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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의원’ 차이 몰라 발생한 임대차 계약 분쟁…건물주 승리로 마무리

2021-01-18 | 작성자 이인혁 | 조회수 463 | 추천수 9
애초 병원 개설 불가능한 조건…“일반인 건물주보다 의사인 임차인이 주의했어야”

감기에 걸려 동네 작은 병원을 찾든 수술 때문에 대학병원에 입원하든 대부분은 통상 ‘병원’에 간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의료 기관은 규모 등에 따라 ‘의원’과 ‘병원’으로 구분된다. 두 개념의 법률상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법적 분쟁에 휩싸인 사례가 나왔다. 일반적 개념과 법률적 개념을 따져보지 않고 덜컥 계약부터 했다가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한방병원’ 임대차 계약했는데 건축 조례 불충족

한의사 A 씨는 2015년 7월 경남 진주시에서 한방병원을 개설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괜찮은 건물을 발견했다. A 씨는 같은 해 8월 건물주 B 씨와 계약했다. 해당 건물 2~4층을 사용하기로 했고 총면적은 1224㎡였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병원을 개설할 목적으로 임차한다는 사실을 B 씨에게 알렸다. A 씨는 정화조와 소방 시설 등의 부분을 병원 용도에 적합하도록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고 B 씨는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A 씨는 관련법상 해당 부지에 병원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 기관은 ‘의원급 의료 기관(의원·치과의원·한의원)’과 ‘병원급 의료 기관(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으로 나뉜다. 의원은 주로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 기관이고 병원은 입원 환자가 주로 대하는 기관이다. 규모에도 차이가 난다. 가령 병원이나 한방병원은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진주시 건축 조례에선 ‘1000㎡ 이상 병원은 인접 대지 경계에서 2m 이상 띄워야 하고 건축선으로부터 3m 이상 띄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즉 A 씨가 진행하려던 한방병원 개설은 애당초 불가능했던 것이다. B 씨는 1000㎡ 미만으로만 병원으로 용도 변경하고 나머지 면적은 개인 사업자로 식당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A 씨는 계약 해지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B 씨가 거부하자 A 씨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임대차 목적(한방병원 운영)을 B 씨에게 얘기하면서 한방병원 개원에 필요한 용도 변경이나 소방 시설 등에 관해 확인했고 B 씨는 용도 변경 등이 모두 가능하다고 답변했다”며 “B 씨의 귀책 사유로 인한 적법한 임대차 계약 해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B 씨는 “계약 당시까지 A 씨가 병원을 할 것인지, 의원을 할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용도를 변경해 메디컬 입점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확인해 준 것”이라고 맞섰다.

1심은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씨와 B 씨 모두 관련법상 해당 건물에 한방병원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점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B 씨에게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계약서 특약 사항에 ‘병원 개설 허가에 대한 건물 관련 부분을 임대인(B 씨)이 책임진다(정화조 및 소방 시설)’고 기재돼 있으나 그 책임 대상은 B 씨가 해결 가능한 ‘정화조 및 소방 시설’로 한정돼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계약 체결 당시까지 A 씨가 의료법상 의원이 아닌 병원 개설을 명시적으로 B 씨에게 언급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원시적으로 이행 불능이면 계약은 무효’라는 민법 조항과 “채무의 이행 불능이란 단순히 절대적·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춰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각각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계약 체결 당시부터 진주시 건축 조례를 위반해 계약의 목적(한방병원 개설) 달성이 사실상·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던 만큼 이 계약은 원시적 이행 불능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 “일반인은 병원·의원 차이 모를 수 있어” 

하지만 원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A 씨의 경우 앞서 다른 지역에서 한방병원을 개설, 운영한 경험이 있는 의료인이고 B 씨는 비의료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이나 거래 관계에서 병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의료법상 병원과 의원의 의미 차이를 바르게 이해해 의료법상 의원과 구분되는 용어로서 병원이란 단어를 사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한방병원을 개설 또는 운영한 경험이 있는 A 씨는 병원급 의료 기관을 개설할 때 의원급 의료 기관을 개설할 때보다 여러 가지 법적 행정적 규제나 제한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는 이번 건물에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지 여부나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여부 등에 관해 임대차 계약 체결 전에 관할청이나 건축사에게 문의하는 방법 등으로 손쉽게 알아볼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 씨는 사전에 이 같은 사항들을 미리 살펴보지 않았다.

계약서상 ‘병원 개설 허가에 대한 건물 관련 부분을 임대인(B 씨)이 책임진다’는 문구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A 씨와 B 씨 사이에 ‘임차인인 A 씨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전부에 대해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 기관으로만 개설 허가 받아 사용한다’거나 ‘그러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임대인인 피고가 책임지고 이행한다’는 점에 관해 의사의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병원과 의원, 전문의와 일반의 차이는 뭘까?

‘의원’과 ‘병원’ 개념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별다른 구분 없이 혼용되지만 실제로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는 의료 용어들이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 기관은 크게 의원급(의원·치과의원·한의원)과 병원급(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으로 구분된다.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이 30개가 넘으면 병원이고 미만이면 의원이다. 병상이 100개 이상이면 ‘종합병원’이라고 부른다.

의료법에 ‘상급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이란 개념도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현재 강북삼성병원과 건국대병원 등 전국 11개 권역에 45개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전문병원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곳으로, 특정 질환이나 진료 행위 등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받는 병원급 의료 기관이다.

의사들도 ‘전문의’와 ‘일반의’로 구분된다.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딸 경우 일반의가 된다. 일반의가 전문 진료 과목을 선택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추가적인 수련 과정을 거치면 전문의가 될 수 있다.

병·의원의 간판을 보면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인지, 일반의가 하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전문의는 간판에 자신의 전문 과목을 표시할 수 있다. 가령 ‘홍길동 성형외과 의원’, ‘홍길동 이비인후과 의원’ 등이 가능하다. 일반의들은 의료 기관의 명칭과 진료 과목을 병행해 표시하는 형태만 가능하다. 즉 ‘홍길동의원 진료 과목 : 피부과’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 의료법 시행 규칙에는 ‘진료 과목 : 피부과’란 부분이 ‘홍길동의원’이란 의료 기관 명칭 크기의 절반을 넘어선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

한경비즈니스 칼럼=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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