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땅에 설치된 공작물 철거할 수 있을까

2019-04-08 | 작성자 이승태 | 조회수 661 | 추천수 19
토지 이용 상태가 변경되면 완전한 소유권 주장할 수 있어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변호사]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도로를 통해 이동한다. 어디를 가든 도로를 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실로 도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매일 접하는 도로를 지나가면서 이 도로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도로는 공공을 위한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개는 맞는 생각이다. 하지만 도로의 소유자가 일반 개인인 경우도 의외로 적지 않다.

주로 자신의 토지상에 건축돼 있는 건물 또는 공작물의 편익을 위하거나 기타 건축 허가나 개발 행위 허가 등을 취득하기 위한 이유 등으로 소유자 스스로 토지를 일반 공중에 도로로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이 통행하는 것으로 묵인할 때도 있다.

이렇게 소유자 스스로 토지를 도로로 제공했다가 어느 날부터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타인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사용료를 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토지를 상속받거나 매수한 자는 그 스스로 도로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권리 행사가 가능한 것은 아닐까.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에서조차 의견이 대립되고 있었지만 최근 대법원은 아버지로부터 토지를 상속받은 A가 그 토지에 매설된 우수관의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우수관 철거와 함께 토지 사용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사안에서 다시 한 번 기존 법원의 방침을 명확히 했다.

◆ 배타적 사용권 포기한 것은 제한

대법원은 A의 아버지가 우수관 매설 당시 토지 소유자로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수익권을 포기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우수관 사용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이와 같이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토지 소유자는 어느 날 갑자기 일반 공중의 통행을 막는다거나 토지 지상이나 지하에 설치된 지장물의 철거를 구하거나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소유자가 토지를 도로 이외의 다른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또한 토지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 부분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도 제한된다. 더 나아가 해당 토지를 상속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매수인도 역시 원칙적으로 같은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가 일반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그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향후 토지 이용 상태가 변경되면 그때부터 다시 완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물건에 대한 처분권과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능을 본질로 하는 소유권의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실질적으로 토지를 보상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가 된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최근 들어 수십 년간 일반인의 통행에 제공돼 있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토지상에 펜스를 치거나 쇠사슬을 설치해 공중의 통행을 막는 분쟁이 종종 발생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올 초에 선고된 이 대법원 판결에 더욱 눈길이 끌린다.

사실 위 법리는 사실상 도로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개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전면적인 행사를 허용할 때 초래될 후폭풍을 고려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토지 소유자의 권리가 기존에 공중이 누리던 통행권과 충돌하면서 큰 혼란과 분쟁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 사회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권리를 어떻게 조화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소송보다 대화와 협의로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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