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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저렴주택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2016-02-17 | 작성자 임재만 | 조회수 7,115 | 추천수 124
올 들어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각국은 양적 완화를 통해 돈을 풀 수 있는 한도까지 풀었다. 양적 완화 종료 이후에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자, 일본을 필두로 하여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사실상 돈을 더 풀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무분별한 돈 풀기로 유동성만 과잉 상태가 되고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는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만 주어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가 다시 주요국 채권으로 몰리는 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이러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 시행과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작년 말부터 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위기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과잉생산과 과도한 부채를 들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동일한 원인으로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최근의 보도에서 상승세 둔화, 상승폭 축소, 보합세, 미분양 증가, 부동산 심리 위축 등 헤드라인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작년 후반기부터 제기되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프로이트와 아들러에 이어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저서에서 강제수용소의 수감자와 실직자의 수형(실직)기간이 불확실하고 끝이 있는 것도 아닌 불안한 삶을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이라고 했다. 삶 자체가 일시적이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할 수도 없고 목표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의 목표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 하게 된다고 한다. 작금의 부동산시장 플레이어가 느끼는 현실이 마치 수감자나 실직자의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과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금융위기 이후 구조화된 위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 취업난, 구조조정, 저성장, 양극화 등의 부정적 키워드로 강화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앞이 보이지 않는 목표를 잃은 "끝을 알 수 없는 침체"로 빠져드는 것 같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른 소비, 소비 수준에 따른 생산으로 순환해야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소득의 양극화, 선진국의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자본 중심의 제조업과 생산에 기반하지 않는 금융기법에 기댄 과잉생산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파괴했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보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시중에 돈을 더 풀어 부채를 늘려왔다. 이로써 자산거품만 발생했다. 그 동안 겪은 모든 자산거품의 생성과 붕괴 직전에는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는 주장이 있다. 미안과 수피 교수는 [빚으로 지은 집]에서 대공황과 대침체, 현재 유럽의 경제 위기는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가계 부채가 소비 지출의 급락을 초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겪었던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국내 경제 조건 자체만의 원인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었다. 외부의 충격으로 발생한 위기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위기에 대한 우려는 외부 충격보다는 내부 시스템 붕괴에 기인한 것일지 모른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 국면 진입을 목전에 두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시장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를 등에 업고 가계부채의 엄청난 증가에 힘입어 주택 신규 분양을 포함한 주택 거래량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아무리 저금리라 하더라도 가계부채 증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데도 밀어낸 주택 분양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을 이렇게 많이 공급해도 집 없이 전세나 월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은 줄지 않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상실과 저금리 기조로 전세와 월세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커지고 있다. 한 마디로 주택시장에서 자가보유율 정체 내지는 하락, 전세난과 월세 증가로 주거 안정성이 크게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발표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 소득자가 중위 가격의 주택을 일정한 조건의 대출을 받아 구입할 경우 소득 중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는 금리가 낮으면 양호해지므로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지수 자체는 높게 나와 주택구입에 따른 부담이 낮게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은 소득 수준에 비해 매우 비싸다.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8배를 넘는다. 30대에 결혼한 신혼부부가 아무런 도움 없이 소득의 절반을 저축하고 집값의 50%를 대출받아 집을 사려면 8년이나 걸린다는 얘기다. 주택 매매 시장에 진입에 제약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택구입부담지수와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동시에 보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작년에 주택거래량이 급증한 이유는 전세난에 떠밀린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기 때문이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집을 샀다면 더 이상 누가 집을 살 수 있을까? 나머지 사람들은 세입자로 살아야 한다. 임대시장에서도 소득에 비해 많은 돈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면 자본축적에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잠재적인 주택 수요자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주거비가 부담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빅터 프랭클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주택시장에서 주거안정에 대한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것이 꼭 자가보유율 증가만은 아니다. 전세나 월세를 살더라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고 주거비만 낮게 유지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면 주거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수단은 무엇일까? 그 것은 주택에 대한 취득가능성과 부담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주택에 대한 취득가능성과 부담가능성 제고는 소득의 향상과 저렴한 주택가격 양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앤서니 앳킨슨, 조지프 스티글리츠, 토마 피게티, 장하성 교수 등은 자산불평등과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장하성 교수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자산불평등보다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윤 축소를 통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격차 해소를 주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미국의 주택도시개발국은 소득의 30% 이상 주거비를 지출하여 식품, 의류, 교통, 의료 비용 지출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를 저렴주택 정책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즉 시장에서 가구의 니즈에 부합하는 주택에 거주할 수 없는 저소득 또는 중소득 가구를 위한 주택으로 적정한 주거기준을 만족하고 적정한 입지에 위치한 주택을 말한다. 저렴주택이 부족하면 개별 가구가 거주하고 싶은 장소에서 거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이들이 직장과 먼 거리에 거주하게 되어 이동거리가 늘어 교통수요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적정한 주택에서 거주할 수 없게 되어 더욱 빈곤해진다는 것이다. 싱가폴은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이라는 두 축으로 주택시장이 구성되어 있다. 공공주택 가격과 민간주택 가격은 장기균형 상태에 있다고 한다. 즉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공공주택 가격이 안정되면 민간주택 가격도 안정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저렴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면 민간주택시장에서의 거품 형성과 붕괴라는 경기 변동도 크게 그 폭과 주기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는 시대에는 과거 인구 증가와 고도성장 시대의 정책은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의 상태를 변화할 수 없다. 새로운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그 것은 다양한 저렴주택을 공급하여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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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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