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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수혜는 무주택 자산가뿐

2010-07-14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9,092 | 추천수 350

일러스트 서용남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국민들의 민심이 경제에 있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한 빌 클린턴은 간략하지만 강력한 이 구호 하나로 미국 제42대 대통령에 올랐다. 그 후 15년이 흘러 2007년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후보를 사상 최대의 압도적인 표차로 제17대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다.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침체된 내수 부진에서 경제를 살릴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라고 국민들은 판단했다. 그런데 2년 반이 지난 2010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심은 돌변했다. 지방색이 적은 수도권에서조차 한나라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울의 경우 4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만 승리했을 뿐 21개 기초단체장을 야당에 내주고 말았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조차 야당에 패한 인천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장의 상당수를 야당에 빼앗긴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2년 반 만에 왜 이렇게 민심이 이반됐을까.

위기 극복에도 여당이 참패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상당수는 국민들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 정부나 여당으로서는 상당히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재의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금융 위기의 여파이기 때문이고, 그나마 우리나라는 경제 회복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이 각종 지수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다.

지수만 따진다면 참여정부 때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2004년 282억 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비롯해 집권 기간인 2003년에서 2007년까지 연속 5년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벌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집권당이 경제라는 이슈 하나로 대선에서 무너졌던 것은 수출 실적이 부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내수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경제성장률이나 경상수지 흑자 등 큰 틀에서 경제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수출이 아니라 내수 부문이다.

지난달의 경상수지 흑자가 얼마라는 뉴스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뉴스보다 일반 국민에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다음 달에 월급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축구의 승리보다 더 기쁜 뉴스인 것이 국민인 것이다.

국민이 인식하는 경제는 정부가 말하는 경제가 아니다. 예전보다 자신의 수입이 늘어나고 주위에 취직이 안 돼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적어지고 예전보다 자신의 자산이 늘어났다고 하면 경제가 좋아졌다고 인식한다.

한마디로 내수가 살아나야 경제가 좋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전보다 장사도 안 되고 월급도 줄고 주위에 실업자도 늘어나고 자산도 줄어들었는데 정부가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면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누군가가 가로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와 본인이 느끼는 체감경기의 차이만큼을 잘못된 분배 시스템 때문에 누군가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집권 여당을 지지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나오겠는가.



결국 내수 경기의 부양 없이 경제지표를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거나 심지어 부메랑이 되어 집권 여당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 왜 이렇게 내수 경기가 침체됐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부의 효과’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한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표에서 보듯이 이 소비자 심리지수가 2009년 10월을 정점으로 계속 나빠지고 있다.

한편 주택·상가 가치 전망은 이보다 한 달 앞서 2009년 9월에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 지수 간에 시차를 두고 주택·상가 가치 전망이 소비자 심리 지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쉽게 말해 ‘부의 효과’ 때문이다.

저축을 하고 재테크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만약 노후에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도록 보장된다면 굳이 현재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열심히 저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사회보장제도가 완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노후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집값이 1년에 다만 몇천만 원씩 계속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 심리와 부동산의 연관성

내 집 마련 하나만으로 노후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노후에 역모기지를 이용해 생활비를 빼내도 되고 목돈이 필요하다면 그때 팔아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현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소비로 지출하게 된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죽어 집값이 떨어지면 이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어이쿠, 이거 집 하나만 믿다가는 큰 일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저축을 늘릴 것이다. 소득은 일정한데 저축을 늘린다는 것은 지출을 줄인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한 달에 네 번 했던 외식을 두 번으로 줄이고 두 번 갔던 미용실을 한 번으로 줄이고 1년에 두 번 갔던 여행을 한 번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식당을 하는 사람은 매출이 반으로 줄고 미용실을 하는 사람도 매출이 반이 줄고 여행사나 여행지에서 숙박업이나 식당을 하는 사람도 매출이 절반으로 주는 것이다. 이들 역시 자신의 수입이 줄게 되니까 지출 역시 따라서 줄게 된다.

내수 경기가 이렇게 침체된 데는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주택 시장의 침체가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2009년 9월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확대된 때가 바로 이때다.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인 상징성 때문에 주택 시장이 그 이후로 침체 일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주택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정부의 조치가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대신 시장을 완전히 침체기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면 과연 일반 국민들은 이런 조치를 환영할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면 일반 국민이 좋아할 것이라는 정부의 착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로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68%다.

이 유주택자의 평균 순자산은 3억3222만 원 정도다. 한편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상가나 땅 등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4%이며, 이 계층의 평균 순자산은 1억9387만 원 정도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부동산도 소유하지 않은 순수 무주택자의 비중은 28%이며 이들의 평균 순자산은 3143만 원에 불과하다.

전체의 68%에 달하는 유주택자들이 자신의 자산이 줄어들면 좋아할까. 그렇다고 집값이 떨어진다고 순자산이 3000여만 원에 불과한 순수 무주택자들이 당장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을까. 결국 집값이 떨어지는 것의 수혜자는 어느 정도 자산은 있지만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은 4%의 소수에 불과하다.

관념적으로 일반 국민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당신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집값을 잡는 것이 중요한가”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유주택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들이 말하는 부동산 시장 안정은 투기로 얼룩진 일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투기를 잡으라고 했더니 내 집값을 잡았네”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68% 국민의 분노인 것이다. 2년 반 전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을 뽑으면 살림살이가 좋아질 줄 알았더니 그 실망감이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이번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보야, 경제라니깐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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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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