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으로 본 보금자리주택

2011-11-09 | 작성자 박원갑 | 조회수 14,411 | 추천수 272

요즘 주택시장에 보금자리 주택이 화두다. 보금자리 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공공주택이다. 도심의 접근성과 교외의 쾌적성을 살린 ‘하이브리드(hybrid) 주택’이 새로 들어선다는 주택시장의 공간적인 의미뿐만 아니다.

장기 무주택자, 노부모 부양자, 다자녀 등 특정의 소수집단을 위해 공급하는 보금자리 주택이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일반 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시장까지 연쇄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보금자리 주택 쇼크’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주택, 특히 아파트단지는 주로 도심과 교외 신도시라는 2개의 축이 형성돼 있다. 도심은 교통, 교육, 쇼핑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춰진 곳이지만 쾌적성이 크게 떨어진다. 역으로 도심에서 40~50km 떨어진 교외 신도시는 공기만 좋을 뿐 출퇴근하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런데 보금자리 주택은 도심에서 15~20km정도 떨어져 있는데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도심근접의 전원형 주택으로 손색이 없다. 그래서 보금자리 주택은 주택시장에서 도심과 교외를 잇는 하나의 점이지대, 즉 제 3지대로서 주택공간이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이런 입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남지역에서는 가격까지 주변 시세의 최고 절반으로 주겠다니….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누구든지 분양을 받으려고 몰려들 것이다. 리스크가 거의 없는 ‘대박상품’이자 ‘로또 상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시장에 나타난 강남 보금자리주택 분양열풍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어찌 보면 부동산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대세상승기를 마무리하고 침체기로 접어들어 하락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안전 자산(Riskless asset)’ 구매심리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값 아파트에 분양을 받은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극단적으로 버블 붕괴로 집값이 반 토막 나더라도 손해를 거의 보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 보금자리주택 같은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 상품’은 다른 주택시장은 물론 다른 자산 시장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보금자리주택 쇼크가 재고시장과 분양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주택 구입 때 보금자리주택을 평가의 기준이 되는 준거점(Reference point) 혹은 앵커링 포인트(Anchoring point)로 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기존 주택을 사거나 분양을 분양받을 때 주택의 가격과 입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이다. 기대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어지간한 아파트는 눈에 차지 않는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늘어날 경우 주택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행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주택시장에서 소비자의 교섭력(Bargaining power)은 강화되고 공급자의 교섭력은 약해진다는 애기다. 결국 보금자리주택은 공급자보다는 소비자들이 득이 되는 것이다. 최종 소비자가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문제도 등장한다. 보금자리주택을 분양을 염두에 두고 무주택자격 유지를 위한 전세거주자들의 눌러앉기 수요가 늘어나 전세시장이 다소 불안해질 여지가 없지 않다.

보금자리주택은 기존주택 가격과 신규 분양가에 거품을 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체 주택공급의 절반이 넘는 민간 업체들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가 나타난다.

민간 주택업체들과 충돌을 막기 위해서 분양 아파트보다 공공 임대 아파트를 늘려야 한다. 보금자리가 들어서는 그린벨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종의 공공재이다. 이런 도시의 허파이기도 한 그린벨트를 허물어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 명분과 합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분양 아파트 물량을 늘릴 경우 자칫 중산층 재테크 잔치상을 마련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허물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임대주택 비중을 높일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앞으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임대주택 비중은 50%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긴 세월 동안 유지해온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이유에 대해 그나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부동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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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체계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투자 신호등이 되고자 합니다. 객관성, 공정성, 그리고 도덕성. 이 3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아직 어려운 영역인 진정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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