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시장 해결없이 전세난 풀 수 없다

2011-09-26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5,058 | 추천수 232

지난 8월 18일 전월세 안정화 대책이 발표됐다.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대책이다. 이렇게 전월세 안정화 대책이 자꾸 나오는 이유는 현재 전셋값이 급속히 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을 이사철에 전세대란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3개월간 강남구는 7.3%, 강동구는 6.0%, 송파구는 5.0% 올라 전셋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강북 지역도 중랑구가 4.7%, 성북구가 4.5%, 도봉구가 4.3% 오르는 등 사정은 여의치 않다.

서울시 평균치도 3.6%가 올랐는데, 이를 통상 전세 기간인 2년으로 환산하면 28.5%에 해당한다. 현재 추세대로 나가면 2년 후에는 전세금을 28.5% 정도 올려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2년간 실제 상승률 22.2%보다 높은 수치로 전셋값 상승 추세가 지난 두 차례 전세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부랴부랴 3차 대책을 내놓았다. 그 내용과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이번 8·18 대책을 살펴보면 첫째, 전월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도시 내 중소형 임대주택 건설 촉진, 민간 임대 주택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둘째, 전세 수요 집중 완화 및 분산을 위해 주택 구입 지원, 재정비 사업 시기 조정 촉진, 대중교통 여건 개선을 추진한다. 셋째, 임차인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월세 소득공제 대상 확대, 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정부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모두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에 발표됐던 전세 대책을 보강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실효성 없는 대책이 많이 포함돼 있다.

정부, 쓸 수 있는 카드 모두 내놔

전세 물량 공급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년간 전셋값이 많이 오른 것은 아파트이지 다세대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가구주택이 아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9년 7월부터 2011년 7월 말까지 2년간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25.5% 올랐지만 다가구주택이 포함된 단독주택은 7.6%, 다세대주택이 포함된 연립주택은 14.7% 오르는데 그쳤다.

수 요자는 아파트 전세를 원하는데, 정부에서는 엉뚱한 것을 공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인·허가로부터 공급까지 3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아파트 공급보다 손쉬운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을 늘리려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덕으로 보이지만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의 공실률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주택 구입 지원책으로 내세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 금리 인하도 새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 때문에 전세로 살려는 사람이 매매로 돌아서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집을 사지 않는 사람들은 집값 하락 우려 때문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살려는 것이지, 대출금리를 0.5% 인하해 준다고 덜컥 집을 살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 정비 사업 시기 조정 대책에서는 현재 강남권의 전세 상승세가 재건축 이주 수요에 기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지사에게 사업 시행 또는 관리처분 인가 시기를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려는 내용의 도정법 개정안이 아직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어서 가을 전세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재정비 사업 시기가 늦어지게 돼 공급 시기를 늦추는 역효과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전월세 소득공제 대상 확대나 주택기금의 전세 자금 지원 확대 같은 대책들은 전세난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이라기보다 전세난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세입자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다.

하지만 전세 대출 확대 같은 대책은 전세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전세 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양을 늘리는 효과를 거두게 돼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기는 양날의 칼날을 가지고 있기에 신중해야 할 대책이다.

더 구나 가계 대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8·18 전세 대책 중에서 전세난을 잠재울 만한 눈에 띄는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이것이 정부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임대 사업 문턱은 조금 낮아져

그 런데 8·18 대책에는 이전보다 진일보한 대책이 하나 포함돼 있다. 바로 민간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강화책이다. 종전에는 매입 임대주택 사업자의 요건이 수도권은 3채, 지방은 1채 이상이었는데, 앞으로는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한 채 이상만 임대해도 임대 사업자의 요건이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한 매입 임대주택 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 한 채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이 3년 이상일 때 양도세 비과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임대 사업을 하려던 사람이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조항과 관련돼 있다.
 
이 전에는 집을 3년 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라도 임대 사업을 위해 임대주택을 매입하면 다주택자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이때 임대 사업용 주택은 관련 규정에 따라 일정 기간(5년) 이상 보유 시 일반 과세가 되지만 기존의 주택은 중과세 되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시세 차익이 많은 주택을 가진 사람이라면 몇 푼의 임대 수입을 얻기 위해 고액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모순이 생기고 만다. 임대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자산이 있는 사람이고, 이들 중에는 양도 차액이 많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이들 자산가들이 임대 사업 시장에 들어오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 지만 이런 전망을 믿는 것은 너무 희망적인 바람이다. 이들 자산가들이 임대 사업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문턱이 약간 낮아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임대 사업을 하게 되면 월세 보증금 또는 전세 보증금에 대한 이자에다 월세를 합한 소득에 대해 소득세 납세 의무가 있으며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도 생긴다.

전업주부는 배우자의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묻어서 내지만 임대 사업자가 되면(배우자가 직장에 내는 것과 상관없이)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임대 사업자가 된다는 의미는 단지 집 한 채를 더 사서 세를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자가 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임대를 준 주택을 5년간 팔 수도 없다.

반 면에 임대 사업을 했을 때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2억 원에 전세를 주었다고 가정해 보자.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아무런 이익이 없다. 오히려 3억 원이 최소 임대 사업 기간인 5년간 묶여 있는 것이다.

그 러면 전세가 아니라 월세를 주는 경우에는 이익이 있을까. 이때도 이익은 별로 없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월세 이율이 높지 않고 그것도 전셋값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매매가를 기준으로 하면 은행 이자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 국 현재 임대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임대 사업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임대 사업으로 얻을 이익보다 임대 사업자로서의 제약이나 불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에서 월세가 일반화되지 않는 우리 현실에 비춰 볼 때 시세 상승의 기대감이 없다면 임대 사업 또한 활성화될 수 없다.

결국 주택 매매 시장의 상승을 용인하지 않고, 임대 시장에서만 전세난을 잠재울 묘수를 찾으려는 정부의 노력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갈 것이고, 올가을에도 전세난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주택 시장에 대한 정부와 일부 정치권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 주택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실타래가 되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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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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