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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보다는 이젠 전세푸어 걱정

2013-11-08 | 작성자 박원갑 | 조회수 16,854 | 추천수 210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자칭 하우스 푸어김경수(가명·49)씨는 요즘 한숨을 돌리고 있다. 자신을 짓누르던 아파트 대출금을 일부 나마 갚을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보유하고 있는 전용면적 130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긴 일이다. 김씨는 오른 전세금을 받아 주택담보대출 1억원을 상환했다. 김씨는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줄어들어 굳이 집을 급히 팔지 않아도 돼 시간적 여유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전세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입자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올려 받아 대출을 갚는 집주인들이 눈에 띄게 많다. 빚에 쪼들리는 하우스 푸어 일수록 디레버리지(부채 축소)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주인 4명 중 1명이 전셋값을 올려 빚을 갚았다고 한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인상해 대출금을 상환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무슨 의미일까. 사실 집주인 입장에서 부담하고 있는 부채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올려 받은 전세 보증금은 잠시 집주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세입자에게 되돌려줘야 할 빚이다. 전세 보증금은 다른 게 아니라 집주인이 세입자를 통해 조달한 대출(loan)이자 사적 모기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출(부채)의 성격만 달라졌다. 바로 유()이자 대출에서 무()이자 대출로 바뀐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대출이자 만큼 금융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따라서 전체 주택시장에서 볼 때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집주인의 부채 부담이 세입자에게 일정부분 전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거꾸로 부(wealth)는 세입자에서 집주인으로 이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이유로 요즘 하우스 푸어들은 아주 약간이지만, 여유를 되찾고 있다. 전세가격이 오른 데다 매매가격까지 소폭 상승하면서 버틸 여력이 생긴 것이다. 최근 정부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하우스 푸어 주택을 매입키로 했지만 목표량에 크게 미달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하지만 모든 세상일은 음과 양이 있는 법이다. 전세 보증금이 오르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377만 가구에 달하는 전세거주자에게 귀착된다. 갑자기 오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쉽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 대출이다. 이 영향으로 아파트 담보대출 증가세는 주춤하지만 전세대출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대출 증가세는 가을이사철이 지난 이후에도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어려운 세입자들은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침체는 물론 가계자산 부실화 우려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양적 완화 출구전략으로 시중 금리가 오를 경우 전세 보증금에 대한 대출 금리 부담은 더욱 커진다.

좀 더 주목해봐야 할 것은 세입자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의 질()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세보증금은 순자산이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밑천으로 집주인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이 잔뜩 들어있는 빈껍데기 자산이다. 앞으로 무주택 세입자들의 가계가 그만큼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세자금 대출이 늘어난 것은 요즘 세대의 주거 소비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진 게 한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돈에 맞춰 셋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거꾸로 셋집에다 돈을 맞춘다. 그래서 전셋집을 구할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빚을 낸다. 이러다보니 전세로 살 때부터 빚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빚은 욕망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지렛대다. 하지만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어 지나치면 절망과 파멸을 부른다. 빚은 어쩔 수 없이 이용하더라도 적정 수준으로 쓰는 것이 좋다. 전세난으로 생긴 가계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주거 소비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 같다. 무조건 빚을 내기보다는 실속소비나 주거의 하향 이동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라는 얘기다. 그리고 급증하는 전세 보증금 대출이 가계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강화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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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의 마켓리서치

부동산은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체계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투자 신호등이 되고자 합니다. 객관성, 공정성, 그리고 도덕성. 이 3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아직 어려운 영역인 진정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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