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 차라리 ‘날 죽여라’고 협박한다면?

2007-09-27 | 작성자 윤재호 | 조회수 26,944 | 추천수 525

  경매컨설팅 일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경매에 부쳐진 주택에는 각기 다른 말 못할 사연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명도(집 비우기)를 할 때에는 천태만상의 사례를 만나게 된다.

약속한 날에 맞춰 이사 날짜를 잡고 손 흔들며 집을 비워주는 집주인이 있는가 하면, 너무 억울하다(?)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낙찰자를 골탕 먹이는 사람까지 실로 다양하다.

 

  물론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의 채무자 입장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지만 예상보다 심하게 애를 먹이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의도적이고 지나친 명도 저항을 일삼는 사람들은 “누구는 값싸게 집을 사는데 나는 어렵게 장만한 내 집을 떨이(?)로 넘겨야 하냐”며 거세게 저항한다. 대체로 이럴 때에 명도 저항이 거세다. 고가 또는 서민주택이거나, 보증을 잘못 서 하루아침에 경매에 부쳐지는 주택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경매현장에 있다 보면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필자가 주택을 낙찰 받은 다음에 전 집주인을 내보내면서 겪었던 명도 과정 중에 만났던 ‘명도 저항’을 소개하려고 한다. 낙찰자들이 만난 사연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최근의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느끼게 한다. 많은 명도 과정 중에 ‘최후의 험한 꼴’이라는, 강제로 짐을 들어내는 과정(강제집행을 통한 명도)은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명도를 하다 보면 세상살이의 온갖 험난함을 체득하게 된다.

 

만나보니 ‘처음부터 협박조’

 

  결혼을 앞둔 젊은 직장인 A가 있었다. 그는 신혼살림을 차릴 요량으로 소형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 받겠다고 경매 물건을 물색했다. 마침 서울 북부법원에서 진행되는 서울 도봉구 창동의 주공아파트 15평형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최초 감정평가액은 4500만원. 2회나 유찰해 최저 경매가격이 3600만원(감정가의 64%)으로 떨어졌다가 A씨가 입찰경쟁자를 물리치고 3751만원에 낙찰 받았다.

 

  입찰 전 미리 권리분석을 해보니 권리상 문제가 전혀 없는 깨끗한 물건임을 확인했다. 등기부등본 상 최초 근저당권자는 주택은행(현 국민은행) 노원지점으로 780만원을 근저당채권으로 설정한 상태였다. 이 주택을 분양받을 때 기본대출 형식으로 돈을 빌린 것이었다. 그 다음이 삼성화재보험의 근저당이 1640만원, 당시 한일은행 의정부지점의 1121만원의 가압류 등 모두 다섯 개 정도의 꼬리표(가압류, 저당 등)가 붙어 있었다. 취하 가능성도 없는 우량한 물건 축에 속하는 아파트였다.

 

  집행관 현황조사 보고서와 전입세대 열람을 통해 세입자 관계를 확인해보니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주택으로 외견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권리분석 상으로도 우량 물건이었다. 그러나 낙찰 받고 잔금을 납부한 다음 아파트를 찾아가 집주인을 만나 보니 사정이 심상치 않았다. 경매주택의 전 주인은 30대 중반의 남자였는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즉 그는 인생 벼랑 끝에 몰린 듯 A를 쳐다보았다.

 

  대낮인데도 방안에는 알코올 냄새가 찌들었고 불량기가 있어 보였다. 집 안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울고 있었다. “잠깐 좀 보자”며 밖으로 나오면서 그가 하는 말이 “당신, 나를 죽인 후가 아니면 아마 나를 쫓아내지는 못할 거다”였고, 그는 처음부터 협박조였다. 이 전 주인은 한마디로 막무가내였다. 전 주인은 “이 집은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위자료로 받은 주택인데, 어떤 집인 줄 알고 낙찰 받았느냐”며 “어떤 경우라도 다른 사람에게 인도할 수 없다”며 버텼다.

 

  주택 명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막무가내형’이다. 아무리 법을 이용해 강제로 명도를 한다 하더라도 막무가내 식으로 버틴다면 힘든 쪽은 역시 낙찰자 쪽이다. 통상 낙찰자들은 강제집행 과정을 원치 않는다. 그런데 이 낙찰자는 이 집에 직접 입주해 신혼살림을 차릴 계획을 가진 사람 아닌가? 주변을 시끄럽게 하기보다는 원만한 합의를 통해 내보내기를 A는 원했다.

