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균형 배분

2011-04-02 | 작성자 박원갑 | 조회수 15,811 | 추천수 298

앞으로 10년 후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1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도 인구가 줄어들고 본격적으로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부동산시장을 지탱하는 펀드멘털(fundamental)이 지금보다 굳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좀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좋다. 부동산자산 비중도 금융자산이나 다른 자산과 맞춰가며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균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와 관련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금융자산은 곧 안전자산’ 이라는 인식은 위험천만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부동산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자산비중이 전체의 80%에 육박할 만큼 절대적이므로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유효수요가 줄어드는 고령사회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 위험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바람직한 주문 같다. 그런데 이전 대상 자산은 부동산보다 더 안전한 자산이어야 할 것이다. 투자에서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고령세대일 수록 더욱 그렇다.

문제는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금융자산은 곧 안전자산이라고 동일시하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금융자산은 예금과 적금, 펀드, 주식, 채권 등이 대표적이다. 예금과 적금, 채권은 안전자산에 속하지만 펀드나 주식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옮다. 고령이 될수록 원금에 손상이 가지 않는 예금, 적금이나 국공채와 같은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막연히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많다.

자산을 구성할 때 ‘부동산자산 대 금융자산’ 방식이 아니라 ‘안전자산 대 위험자산’ 방식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종합자산관리 측면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부동산이 자산관리 차원에서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위험자산으로 분류, 적정 비율로 낮춰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인구가 줄고 도시가 쇠퇴하고 있는 지방의 아파트, 상가, 토지는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입지 면에서 도심 부동산은 외곽 부동산에 비해 비교적 안전자산에 속한다. 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반할 경우 위험자산으로 바뀐다. 금리와 시장의 변동에 따라 심리적 불안을 초래할 뿐 만 아니라 하락 시 손실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안전 투자가 될 수 없다. 가격이 부풀려진 부동산 역시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에 더 가까울 것이다. 부풀려진 가격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하락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나 개별 주식, 채권 역시 위험자산이라고 판단되면 조정의 대상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 주식시장도 붕괴된다

따라서 해당 부동산이 설사 위험자산에 속하더라도 이를 팔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라는 주문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이전 대상이 위험자산이기 때문이다. 2006~2007년 주식펀드 붐 당시 펀드로 부자가 되기 위해 묻지마 식 펀드에 가입했던 많은 사람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 거칠게 말해 주식형 펀드는 종이자산(Paper asset)인 주식을 한곳에 모아놓은 것이다. 주식은 위험하고 펀드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인가.

일본 부동산버블이 붕괴되면서 부동산만 폭락한 것이 아니라 주식도 폭락했다. 일본 니케이 225 주가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2009년 3월 6일 7173포인트(종가)를 기록, 역사적 고점(1989년 12월 29일 3만8916포인트)에서 82% 떨어졌다. 역사적 고점 당시 일본 주식형 펀드에 거치식으로 20여년 간 넣어뒀다면 원금 18%만 남아 한마디로 쪽박을 찼다. 일본식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 부동산 가격만 폭락하고 주식시장은 별 영향이 없으니 부동산 버블붕괴를 피해서 펀드에 가입하라는 주장은 무지와 편견의 극치다.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교훈을 배우자’며 부동산버블의 붕괴를 경계한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부동산버블 붕괴로 촉발된 일본 주식 대폭락의 교훈을 배우자는 쓴 소리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밥그릇’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를 거론하며 예금과 적금을 유치하는 경우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혹시 모를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금이나 적금 유치보다는 주식이나 펀드 가입을 유치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부동산은 사랑(love)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management)의 대상이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부동산시장 메커니즘에서 가격조정 기능의 상실에 그치지 않고 돈을 대준 금융기관이 부동산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둑 무너지듯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금융시스템 붕괴, 나아가 경제시스템의 대혼란을 초래한다. 금융⋅경제시스템이 마비되는데 ‘경제의 거울’인 주식시장이 안전할리 만무하다.

