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변호사의 부끄러운 보증금 반환 투쟁기

2017-12-04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1,396 | 추천수 56
누구도 예외없는 보증금 반환 피해, 항상 주의 기울여야

[한경비즈니스=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변호사] 경매가 진행 중인 서울 관악구 다가구주택 세입자 몇 명으로부터 최근 중개업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의뢰받았다. 20여 가구가 있는 다가구주택의 후순위 세입자들이다.

이들은 입주 과정에서 중개업자로부터 주택 시세에 비해 적은 금액의 선순위 근저당권에 대해서만 설명을 들었을 뿐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 문제가 보증금 반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 후 해당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처해지면서 의뢰인들보다 다가구주택에 일찍 입주한 세입자들의 보증금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게 입주한 의뢰인들의 보증금 반환이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는 후순위 세입자들 중 젊은 변호사가 한 명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

신이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자책감 때문인지 이 변호사는 다른 세입자들과 연대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소송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진)서울 도심의 다가구주택들.(/한국경제신문)
 


◆집값 떨어지면 ‘경매’도 안 돼


이를 계기로 필자 역시 다가구주택 임대차에 얽힌 과거의 부끄럽고 어두운 역사를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거의 20년 전이지만, 좋은 일도 아니고 주위의 비아냥거림도 부담스러워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다가구주택 임대차 문제로 계속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이를 알리기 위해 공개한다.   

필자는 로펌의 신입 변호사로 있을 때 신혼집으로 서울 우장산역 근처 화곡동 다가구주택의 402호를 보증금 8000만원에 임대차했다. 신축이어서 집이 깨끗하고 지하철역 근처라 입지 여건이 좋은 데다 등기부상 저당권 등 아무런 제한 물권이 없어 권리관계마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 집이 경매에 처해지게 돼서야 문제점을 알게 됐다. 해당 다가구주택의 경매 감정가는 5억5000만원이지만 세입자 보증금 합계는 6억1000만원이었다.

신축된 건물에는 시세에 육박하는 보증금으로 세입자가 들어왔는데, 시간이 흘러 감가상각 등의 영향으로 건물 시세가 내려가면서 건물 가격이 보증금 총액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선순위 저당권 등이 전혀 없다 보니 모든 세입자들에게 대항력이 있어 이 때문에 낙찰되지 못하고 계속 유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말았다. 세입자 대항력 때문에 낙찰자는 최소한 보증금 전액을 책임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보증금 총액보다 낮은 감정가를 감안할 때 낙찰될 수 없었고 결국 유찰을 거듭하다가 경매가 취소되고 말았다. 경매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매 진행 자체가 불가하고 달리 다른 방법이 없어 꼼짝없이 몇 년간 이사도 하지 않고 버텼다. 결국 더 이상 이사를 미룰 수 없는 사정이 생겨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임차권 등기만 해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그러던 몇 년 후 이 집에 대한 경매가 다시 이뤄졌고 드디어 낙찰돼 보증금을 회수하게 됐다. 그 당시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대항력 있는 세입자들의 보증금 6억1000만원을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해당 다가구주택을 매수하는 낙찰자가 나타난 것이다.

집값 상승이라는 행운이 도와준 덕분인데, 다가구주택 법리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권리관계가 깨끗한 집으로만 생각하고 덜컥 임대차 계약을 했다가 당하게 된 참담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연락 두절된 집주인 찾아 ‘삼만 리’

물론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도 쉽지만은 않았다. 먼저 이 집의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내 앞가림을 하기 위해 변호사로 본인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창피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집주인을 피고로 서울남부법원에 보증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기일에 법정에서 대기하다가 “원고 최광석”이라는 재판장의 호명을 듣고 쭈뼛거리며 원고 당사자석에 서게 됐다.

피고도 출석하지 않아 빨리 재판을 끝내고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침 담당 재판장은 필자와 안면이 있는 분이었다. 재판장은 “소송 대리인이 아니라 원고 본인이면 당사자석에서 나오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웃으면서 농담을 건넸다.

다른 사람 소송 대리를 하던 습관대로 소송 대리인(변호사)석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갔는데, ‘원고 본인 자격인데도 소송 대리인석에서 나오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해 보인다’, ‘변호사가 사건 본인이 되어 마음이 안쓰럽다’는 등등의 마음이 배어 있는 뼈있는 농담이었다.

보증금 때문에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경험도 있었다. 연락 두절인 집주인을 만나 자초지종을 듣겠다는 일념으로 집주인을 찾아 나섰다. 집주인의 주소는 전라북도 순창이었다.

당시에는 내비게이션도 제대로 없어 종이 지도를 보면서 굽이굽이 순창의 산길을 돌던 중 급커브 골짜기에 추락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겪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피해 없이 보증금 전액을 반환받았고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이 경험은 수년간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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