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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부동산 거래 막는 불합리한 관행

2017-07-03 | 작성자 최광석 | 조회수 1,802 | 추천수 82
집주인의 소유 현황·세금 체납 여부 꼼꼼히 확인해야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변호사] 지방에 있는 동생에게 임대차 상담을 해줬다. 동생은 소유하던 집을 팔고 인근에 새로운 아파트를 임대차 계약해 이사하게 됐다고 한다. 집이 마음에 들어 부동산 등기부등본만 확인하고 크게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급하게 계약을 체결했지만 보증금이 6억원이 넘다 보니 잔금을 치르기 전 권리관계 문제로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사진)서울 잠실의 공인중개업소. (/한국경제신문)


◆집주인이 ‘진짜’ 소유권자인지 확인해야

동생은 주민등록·확정일자와 별도로 굳이 전세권 설정까지 해둘 필요가 있는지 궁금해 했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전세권 설정 등기는 큰 의미가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민등록·확정일자를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면 민법상 전세권을 설정한 것과 거의 대동소이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용 부담이 없는 주민등록·확정일자와 달리 전세권 설정은 등기에 따른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택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전세권 설정은 거의 활용되지 않았고 예외적으로 주택에 대한 임대차이면서도 주택 임대차를 적용받을 수 없었던 법인이 임차인인 때 한정적으로 이용돼 왔을 뿐이다.

별도로 질문을 받지는 않았지만 등기부를 통해 확인할 수 없으면서도 사고 발생 시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중요한 두 가지 점을 추가로 조언해 줬다.

우선 집주인이 진정한 소유권자, 즉 사기꾼으로서 집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집주인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사람 소유의 집을 월세로 임차한 것을 계기로 집을 점유한 다음 계약 과정에서 복사해 둔 집주인 신분증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마치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보증금을 가로채 도망가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특정 서류에 국한하지 않고 등기권리증이나 재산세 납부 영수증 등을 소지하고 있는지, 이웃들에 대한 탐문 등 용의주도한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다음은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액수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세채권은 등기부상에 표시되지 않더라도 조세채권 우선주의에 의해 조세채권의 성격, 발생 시점 등에 따라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보다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집주인을 통해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교부받는 식으로 반드시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 배상받기, 쉽지 않아

동생은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했지만 만약 이런 문제를 확인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면 과연 중개업소에 손해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설령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발생한 손해 전부가 아니라 중개 의뢰인의 과실을 공제한 나머지 손해액의 절반 남짓한 금액만 배상받을 수 있다.

그마저 재산이 없는 중개업자가 많아 실제로 배상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중개업자에 대한 실효적인 배상을 위해 보험(공제)제도가 있지만 개인 중개업자는 최소 가입 금액인 1억원 범위에서만 보험이 가입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중개 의뢰인의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생은 이런 자문을 듣고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합리적으로는 확인할 필요성이 충분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지방의 분위기상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몰려 면박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중개업자들마저 불편한 웃음을 지으며 확인 없이 그냥 넘어가도록 권하기도 한다. 집주인의 심기를 건드리면 계약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 때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확인 조치 이전에 여러 정황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아파트 집주인은 가짜가 아니고 고액의 세금 체납도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 이유는 얼마 후 지급될 보증금 잔금 중 거의 대부분이 집주인에게 건네지지 않고 해당 아파트를 담보로 이뤄진 기존 은행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하기로 합의돼 있고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동생이 직접 집주인과 함께 잔금 납입일에 해당 은행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만약 집주인이 가짜였거나 세금 체납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직접 보증금을 받아 챙기는 행동을 했어야 한다. 채무 변제에 보증금을 사용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동생의 얼굴에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역의 관행에 어긋나는 확인 조치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차에 이를 생략할 수 있는 알맞은 구실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보증금이 걸린 상황에서도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한 채 난처해하는 동생의 행동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더구나 동생은 이런 법적인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는 공인회계사인데도 말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불합리한 관행 앞에 임차인의 당연한 요구마저 무력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을 잘 보여준다. ‘내 재산은 나 스스로가 지킬 수 있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당부하고 싶다.

또한 우리 중개업자들에게도 각성을 촉구하고 싶다. ‘거래 성사’라는 당장의 이익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더 당당하게 임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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