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임차인은 배상받을 수 있을까

2020-01-15 | 작성자 허현 | 조회수 821 | 추천수 21

-임대인의 거부 의사 확실하면 신규 임차인 주선 안 해도 손해 배상 청구 가능



[허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가운데 자영업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상가 건물의 임대차 계약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의 영업 행위와 재산을 보호하는 수단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상가 권리금 확보, 다른 하나는 영업 기간 보장이다. 특히 상가 권리금은 임대인과 임차인 또는 임차인과 임차인 간의 상거래 관계에서 오랜 기간 형성돼 온 관행이다.

한국의 상가 권리금 현황은 전국적으로 약 33조원에 달할 정도로 상가 임대차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2015년 5월 13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되면서 권리금이 법제화됐고 그 회수 기회 보호에 관한 규정들이 신설됐다(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3 내지 제10조의7).

기존 상가임대차법으로는 임대인의 계약 해지 또는 갱신 거절에 의해 임차인이 상가에 투입한 비용 또는 임차인이 창출한 영업적 가치가 침해되는 것을 충분히 방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신설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을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임대인이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위 규정만 보면 가령 장사가 잘되는 임차인을 내쫓고 권리금 지급 없이 그 자리에서 자신이 가게를 직접 운영하는 임대인의 부당한 행위가 있더라도 임차인의 신규 임차인 주선 행위 및 권리금 계약 체결이 없었으므로 임대인에게 권리금 상당의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 신림동 소재 한 상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 만료 전 임대인으로부터 수차례 “이 사건 상가를 더 이상 임대하지 않고 아들에게 직접 커피숍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듣고 신규 임차인 물색을 중단했다. 그 대신 임대차 기간 만료일에 임대인에게 상가를 인도한 후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차인이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내용과 입법 취지상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했어야 하지만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는 임대차가 종료될 무렵 신규 임차인의 주선과 관련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인 언행과 태도, 이를 둘러싼 구체적인 사정을 보면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이어서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1주일 뒤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면 손해 배상 책임이 성립하고 반드시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을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이 사건은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사이에서 권리금 계약 체결 자체를 예정하지 않았으므로 임차인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해 임차인의 청구를 배척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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