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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원조 닭갈비집과 1.11대책 대안

2007-01-31 | 작성자 오윤섭 | 조회수 20,850 | 추천수 390

지난주 오윤섭의 부자노트 칼럼(1.11대책 빅4가 주택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많은 의견중 하나가 1.11대책이 문제가 많다면 대안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대안을 갖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직접적으로 대안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대안은 이미 과거 부자노트 칼럼을 보면 모두 담겨있구요.

그래도 1.11대책의 바람직한 대안을 언급해야 하는데 부자노트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까 고민하던 중 지난주 갔던 춘천 원조 닭갈비집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기자 생활 때 식도락(食道樂) 세계에 입문한 후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맛집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도, 산을 가도, 워크숍을 가도 항상 주변에 맛집이 있는가, 없는가를 최우선적으로 따져볼 정도입니다. 맛집 중에는 요즘 슬로 푸드(과거 전통 방식을 최대한 살려 해당 지역에 나오는 생산물을 재료로 해서 만든 음식) 식당을 많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2개월전 춘천에 갔을 때 택시 기사가 말해준 닭갈비집이 생각났습니다. 숯불 닭갈비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중앙시장 근처 드럼통 테이블이 4개 밖에 되지 않은 곳을 말하더군요. 아주 오래됐고 할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춘천, 중앙시장, 드럼통 4개, 숯불 닭갈비를 단서로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마침내 찾았고 확실하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바로 ‘원조 숯불닭불고기집’이었습니다. 상호도 닭갈비가 아닌 닭불고기라는 점에 더욱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가족 4명이 남춘천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15분, 당일 오후 8시 55분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 했습니다. 택시를 타려는데 열차에서 한꺼번에 내린 승객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아내는 이대론 안되겠다 싶은지 동분서주하다 골목에서 나오는 택시를 간신히 잡아타 식당에 도착하고 자리를 잡으니 7시 40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30분만에 닭갈비와 된장찌개를 먹었습니다.

가족들은 먹는데 정신이 없었지만 저는 ‘46년 된 원조의 향기’를 맡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원조의 향기를 경영자의 눈높이에 맞춰 1.11대책 대안을 우회적으로 소개합니다.

향기1: 경영자의 업(業)-기회에 자원을 배치하고 실행하는 것

경영자의 업은 미래에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기회’에 자원을 배치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말처럼 실행이 안되는 이유는 기회보다 당면한 ‘문제해결’에 급급하고 빈 수레가 요란한 과제에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투자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결정해야 합니다.

급한 마음에 앉자마자 바로 닭갈비 3인분과 된장찌개를 시켰습니다. 이에 주인 할머니는 무표정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닭갈비 3인분이라고, 4인분은 먹어야 될텐데...” 말씀하셨습니다. 상술이 아닌가, 기분나빠할 시간도 없어 빨리 달라고 재촉했지만 할머니의 일하는 속도는 국악 장단으로 치면 진양조요, 서양음악 빠르기로는 라르고 수준이더군요.

하지만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원조의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닭갈비가 어느 정도 익어가자 할머니는 닭갈비를 거의 다 익힌 옆 테이블에서 숯불을 옮겨왔습니다. 집게로 3번에 걸쳐 옮기더군요. 어느 정도 익은 상태에서 숙성한 숯불을 추가하자 겉만 타지 않고, 먹기 좋게 속까지 빨리 익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시범을 보이듯 닭갈비를 조용히 잘라 주셨습니다.

그런 뒤에 평온한 표정으로 시선을 우리 테이블에 고정시켰습니다. 어느새 된장찌개는 이미 주방에서 끊고 있었으며 익은 닭갈비를 먹기 시작하자 바로 석쇠 위에다 옮겨줬습니다.

주인 할머니가 너무나 침착하게 우선순위를 정해 자원을 배치하고 묵묵히 실행하는 모습을 보며 위대한 기업의 훌륭한 경영자의 모습을 봤다면 오버한 것일까요?

P.S: 할머니 말씀대로 결국 닭갈비가 모자라 1인분을 추가, 4인분을 먹었습니다.

향기2: 단순화-선택과 집중

생각보다 세련된 간판을 뒤로 하고 들어간 실내는 정말 좁았습니다. 손님을 위한 자리는 드럼통 4개입니다. 손님은 최대 16명까지 가능하겠지만 10명 이내가 적정하게 보입니다. 드럼통 바로 앞에 주방(부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림)이 있고 구석진 곳에는 쉬고 잘 수 있는 방이 있더군요.

