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부동산산업

2017-06-20 | 작성자 명재환 | 조회수 3,802 | 추천수 75

  

인류와 로봇의 대결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대결이 전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이세돌이 인류를 지키기 위한 자리에 앉는다.” 라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비장한 표현이 1970년대 말 초등학교시절 보았던 ‘600만 불의 사나이를 떠오르게 하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비행기 조종사가 600만 불을 들여 인공 로봇 팔, 다리, 눈을 이식받고 악당에 맞선다는 내용으로 그 당시 꽤나 인기가 있었던 외화이다. 로봇다리를 흉내 낸다고 옥상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진 아이도 여럿 있었다. 그 당시 꿈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지금 눈앞에 펼쳐져 현실이 되고 있다. 로봇이 사람대신 자동차를 조립하고, 정밀을 요하는 수술을 하고, 심지어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퇴근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여기까지 보면 분명 로봇은 인류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두려움  

예상과 달리 이세돌이 3연패를 당하자,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사회에 두려운 존재가 될 것 이라는 걱정 어린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이세돌이 알파고에 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의 역기능. 영화 터미네이터는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통제되지 않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역기능을 경고하고 있다. 두 번째, 현재의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알파고는 컴퓨터 알고리즘(algorithm)을 발전시킨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나 방법을 문제 해결과정에 알고리즘화 하게 되면,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줄게 된다.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20년 후 미국 내 702, 47% 가량의 일자리가 컴퓨터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자리를 가장 크게 위협받는 직업은 회계사(99%), 요식업(85%), 교통 및 창고업(75%), 부동산업(67%) 등 순위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동산업에 주목하였다.  

부동산 정보시스템의 현주소  

과연 부동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매는 시세보다 싸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여 인기다.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은 주로 물건에 내재되어 있는 권리상의 하자 때문이다. 권리분석을 잘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람들을 경매시장으로 이끌었다. 과거에는 이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권리분석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경매시장에서 초과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지식과 정보의 평준화는 개인에게 차익이라는 독점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동산과 관련된 기본정보의 시스템화로 검색어만 넣으면 바로 조회가 가능하고 경매절차와 방법에 대한 지식습득도 온라인강의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경매시작이 효율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한국표준산업 분류에 따르면 부동산업이란 자기 소유 또는 임차한 건물, 토지, 묘지 및 기타 부동산의 운영 및 임대, 구매, 판매 등에 관련되는 산업 활동을 말한다. 그동안 정부는 산업 활동의 알고리즘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온나라부동산포털 3.0 은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 시도단위로 나누어 개별 운영 중인 토지·부동산 관련 민원창구를 단일화하였다. 전국의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의 물리적 정보, 토지이용규제 등 부동산종합정보를 텍스트뿐 아니라 지도를 이용한 공간정보 형식으로 제공한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은 집을 구하는 사람이 계약을 할 때 종이서류 대신 PC나 태블릿 화면을 통해 전자서명을 하게 한다. 중개업소를 방문하지 않고, PC나 스마트 폰 화면상으로 매물을 검색한 뒤 멀리서 실시간으로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감정원의 시장정보 앱은 부동산 시세, 실거래가, 공시가격, 관리비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마이홈플래너라는 메뉴는 이용자의 보유자금, 가계소득, 주거지불가능액, 희망 주거지역, 주거유형, 면적 등을 입력하면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 금융정보, 부동산 매물정보 등을 통합·가공하여 조건에 맞는 매물을 추천해주고 선택 매물에 대한 주거유형별 주거비용을 자동으로 산출한다. 대상주택에 대한 예상 중개수수료, 이사비, 취득세 및 등기비용 등 거래비용을 산정한다.

그 밖에 금융권의 로봇 어드바이저(Robo-Advisor) 등도 현재 프라이빗뱅커(PB)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이렇듯 부동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활동이 알고리즘화 되어 체계적,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변하고 있다. 특히 자연어 처리 능력이나 상황 인지 능력이 인공지능화 되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일자리들도 상당 부분 대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 시장이 지켜야 하는 것  

종합하면 인류의 두려움은 인공지능에 의한 피지배관계 형성 가능성과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더 큰 두려움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아닐까?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전에 인간사회의 목표 설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현대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 폰을 놓지 않는다. 스마트 폰이라는 거대 알고리즘에 인간의 정서와 정체성이 옅어지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산업화시대의 모습이 디지털이라는 형태로 바뀌어 달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이냐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알고리즘의 발전이 인간다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은 다행이자 각성의 기회이다  

필자는 응답하라 1988’ 이란 인기 드라마의 배경지인 쌍문동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익숙함과 편안함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에 감동하였다.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이유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따듯함과 배려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듯함과 배려를 주는 사회적 자본(신뢰, 도덕, 윤리)은 급속한 인공지능의 발전에 의해 쌓이지 않는다. 격려, 칭찬, 공정한 보상 그리고 그것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충분한 시간을 필수 요건으로 한다. 편리함이 주는 효용과 이익, 그리고 문제해결이 주는 달콤함에 앞서 인간존엄과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달라질 수 없는 목표이다. 그것은 부동산 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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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경제적 효율을 목표로 만들어진 딱딱하고 건조한 도시에 사람 냄새를 배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한 탐구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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