 

  A 얘기를 들어 봤다. A는 돈이 더 들더라도 전 주인에게 명도 합의금을 조금 주자는 말까지 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으로서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눈치였다. 7개월가량 그 전 주인을 지루하게 설득 했다. 또 강제집행(강제퇴거 조치)을 하는 게 어떠냐는 주변 말에도 불구하고 A는 그냥 합의를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결국 A는 전 주인에게 별도로 800만원의 고액(?) 합의금을 주고 아파트 열쇠를 넘겨받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감정가 4500만원짜리 아파트에, 명도비가 800만원이라니…. 결국 합의금 비용과 함께 시간 낭비를 감안하면 시세 수준에 장만한 셈이다. 입주가 늦어져 낙찰자 A는 별도로 전세를 얻었음은 물론이고, 명도비 부담으로 총 비용도 높아졌다. 그 경매 낙찰 건은 전체적으로 보면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이번에는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지하 다세대주택이 현재의 중앙법원 경매에 부쳐졌던 얘기를 해보자. 경매 주택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실 평수 13평짜리로 4층 중 지하 1층 다세대주택이었다. 감정가 6000만원에 3회 유찰해 최저 경매가가 3072만원이었다.

 

  내가 아는 B는 10명의 입찰경쟁자를 모두 다 물리치고 4160만원에 낙찰 받았다. 전철역이 가까운 데다 96년에 지어진 주택이지만 외관이나 내부가 모두 깨끗해 내 집 마련용으로는 괜찮은 주택이었다. 등기부등본 상 권리관계를 살펴보니 지난 94년 주택은행(현 국민은행) 봉천동지점에 325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이후 모두 저당 2건, 가압류 4건 등 총 2억원 정도의 빚이 설정된, 한마디로 빚잔치용 경매물건이었다. 가장 먼저 설정된 국민은행 저당권 실행으로 경매에 부쳐졌기 때문에 이후에 설정된 모든 꼬리표는 깔끔하게 직권 말소되는 상태여서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입찰 전에 점유자 만나봐야

 

  등기부등본 외의 권리관계, 즉 세입자 관계를 조사해보니 채무자 겸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고 있었다. 집행관의 현황조사서에서도 ‘세입자 관계없이 소유자가 거주하고 있음’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대체로 소유자가 거주하고 있는 상태라면 간단한 인도명령으로 내보낼 수 있어 가장 안전한 경매물건인 셈이었다.

 

  그런데 낙찰 받은 후 명도를 위해 집주인을 만나본 낙찰자 B는 ‘아차’ 싶었다. 즉 이 지하 주택의 소유자는 30대 주부였는데 갓 태어난 아이와 세 살, 다섯 살 정도의 연년생 아이들 셋에 거동을 전혀 못하는 70대 중풍환자인 모친과 부친까지 같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전 집주인은 눈물을 흘리며 “모두 자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집 나간 남편이 예전에 노름빚 때문에 이렇게 경매에 부쳐졌는데 우리 식구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여자와 식구들 모두가 오케스트라처럼 슬피 울어대는 것이 아닌가?  집주인을 만나본 후 낙찰자 B는 실제 입주는 1년 후로 미루겠다며, 또 어려운 전 주인의 사정을 감안해야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즉 소유권 이전만 마치고 입주를 1년 미루겠다며 그 전 주인에게 통보한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듯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중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경매에 부쳐진 주택에 여럿 자식들과 함께 살며 희망도 없이 살고 있는 집주인인 경우다. 그렇게 사는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엄동설한에 집이 경매로 팔리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눈빛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나는 그때의 경험을 살려 되도록 소형 주택이나 지하주택, 농가주택을 경매로 살 때에는 미리 주택의 점유자를 만나본다. 입찰 전에 점유자를 만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아예 입찰을 자제하려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아무리 싸게 낙찰 받은 주택이라도 ‘명도의 함정’에 빠지면 경매에 드는 총 비용이 높아져 손해를 보기 쉽다. 경매주택에서 명도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를 잊지 말라.

 

  자식들에게 집을 담보로 제공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에 발생하는, 연로하고 몸 아픈 노인이 혼자 거주하는 주택, 또 소년·소녀가장이 거주하는 지하 다세대·연립주택, 또 최저생계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살면서 결손가정의 손자를 돌봐주고 있는 나 홀로 노인이 거주하는 주택, 불치병환자가 있는 주택, 10~20평형대 허름한 주택 등은 나는 아예 입찰을 자제하는 편이다.

 

  아무리 값싸고 괜찮은 소형주택이 경매에 부쳐졌더라도 그 집에서 사는 이들의 아픔을 생각해 입찰을 자제한다는 말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한다. 경매에 처한 사람들에게 낙찰 받은 집을 일정기간 무료로 빌려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나에게 충분한 시세차익이 보장된다 해도 남의 불행을 보고 웃음 지으려 한다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매의 최대 매력이 싸다는 데 있지만 인생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불우한 부동산’을 살 때 상당한 명도 협의금을 지불할 마음이 없다면 입찰을 자제하는 게 현명하다. 물론 이런 명도 함정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찰 전에 그 주택을 방문해보고, 명도 대책을 미리 세운 후 입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게 지혜로운 투자기법이다.

 

메트로컨설팅(www.metro21c.com) 윤재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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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의 성공으로 이끄는 투자노하우

부동산투자의 기본은 ‘투자지식’과 ‘위험관리’입니다. 실전 거래경험과 컨설팅 경력을 바탕으로 ‘기회’와 ‘용기’를 드리는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저가(低價) 틈새투자처, 투자에 따르는 위험관리 대처방법, 안정적이고 유망한 투자처를 가이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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