손님의 99%는 닭갈비와 된장찌개만을 주문합니다. 주문을 하면 닭갈비와 닭갈비를 맛있게 많이 먹게 하는 파무침(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라면 로이 킨, 스티븐 제라드, 클로드 마케렐레 등 수비형 미드필더와 같은 존재)이 나옵니다.

반찬으로는 양파와 마늘, 동치미, 상추가 나오며 된장찌개를 먹을 때 배추김치, 총각김치가 추가됩니다. 주인 할머니와 아주머니 등 2명이 일합니다.

숯불을 피워 석쇠가 달궈지면 양념한 닭갈비를 올리고 적당히 익으면 가위로 자른 뒤 익혀 먹습니다. 석쇠를 통해 마지막으로 남은 기름마저 빠진 닭갈비 맛은 담백합니다.

할머니는 가게 문을 열면 독특한(?) 슬로우 라이프 방식으로 숯불을 피워 문 닫을 때까지 관리한다고 합니다. 먼저 화덕에서 재를 치웁니다.→숯을 깔고 그 위에 나무젓가락을 눕혀 화덕에 걸쳐놓습니다.→다시 숯을 깝니다.→신문지에 불을 붙여 숯불을 피웁니다.

주인이 있는 듯, 없는 듯하니까 손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직무(닭갈비 먹기)와 동료(손님)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옆에 있는 손님은 단골인 듯한데 부모님을 모시고 와 춘천 중고등학교 시절 추억을 얘기하고 주인 할머니를 껴안기도 하더군요. 손님의 큰소리가 거슬리기보다는 정겹게 들립니다.

향기3: 기본에 충실하라-슬로우 푸드

원조 숯불닭불고기집은 1961년 생긴 식당으로 10년 뒤 70년대부터 현재 주인 할머니가 이어받아 오늘까지 문을 열고 있습니다.

기본1: 숯불닭불고기집은 원조의 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게 현지인의 말입니다. 닭갈비는 50~60년대 양계장및 도계장이 많은 춘천 선술집에서 술안주용으로 석쇠에 구워먹는 숯불 닭불고기가 원조입니다. 71년 닭갈비 철판이 등장하면서 숯불 닭불고기 식당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이 집은 40년 이상 된 원조집답게 드럼통 중앙에 오목하게 설치된 화덕(화로)에다 숯을 놓고 석쇠를 얹어 구워먹는 옛 스타일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동 등 춘천 닭갈비는 70년대 이후 생긴 것으로 정통 닭갈비는 아닙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닭갈비 먹고 밥을 볶아먹을 수 없습니다. 대신 밥은 토속 된장찌개에다 말아먹습니다.

기본2: 닭갈비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당연히 닭입니다. 닭은 살이 연한 영계가 아닌 옛날처럼 질긴 노계를 씁니다. 쫄깃한 맛을 내기 위한 것입니다. 씹을 때 돼지갈비 비슷한 느낌이 나지만 결코 질기지는 않습니다. 닭고기에서 20%를 차지한다는 기름을 주인할머니가 직접 식당에서 다듬습니다. 그리고 토막 낸 닭을 포를 뜨듯이 도톰하게 폅니다.

기본3: 요즘 춘천 닭갈비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념장에 20가지 이상 재료를 넣습니다. 고추장, 마늘, 생강, 양파,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간장, 맛술, 후추 등이 들어갑니다. 젊은 고객층을 위해 카레, 케찹 등을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집은 양념장 재료(아마 5가지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임)를 최소한만 사용함으로써 손님이 숯불 잔향과 닭갈비 본래의 맛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춘천 닭갈비라는 브랜드의 유행(트렌드)에 영합하지 않고 숯불닭갈비 원조 맛, 즉 기본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원조 닭갈비의 향기에 몰입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맛에 대한 평가는 없네요. 아빠의 맛집 조기교육 때문인지 단 것을 싫어하고 맛에 까다로운 초등학생 딸과 아들의 평가는 별 4개 반이었습니다. 저는 별 4개 이구요. 굽은 허리에 세상을 달관한 듯한 주인 할머니의 표정(힘든 표정 같기도 하고)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세 가지 물음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물음’을 보면 나랏일을 하는데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많은 일 중에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황제는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가르쳐 주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황제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자 산속으로 현자를 찾아가 우여곡절 끝에 답을 얻는다. 지금 이 순간, 지금 함께 있는 사람,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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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섭의 부자노트

부동산을 투기수단이 아닌 재테크의 투자로 자리매김 시키기 위해 부동산 가치투자를 전파하는 공간입니다. 부동산 정보를 다룬지 10여년 넘은 경험에 기초해서 부동산 시장을 남보다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단초를 바로바로 제공하여 시장에 순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데 일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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