상태이고 신규 공급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재조달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 수준으로 더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락이 하락 사이클의 끝이라면, 급락한 재건축 급매물이 신속하게 흡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급매물이 신속하게 해소되거나 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왜냐하면 서울시장은 물론 시의회의원과 국회의원의 과반수이상이 야권에 의해서 장악된 점,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대형으로 재건축이 되어도 수익성이 낮은 점, 버블이 아직 덜 꺼졌다고 보는 측면, 소형의무비율이 높아지면서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점 등으로 인해 수요자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선뜻 매수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당분간 재건축 아파트는 추가적인 가격조정은 물론 기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때문에 최근 서울지역의 재건축 시장의 하락을 주택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징조로 보는 비관론도, 그렇다고 하락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반등할 것으로 보는 낙관론도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급락이 1ㆍ2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상승국면으로 전환되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굳이 이를 해석한다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급락은 수도권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됐던 가격수준이 조정되는 또는 버블이 꺼지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울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락이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수도권 주택가격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진입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국면을 보려면 인내의 시기를 좀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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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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