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상승세 내년부터 꺾인다

2015-12-14 | 작성자 김영역 | 조회수 8,557 | 추천수 125

사상 최저 수준 물가 상승률, 가계 부채 상환도 부담


2013년 하반기 이후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서 집값 전망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거시 및 미시적 요인을 고려해 보면, 내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3년 이후 대구 중심으로 상승세
‘KB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2012년 주춤거렸던 전국 주택 가격이 2013년 9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그 이후 올해 11월까지 주택 가격이 평균 7.1%(아파트는 8.2%)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2013년 8월에서 올해 11월까지 24.2%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광주(10.4%)·울산(8.7%)·부산(6.7%)·인천(6.0%)·서울(4.5%) 순서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대전은 같은 기간에 1.5% 오르는데 그쳐 2년 동안 집값이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다.

집값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까. 우선 거시경제 측면에 살펴보자.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주가(KOSPI), 가계 대출금리,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선정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부(wealth)가 늘어난다.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가계는 돈을 빌려 집을 사려고 한다. 경기가 좋아야 고용이 늘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금리만 보면 주택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은행의 가계 대출금리가 2012년 1월 5.80%였지만 올해 11월에는 3.06%로 낮아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까지 소비자물가가 0.6% 상승하는 데 그쳐 1965년 통계청이 물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최근 한국 국채 수익률(10년)이 2.1%까지 떨어져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더 낮아졌다. 채권시장은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자금이 한국의 채권시장으로 들어오고 있고 기업의 자금 수요 둔화에 따라 은행도 대규모로 채권을 사면서 금리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주택 가격 변동을 보기 위해 벡터자기회귀모형(Vector Autoregressive model)에서 충격반응함수를 구해 보면 대출금리가 1% 포인트 하락할 때 주택 가격은 다음 달부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올랐고 그 영향은 9개월 후 3.2% 포인트 상승으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한편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기도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에 비해 1.2% 성장하며 지난해 1분기(1.1%) 이후 처음으로 1%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성장 내용을 보면 내수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수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 시장은 집값 상승세 둔화 예고
문제는 내년에도 내수가 회복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한국의 가계 부채는 1166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가계 부채가 지나치게 느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매월 분할상환하게 할 예정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기 때문에 가계가 지금처럼 은행 돈을 빌려 쓰지는 못할 것이다.

세계경제 여건도 한국 수출이 크게 늘 만큼 좋은 상황은 아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투자 중심으로 10% 안팎으로 고도성장했는데 이제 그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기업과 은행이 부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57%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 중국 기업이 부실해지고 있고 은행 부실로 이어져 앞으로 1~2년 이내에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좋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도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8월 이후 주요국 통화에 비해 미 달러 가치가 최근까지 32%나 상승했다. 이런 달러 강세가 제조업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고 올해 8월부터 제조업에서 고용이 줄고 있다. 아직까지 서비스업 경기는 상대적으로 좋다. 하지만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확장 국면을 이어 가고 있는 미국 경제가 내년 어느 시점에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주가가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다가오는 경기 둔화를 미리 알리고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택 등 자산 가격은 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상당히 오랫동안 그 추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통계 기법(호드릭-프레스컷 필터)을 이용해 주택 가격의 장기 추세선을 구하고 사이클을 구해 보니 한국의 주택 가격은 2013년 10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있다. 1987년 이후 자료로 주가와 주택 가격의 장기 사이클을 구하고 상관관계를 분석해 봤다. 이에 따르면 주가가 주택 가격에 23개월 정도 선행(상관계수 0.6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을 조금 더 단축해 2003년 이후로 분석해 보면 선행성은 13개월(상관계수 0.58)로 더 짧아졌다. 주가는 2014년 9월을 정점으로 그 이후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주가와 집값의 시차 관계를 고려하면 주택 가격 상승세는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둔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60만43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다. 올해 연간 전체로 보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7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2~3년 뒤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2017년 이후에는 주택의 공급과잉으로 ‘입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입주 예정 물량은 32만3797가구로 2006년(33만3319가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올해 26만3242가구에 비해 23%나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만큼 입주 실수요가 있느냐에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 부채는 1166조 원으로 매우 높다. 게다가 2017년 전후에는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도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가 추가적으로 돈을 빌려 입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미분양 주택도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다. 전국 기준 미분양 주택이 2015년 4월 2만8093가구를 저점으로 서서히 증가(9월 3만2524가구)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 4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다.

저금리와 주택 가격의 한 방향성을 보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이후 예상되는 국내외 경기 둔화와 함께 주택 공급의 급증 등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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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경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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