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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알아보는 '원인 미상의 화재'의 책임자

2017-10-30 | 작성자 이승태 | 조회수 2,189 | 추천수 69
대법원, 임차인의 책임 범위 제한…건물주는 건물 전체 보험 가입 등으로 대처

[한경비즈니스=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 가을이 깊어지면서 방송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화재로 인한 피해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매년 4만4000여 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재로 피해를 보고 있다. 재산 피해액도 2016년 기준으로 3조7000억원에 달한다.

겨울철과 봄철의 화재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다른 때도 안심할 수 없다. 화재는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발생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2016년의 통계를 보면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54.4%로 1위다.

이어 전기적 요인 17%, 기계적 요인 12%,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11%에 육박한다. 만일 우리가 거주하고 있거나 영업을 하고 있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화재로 인한 배상 책임이 누구에게 있을까.

화재의 발생 원인이 명확해 그 책임 소재가 분명하게 밝혀지는 경우에는 책임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누가 책임질까.

(사진)가을이 깊어지면서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한국경제신문)



◆세입자 가게에서 발생한 화재 책임은

#. A 씨 소유의 2층 건물에서 불이 났다. 불은 임대를 준 1층 가게 주출입구에서 시작돼 2층까지 번졌고 2층에 보관하고 있던 가구류까지 모두 타버렸다.

건물주 A 씨는 1층 가게 임차인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의 내용은 “1층 가게 반환 채무가 이행 불능이 됐으니 훼손된 1층의 수리비와 화재가 2층으로 번져 발생한 손해, 즉 2층 수리비와 2층에서 보관 중인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까지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소방서와 수사 기관에서는 화재의 발생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1심 법원은 화재가 임차인 B 씨의 매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건물주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임차인 B 씨가 스스로 1층 가게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을 하지 못한 이상 1층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건물 전체에 발생한 손해까지도 배상해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인 미상 시 전체 손해배상은 ‘불가’

단, 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채무 불이행 책임의 대상이 되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기각했다. 임차인 B 씨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했다. 이러한 2심 법원의 판단은 종래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원인 미상의 화재로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을 건물주 A 씨와 임차인 B 씨 중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지,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1층 부분의 손해배상 책임’과 ‘2층 부분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 것인지 여부다.

특히 2층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귀속과 관련해서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판결)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1층 가게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기존 판례와 동일하게 임차인 B 씨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해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 의무가 이행 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이행 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 의무의 이행 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임차한 부분 이외에 속하는 2층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의 판결을 변경하는 새로운 판결을 선고했다. 종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임차인이 스스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무과실의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임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예상하지 못한 손해까지 임차인이 모두 부담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했다. 임차 외 건물 부분, 즉 2층 부분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건물주 A 씨가 임차인 B 씨에게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한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임차인 B 씨의 가게임이 밝혀졌지만 화재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과 관련해 임차인 B 씨의 임대차 목적물 보존·관리 의무 등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인 2층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 B 씨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임차인은 원인 미상의 화재 발생 시 상대적으로 손쉽게 배상 책임이 인정되던 열악한 법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임차인은 스스로 임차한 부분에 대한 보존에 적정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책임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건물 전체의 소유자로서 해당 임차 건물 부분 이외의 다른 건물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임대인은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건물 전체에 대한 보험 가입과 그 보험료를 차임 등으로 분산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은 스스로 임차한 부분에 대한 보존에 적정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책임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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