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투자했다간 손해 보기 ‘일쑤’

2011-12-28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5,242 | 추천수 211

투자의 정석, 역지사지


투자만큼 ‘역지사지’가 필요한 분야도없다. 상담을 하다 보면 투자할 때 뒷북을 치는 사람들이나 엉뚱한 데 투자해 놓은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씩 투자 손실을 본 안타까운 사례도 많다. 그런데 이런 실수들은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면 피할 수 있었던 것을 별 생각 없이 저지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A 씨 같은 초보 투자자들은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된 곳일수록 투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 때문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에 투자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실제로 그럴 경우 투자 가치가 낮은 곳이 많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은 사회 기반 시설이 잘 깔린 곳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개발해 새로 사회 기반 시설을 구축하려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시설을 구축하려면 당연히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재원은 어디서 조달할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세금이다. 하지만 어떤 특정 지역의 개발을 위해 다른 지방에서 거둔 세금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그 지역 개발을 위한 재원의 일부를 분양가에 전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발 분담금이라는 형식이 될 수도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건설업자들에게 분양하는 땅값에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지면 그 지역이 좋아져서 오를 수 있는 미래의 집값 수준에 가까운 가격에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이다. 결국 분양을 받는 사람 쪽에서 보면 발표된 개발 계획이 실현돼야 본전이다.


지역 개발 재원, 분양가에 전가

만약 분양 받은 사람이 그 지역에 거주할 실수요자라면 문제는 없다. 자기 돈을 들여 자신이 살 동네가 잘 개발될 것이니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가들이다. 이들은 막연히 ‘사 놓으면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기대감에 투자했지만 미래의 기대치는 이미 분양가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투자 수익은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두려면 누군가 높은 가격에 자신의 매물을 사 줘야 한다. 투자하기 전에 그 ‘누군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시세 차익이 나지 않더라도)자기가 그 지역에 들어가 살 요량이면 해당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미래의 매수자 처지에서 반드시 역지사지해 볼 필요가 있다.

반대 사례도 있다. 반지하 다세대주택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 투자한 B 씨를 보자. 반지하 중에는 습하고 어둡고 장마철에는 이따금 하수가 역류하는 곳이 제법 많다. 주택 보급률이 낮았던 과거에는 주택이 워낙 부족하니까 옥탑 방이나 반지하에도 임대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주택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은 점점 임대 수요가 적어지고 있다.

주택 보급률이 더 높아질 미래에는 이런 현상이 현재보다 훨씬 심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곳에 투자해서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적은 자금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보금자리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지적하는 것은 시세 차익 또는 임대 수입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매수가 됐건 임대가 됐건 간에 실수요자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자신도 살고 싶지 않은 곳에는 가급적 투자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것 또한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의 재개발 지분에 투자한 C 씨는 그 지역이 재개발돼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면 시세 차익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지역의 집값이 오르려면 신규 수요, 그것도 돈이 많은 사람들의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 쉽게 말해 부자들이 그 지역으로 이사를 많이 와야 그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는 부자들이 몰려오지 않는다. 각 지역마다 차고 넘치는 것이 새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소득 업무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과 같은 어떤 특별한 변화가 있기 전에는 부자들이 몰려오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같은 부자 동네 안에서는 낡은 주택에서 새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는 많다. 그러나 지역을 옮겨서까지 새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부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또한 부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다.



높은 분양가 수익형 상품도 주의

D 씨는 요즘 불어 닥친 수익형 부동산 투자 붐에 맞춰 오피스텔을 사려고 한다. 노후 대책도 될 수 있고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말 그대로 희망 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 를 들어보자. 과거에 오피스텔을 1억 원에 분양 받았던 E 씨는 월세 50만 원에 세를 줬다. 연간 600만 원의 임대 소득이 생겨 투자 수익률은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은 6% 수준이다. 그런데 오피스텔 투자 붐이 불면서 이 오피스텔 가격이 2억 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이때는 시세 차익을 1억 원까지 챙겨 성공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E 씨로부터 이 오피스텔을 사려는 D 씨에게 있다.

D 씨는 2억 원을 투자했지만 연간 임대 소득은 600만 원이므로 투자 수익률은 3%에 불과하다.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수익률인 것이다. D 씨가 6%의 수익률을 거두려면 연간 1200만 원, 월 100만 원의 월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까지 월 50만 원을 내던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2억 원에 매입했으니 월세를 이번 달부터 두 배로 올려 달라”고 하면 과연 올려줄까. 그런 세입자는 한 명도 없다. 월세는 주변 시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그 집의 매매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D 씨는 그 오피스텔을 턱없이 높은 가격에 산 꼴이 된 것이다. 매매가뿐만 아니라 분양가도 마찬가지다. 오피스텔 투자 붐에 따라 최근 분양하는 신축 오피스텔도 고분양가를 자랑하고 있다. 오피스텔의 시세가 꾸준히 상승하려면 그 지역의 월세가 꾸준히 올라야 한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자신도 고액의 월세를 내며 계속 그 집에 살 수 있을까. 내가 아니더라도 고액의 월세를 내고 임대를 살려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자.

지갑이 얇은 샐러리맨 중 아이들의 사교육비 등을 감안해 월세로 100만 원 이상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닌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피스텔 임대 수요가 그다지 두텁지 않다는 뜻이다. 투자해 놓으면 세입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가 가격에 상관없이 척척 월세를 바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월세가 올라가는 것과 비례해 수요층은 엷어진다. 이때도 자기가 월세를 내는 세입자라고 생각해 보면 투자에 신중해질 것이다.

결국 언론에 보도된 홍보성 자료만 보고 개발 완료가 까마득히 많이 남은 지역에 덜컥 투자한 A 씨나 싼 매물만 찾다가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곳에 투자한 B 씨, 부자가 선호하지 않는 지역의 재개발 지분에 투자한 C 씨, 수익형 부동산 붐에 맞춰 높은 가격에 오피스텔을 매입한 D 씨 모두 역지사지를 했더라면 피해를 줄였을 것이다. 상대의 처지에서 투자를 생각해 보라는 것은 바로 투자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는 투자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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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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