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호재에도 집값 상승 어려운 이유

2015-06-15 | 작성자 김영익 | 조회수 10,489 | 추천수 125

주택 가격에 영향 미치는 경기 전망 밝지 않아…인구 고령화도 ‘발목’

KB국민은행이 작성해 발표하는 월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한국 주택 가격은 2013년 9월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보고서(송인호, ‘주택 시장의 추세적 요인 분석:일본과 비교를 중심으로’)는 2019년 이후 인구 고령화와 함께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저금리로 집값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3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 도시 주택 가격은 4.0%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이 기간 동안 대구가 16.8% 오르면서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했고 그다음으로 광주(6.3%)와 울산(5.6%)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은 1.8% 상승에 그쳐 대전(1.1%)과 함께 상승률이 낮았다. 대구와 광주 주택 가격이 가장 빠르게 오른 것은 그 이전에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주택 가격을 작성해 발표하기 시작한 1986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전 도시 주택 가격이 154% 상승했는데, 대구와 광주는 각각 107.1%와 71.2%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 가격 핵심 변수는 금리와 경기
앞으로도 집값 상승세가 더 이어질까. 여기서는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거시경제 변수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주가(코스피), 가계 대출금리, 소비자물가,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 등이 주택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준다. 주가가 상승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부(wealth)가 늘어난다.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가계는 돈을 빌려 주택을 사려고 한다. 물가가 오르면 금융자산보다 실물 자산이 선호된다. 경기가 좋아야 고용이 늘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이 변수들이 주택 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 주는지 알기 위해 벡터 자기 회귀 모형을 구성하고 분산분해를 해봤다. 분산분해는 모델에 포함된 변수들이 주택 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 주는지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우선 주택 가격은 상당히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달에 주택 가격이 올랐으면(떨어졌으면) 다음 달에도 상승(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모델에 포함된 변수 중 주가나 소비자물가는 주택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가계 대출금리나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주택 가격 변동을 상당 부분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가계 대출금리는 1년 후의 주택 가격 변동을 20.5%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도 1년 후의 주택 가격 변동을 7.3% 정도 설명해 줬다.

결국 금리가 하락하거나 경기가 좋아져야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낮은 금리는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다. 은행의 가계 대출금리가 2012년 1월 5.80%였지만 올해 3월에는 3.2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주택 담보대출 금리도 5.06%에서 2.97%로 하락했다.

금리가 이처럼 낮아지면서 가계의 주택 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3월 말 현재 가계가 예금 취급 기관으로부터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은 469조8717억 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9조2680억 원 늘었다. 특히 3월에는 대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1.3%나 늘어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4월 이후에도 가계의 주택 담보대출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 금리도 같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저금리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자금의 초과 공급 현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권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의 대출 수요 부진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채권 매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 투자 자금이 한국의 채권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2015년 4월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채권은 16조7000억 원으로 미국(18조8000억 원)보다 낮다. 그러나 최근 유입 속도를 볼 때 올해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채권 보유국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금리는 더 하락하고 이는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택 가격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경기 전망은 밝지 않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 안팎으로 떨어졌다. 잠재 성장을 결정하는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이 과거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일본 엔화 가치와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한다. 2012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엔화 가치 하락이 현재 한국의 수출 감소에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내년까지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도 한국의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성장률이 이제 7% 안팎으로 떨어지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2015년에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대로 떨어지면서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 둔화로 경기 회복 가능성 낮아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수출 감소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 올해 1분기 한국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72.3%로 1분기 기준으로 보면 통계청이 자료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 중 저금리는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지만 경기는 집값 상승을 지속시키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KDI의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인구 고령화 정도를 보면 집값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로 35~55세 인구가 주택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일본은 1990년을 정점으로 35~55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집값이 폭락했다. 집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집값이 급등할 때 일본 사람들은 집을 ‘투자재’라고 생각했다. 집을 사자마자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90년을 정점으로 집값 거품이 붕괴된 이후 집은 ‘단순하게 사는 곳’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집에 대한 인식이 ‘투자재’에서 ‘소비재’로 전환된 것이다.

한국은 35~54세 인구 비율이 2010년 33.7%를 고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KDI는 한국이 2019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1차 베이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도 집값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집은 투자재가 아니고 소비재인 시대가 오고 있다. 저금리에 현혹돼 돈 빌려 집을 사고 투자 수익을 기대하면 그만큼 고통이 뒤따를 수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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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경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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