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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전쟁' 아닌 '스포츠'다

2012-05-10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3,552 | 추천수 198

행복한 투자 불행한 투자

집값이 떨어져 울적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집이 행복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애물단지로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행복에 넘쳤던 투자가 이제는 왜 불행의 대상이 되었을까. 주식의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투자자가 주가가 1만 원이었던 어떤 주식을 샀는데, 1년이 지나 주가가 올라 2만 원이 되었다고 하자.

투자수익률이 무려 100%에 달하니 행복한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B라는 투자자도 이 주식을 2만 원에 샀다고 하자.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주식은 그 후 잠시 오르는 듯싶더니 1년 후 1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무려 25%의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당연이 B 투자자는 자신이 운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산 주식의 주가가 매입가보다 높게 형성되면 ‘행복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매입가보다 떨어지면 ‘불행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원금 회수 이후엔 잃어도 본전이다

그런데 처음 자신이 샀던 주가보다 1년 만에 2만 원으로 올랐다가 그 후 1년 만에 1만5000원으로 빠진 주식을 가지고 있는 A투자자는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비록 직전 1년간 주가가 떨어지기는 했어도 2년 만에 주가가 1만 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오른 셈이니 투자수익률이 50%이고 연간 수익률은 25%(단리 기준)에 달한다. 대단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당연히 행복하다고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그 주식이 2만 원이었을 때 팔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받는 많은 질문 중 하나가 “언제쯤 전고점을 회복할 수 있을까?”다. 이런 질문을 하는 심리에는 “전고점에 팔았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후회와 ‘전고점에서의 시세 차익이 모두 자신의 수익’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투자자가 행복한 것은 시세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가가 오르는 날에는 세상이 핑크 빛으로 보이고 주가가 내린 날에는 회색빛으로 보인다면 투자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본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런 투자 심리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주식 투자를 제법(?) 한 편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내기는 했지만 주가가 매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주식 투자를 한 기억이 있다. 그 비법을 소개한다.

주식시장도 경제 사이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마다 대세 상승기가 찾아온다. 1998년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나 2008년도 국제 금융 위기 직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펴게 됐는데 이런 시기 직후가 바로 대세 상승기다. 이 시기는 소위 유동성 장세라고 하여 아무 주식이나 사 두어도 오르는 시기다.

웬만한 주식은 두 배 오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런 시기에 1000만 원을 투자하게 되면 1년도 되지 않는 시기에 2000만 원으로 불어날 것이다. 이때 필자는 원금 1000만 원을 인출한다. 그러면 계좌에는 수익이 난 1000만 원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돈은 누구 것인가. 법적으로는 당연히 필자 것이다. 자신의 책임으로 투자했으니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자.

자신의 돈이었던 원금 1000만 원은 이미 회수했으니 나머지 돈을 투자에서 전부 잃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손실은 없다. 그때부터 투자는 생사를 거는 전쟁이 아니라 즐기는 스포츠가 되는 것이다. 주가가 다소 조정 받더라도 (원래 내 돈이 아니라 다 잃어도 본전이니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는 것이다. 이러니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한 것이고 오히려 투자수익률도 높은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다. 필자가 주식 투자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어느 날 장모님이 그동안 모아 놓았던 비상금을 모두 찾아 불려달라고 가져오신 것이다. 장모님 계좌를 따로 만들어 몇 달간 투자했었는데,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필자의 기존 계좌에서는 이익이 났던 것에 비해 장모님 계좌에서는 손실이 난 것이다.

포트폴리오가 달라 손실을 본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차이가 많이 났기에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첫 번째 원인은 투자 심리였다. 장모님 투자금에는 손실이 나면 안 되며 기대 수준에 걸맞은 투자 수익을 안겨드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투자를 망친 것이다. 이러니 조금만 오르면 겁이 나서 팔아버리거나 조금 떨어지면 추가 하락이 두려워 손절매를 반복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결과를 정반대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짧은 투자 기간이다. 필자 본인의 계좌는 단기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어도 장모님 것은 단기간 성과를 보여드려야 하니 조급해지고 결정을 성급하게 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즐거우면 수익도 따라온다

결국 투자를 ‘잘하나’, ‘못하나’의 차이는 종이 한 장, 바로 투자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에 있는 것이다.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원효 대사의 예처럼, 단기간 투자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투자를 즐기는 차원이 된다면 보다 좋은 결과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모든 전투에서 승리하면 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전투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전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라는 의미다.

투자를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돈과 자산’이라는 이중 잣대를 가지는 것이다. 투자에 서툰 사람일수록 세상을 돈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려고 한다. 이러니 주가가 오르면 행복해 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C라는 투자자가 2000만 원의 자본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고 하자.

이 투자자가 어떤 주식을 1만 원에 1000주, 즉 1000만 원어치 샀다고 하면, 이 사람의 포트폴리오는 현금 50%, 주식 50%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일정 기간이 흐른 후 이 주식이 1만2000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그러면 C라는 투자자는 행복할까. 주가가 20%나 올라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에 투자할 때 현금을 남기지 말고 모두 투자했더라면 수익이 두 배로 났을 것이라고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주식이 반대로 8000원으로 내렸다면 C라는 투자자는 불행할까. 주가가 20%나 내려서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에 투자할 때 현금을 50% 정도 남겼기 때문에 투자 손실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싼값에 이 주식을 추가로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불행한 투자도 없고 행복한 투자도 없다. 자신이 그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투자가 행복한 것이 될 수도 불행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뀌기를 바라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경제 흐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다. 하락기에는 하락기에 맞는 전략을, 상승기에는 상승기에 맞는 전략을 쓰면 된다. 쌀 때는 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비쌀 때는 현금의 비중을 늘리면 되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투자할 때 수익도 따라 오르는 법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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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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