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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보다 홈이 되는 시대

2013-03-11 | 작성자 박원갑 | 조회수 13,353 | 추천수 160

“집을 언제 살까요, 언제 팔까요.”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흔히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이런 얘기를 건넨다.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간단한 말에 무서움이 담겨 있다. 집을 언제든지 사고 파는 거래대상의 재화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집을 삶의 안식처인 홈(Home)이 아닌 투자재인 하우스(House)로 본다는 것이다.

원래 집은 하우스보다는 홈이었다. 짐승의 위협이나 자연 재해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주는 쉘터(Shelter)이었다. 지난 40년 전 산업화가 본격화하기 이전만해도 이러한 기능은 집의 가장 큰 덕목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집이 달라졌다. 아니 집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집을 바라보는 인간이 달라졌다. 대도시의 주택은 이제는 홈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홈이 아닌 하우스로 보니, 나 자신이라고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집을 재테크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들이 나도 모르게 내면화된 것이다.

그래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인간을 대지 위에 구부러진 나무로 표현했다. 인간의 그 사회 구성체가 가진 편향을 그대로 간직하는 이데올로기적 존재라는 것이다.

집을 언제 사고, 파느냐는 것은 결국 마켓타이밍(Market timing)에 대한 얘기다. 마켓타이밍은 주로 투자재를 매매할 때 이용되는 개념이다. 주식처럼 변동성이 강한 시장일 때 마켓타이밍을 잘 잡아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적기에 매입하고 매도하는 전략을 잘 모르면 큰 손실을 입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주식에 아닌 집을 사고 팔 때에도 마켓타이밍이 중요한 덕목이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집을 언제 사고 파느냐는 질문을 하는 곳은 대도시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나 경상도 산골짜기 집은 마켓타이밍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홈(Home)이나 쉘터(Shelter)를 사는 사람은 타미밍을 묻지 않는다.

시골에서 ‘집을 언제 사면 좋으냐’고 이웃에게 묻는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볼 것이다. ‘집이란 필요할 때, 돈 있을 때 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것이다. 20년, 30년 동안 살 안락한 삶의 안식처를 사는데 마켓타이밍을 잘 포착해 몇백만원 싸게 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가치인가.

이런 생각도 해본다. 마켓타이밍을 묻는 것은 혹시 투자에 따른 실패를 남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심리 아닐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불구화 전략(Self-handicapping strategy)’으로 부른다. 인간들은 대체로 자신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닐 때도 있다. 바로 투자 실패가 자신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는 변명이나 핑계거리를 찾을 때 자기불구화전략은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위안하기 위한 자구책 차원에서다.

우리에게 도대체 집이란 무엇인가. 집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과연 그랬을까. 혹시 그동안 우리에게 집이란 돈을 벌기 위한 또 다른 욕망이 아니었던가. 집이 하우스가 되는 순간 항상 행복을 안겨다 주지 않는다. 요즘처럼 가격이 급락하면서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집이 하우스보다 홈이 되는 시대. 이상적이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하우스보다 홈에 무게를 더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하우스푸어라는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우스푸어는 있지만 홈푸어(Home poor)라는 말은 없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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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의 마켓리서치

부동산은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체계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투자 신호등이 되고자 합니다. 객관성, 공정성, 그리고 도덕성. 이 3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아직 어려운 영역인 진정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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