그러나 변동성 리스크가 커진 부동산 자산시장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올인(All in) 시대는 지났다. 사두기만 하면 오르는 부동산 시장의 화려한 찬치는 끝났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블루오션(Blue ocean, 대세 상승기)시장이 아니라 레드오션(Red ocean, 침체기) 시장이다. 레드오션 시장은 제한된 수익을 놓고 피 흘리면서 싸우는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이 레드오션 시장으로 바뀌면 투자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일 확률이 줄어든다. 그만큼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가득찬 시장이 된다. 레드오션 시장에서는 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보다는 손실을 입지 않는 자산 보존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공격형 투자보다는 안전 추구형, 좀 더 나가가 생존형 투자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부동산 자산의 편식은 금물이다. 이제 부동산은 균형적인 관점에서 전체 자산의 한 부분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동산은 이제 사랑(love)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management)의 대상이다. 부동산에 대한 사랑은 반드시 집착을 부른다. 섣부른 투자도 운이 좋으면 한두 번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세계에서 고수익 축복은 항상 오지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적 부동산 매도→금융상품 가입 주문은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부동산을 팔아 금융자산으로 옮겨 타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면 그것은 금융상품 유치를 위한 상술이기 쉽다. 불안한 노후 생활에 대비한 재무 설계 상담이 보험판매용 비즈니스로 많이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같은 말이라도 장소와 말하는 사람에 따라 순수성을 띠지 못할 수 있으므로 잘 가려서 들어야 한다.

마음이 불편한 자산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

금융지식이 해박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지인인 L씨. 그는 최근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매입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일반적으로 CB와 BW는 주식 연계 채권으로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상품이다. 그는 일부 BW는 연 10%의 채권(SB) 이자에 신주인수권도 주어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가 청약을 통해 매입한 BW는 대우차판매,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남광토건 등 BBB등급이었다. 하지만 장미빛 환상이 쓰라린 현실로 바뀌는 데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는 ‘금호사태’를 계기로 유동성 위기 기업들의 채권과 신주인수권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채권과 신주인수권 가격이 폭락할 때면 며칠 동안 밤을 하얗게 지샜다. 심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한 그는 원금 이하에 손절매했다. 그 결과 투자금 10억원 중 30% 정도를 날렸다. L씨는 “금융상품이면 모두 안전할 것으로 착각했다. 기업의 내실이나 자금흐름을 따지기보다 번지르르한 포장지만 보고 투자한 꼴”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발행된 BB~BBB급 주식관련 채권은 ‘문제아의 집합소’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흔히 주식 투자는 기업을 사는 것이고 채권투자는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이 튼실하지 못한 상태에선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채권도 하나의 위험자산에 불과하다. 비우량 회사에 투자하는 행위는 원금 훼손의 위험의 자산에 투자하는 큰 일종의 투기행위다. 최근에도 은행 이자보다 2~3% 포인트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BB~BBB 등급 채권에 투자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안전자산의 가장 큰 특징은 보유할 때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위험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 보유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중 어느 것이 마음에 편한가. 만약 어느 특정 자산을 보유했을 때 마음이 편하다면 나이 들어 비중을 늘려야 할 대상이다.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가치를 높게 매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재테크 수익보다는 원금을 늘리는 지혜

많은 사람들이 부의 축적 방법으로 재테크를 떠올린다. 그래서 부동산이나 주식 재테크 강연장을 찾기도 하고 펀드도 가입한다. 그러나 정작 재테크를 통해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일터에서 성공해 부자가 된 사람들이 더 많다. 부자가 되는 빠른 길은 재테크 수익보다 일터에서 원금을 늘리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강남 요지에 빌딩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재테크에 성공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빌딩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본업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현재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재테크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수익에는 반드시 위험이 뒤따른다. 재테크 올인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으로 연결돼 원금을 잃은 경우가 더 많다. 지나친 재(財)테크는 재(災)테크를 부를 수 있다.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이면 만족하고 원금을 불리는 안전추구형 투자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 결국 균형적인 자산관리는 부동산 이든, 금융자산 이든 한쪽 쏠림보다는 적절하게 배분,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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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의 마켓리서치

부동산은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체계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투자 신호등이 되고자 합니다. 객관성, 공정성, 그리고 도덕성. 이 3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아직 어려운 영역인 진정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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