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부동산 거품] “거품 붕괴는 시간문제” 발 빼는 큰손들

2014-06-02 | 작성자 장진원 | 조회수 15,659 | 추천수 230

올들어 시장 급랭 베이징도 미분양 쌓여…경착륙 땐 성장률 반 토막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버블 붕괴 경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1 아시아 최고 갑부로 꼽히는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과 그 일가가 중국 부동산을 팔아 치우고 있다. 리 회장의 차남 리처드 리가 운영하는 퍼시픽센추리프리미엄개발은 지난 4월 8일 베이징 소재 잉커중신(盈科中心) 빌딩을 9억2800만 달러(9628억 원)에 부동산 사모 펀드인 거(Gaw)캐피털파트너스 측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리 회장 일가가 중국 부동산 매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이미 작년 8월부터다. 올 들어 벌써 광저우의 메트로폴리탄 플라자, 상하이의 오리엔탈 금융센터, 난징의 국제금융센터 등 3건을 매각했다. 지금까지 팔아 치운 부동산 자산만 180억 위안(3조 원)에 달한다. 더욱이 잉커중신은 애초 제시한 가격보다 30%나 싸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 회장은 예전부터 위기 직전의 고점에서 자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 지난 3월 17일 중국 언론은 “저장성 최대 부동산 기업인 싱룬부동산(興潤置業)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디폴트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싱룬부동산이 갚아야 할 부채액은 총 35억 위안(약 6059억 원)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기업의 도산이 빅 이슈로 떠오른 것은 중국 내 첫 ‘부동산 기업 부도’ 사례이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로 봤을 때는 3월 7일 태양광 장비 업체 차오리솔라의 파산과 3월 14일 민간 철강 기업인 하이신철강 디폴트 이후 세 번째다. 장지웨이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부동산 거래가 둔화되고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 비슷한 압력을 받는 부동산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돈 냄새 맡기’로 유명한 재벌이 부동산 처분에 나섰는가 하면 기업의 부도 자체가 흔하지 않은 중국에서 대형 부동산 기업이 문을 닫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버블 붕괴 경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5일 노무라증권이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중국 부동산 붕괴는 무조건 일어나며 얼마나 심각할지가 문제이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대형 부동산 기업 파산 이어지나
올 들어 발표된 각종 지표도 버블 붕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1월 주요 도시 부동산 거래량을 보면 전달에 비해 베이징이 36.8%, 상하이가 30.6%, 선전이 44.4%나 거래량이 줄었다. 다롄은 53.1%로 거래량이 할 달 사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신년 전후로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이런 추세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세도 주춤한 상태다. 지수연구원은 “중국 100대 도시의 지난 4월 평균 집값이 전달에 비해 0.1% 올랐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주택 가격은 2012년 중반부터 최근까지 23개월 이상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올 1월 들어 0.63%로 떨어지더니 2월 0.54%, 3월 0.38%에 이어 급기야 0.1%대로 주저앉았다. 불과 1년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위기감은 더욱 확연해진다. 2013년 100대 도시의 평균 주택 판매 가격은 11.5%나 상승했다. 특히 1급 도시(대도시)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는데, 베이징(28.3%)·상하이(15.6%)·광저우(27.6%)·선전(23.4%) 등 4대 도시가 대표적이다. 2013년 1급 도시 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은 23.4%에 달했다. 해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불과 한 달 사이에 급격히 얼어붙은 시장은 그만큼 거품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주택 미분양 물량도 심각하다. 상하이 이쥐(易居)부동산연구원은 4월 말 기준으로 중국 35개 주요 도시의 미분양 주택 면적이 2억4999만㎡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에 비해 2.6%, 전년 대비 19.5%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치다. 더욱이 그동안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베이징 등 1급 도시의 미분양 주택 면적도 전달 대비 4.6%(3032만㎡)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중국의 부동산 거품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동산 활황을 통한 경제성장은 중국 정부의 정책 수단이기도 했다. 1998년의 주택 제도 개혁, 2000년 주택 론 보급 등 부동산 경기 상승을 정부가 정책으로 주도해 온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베이징의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13.5%에 달했는데, 이는 글로벌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베이징·톈진 50% 이상 고평가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2009년 들어서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4조 위안(65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풀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며 투기 자금으로 변질됐다. 당국도 버블 심화를 주시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전국 35개 도시를 대상으로 ‘주택버블지수’를 산출했는데 전국 평균 0.295, 즉 30% 정도의 버블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특히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동부 연안 도시들이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베이징은 0.496, 톈진은 0.542를 기록해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비해 50% 이상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9년 12월에는 개인 부동산 매각 시 세금 우대 정책을 폐지했고 이듬해에는 부동산 대출 조건도 강화했다. 특히 2010년부터 다주택에 대한 주택 대출 선수금 비율 인상에 나섰는데, 제도 시행 직후 주택 가격이 연초 대비 16% 하락하는 등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양도소득 과세를 골자로 하는 ‘신국5조’ 등의 규제책이 지방정부의 반대로 유보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 폭만 커지는 결과를 맞았다.

거품이 커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폭락’으로 상징되는 거품 붕괴, 이른바 ‘경착륙’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몰려 있는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벗어나 거품이나 폭락에 노출된다면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노무라증권이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7% 이하로 떨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5.8%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실제로 올 2월 들어 중국 내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17.9%를 기록했다. 2002년 12월 17.4% 증가 이후 무려 12년 만에 17%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특히 전체 고정자산 투자의 64%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부동산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품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중국 정부도 최근 정책 기조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2014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을 완화한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7.5% 내외의 GDP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급격한 버블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속내다. 버블 붕괴→부실채권 증가→금융회사 부실→대출 억제→실물경제 축소의 악순환은 중국 정부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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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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