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가 대출금리 급등 불렀다

2010-01-12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6,606 | 추천수 295
대출금리 뜯어보기

우리나라 주요 은행들이 신규 대출금리 책정 시 담합 의혹이 있다고 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변동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었던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가 꾸준히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조금밖에 내리지 않거나 최근에는 오히려 더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관계를 살펴보려면 우선 대출금리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변동금리가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변동금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 금리의 합으로 정해진다.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준금리는 91일짜리 CD 금리를 기준으로 하며 여기에 각 은행마다 소정의 가산 금리를 붙이는 것이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기준금리는 조달 원가가 되는 셈이고 가산 금리는 은행의 이익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CD 금리는 은행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일 매일 채권시장에 의해 결정되므로 결국 담합의 의혹은 가산 금리로 쏠리게 된다.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은행이 주택 담보대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년간 평균 가산 금리는 1.63%에 불과하다. 가산 금리가 가장 높았던 2004년조차 2%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2009년 하반기에 들어와서 가산 금리는 3%대를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이 수치는 한두 은행의 이자율이 아니라 은행권 전체의 평균치이므로 거의 모든 은행이 가산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때문에 은행의 이익을 올리려고 담합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담합’은 없었을 것


그러면 은행은 왜 가산 금리를 올렸을까. 대출금리는 CD 금리에 연동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대출 재원에서 CD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외라고 한다. 나머지는 은행채나 정기예금 등에서 조달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CD 금리와 나머지 금리와의 차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CD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까지 급격히 내리면서 CD 금리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던 것이다. 이러다 보니 과거와 같이 낮은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하면 은행의 조달 금리(대출 원가)보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모순이 생기기까지 하는 것이다.

더욱이 2008년도 말에는 은행권을 빠져나가는 자금을 묶어 두기 위해 고금리의 예금을 많이 유치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조달 금리가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거래가 가장 많았던 2006년에 은행 대출을 받았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산 금리가 1.16%에 불과하므로 CD 금리가 2.41%로 가장 낮았던 2009년도 2분기 기준으로 보면 대출금리는 3.57%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기예금 금리 수준도 되지 않는 낮은 금리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 측은 기존 대출자에 대한 일부 손실 부분을 신규 대출자에게 전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도 신규 대출금리는 5%가 넘게 책정되고 있다. 역사상 대출금리가 가장 낮았던 때인 2005년 6월조차 신규 대출금리는 5.13%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기준금리로서 의미가 퇴색한 CD 금리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은행으로서는 5%대 이상의 신규 대출금리를 받아야 손익이 맞는 구조라는 결론이다. 그러므로 대출금리를 내릴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5% 이상의 금리를 받기 위해 가산 금리를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인 것이다. 이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위해 은행들 간에 공문을 돌린다든지, 회합을 갖는다든지 하는 ‘법률적 담합행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까지 아기곰의 설명을 들으면 필자를 은행연합회의 대변인쯤으로 오해할 수 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2009년 하반기부터다.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2009년 8월 이후에 CD 금리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덩달아 가산 금리를 올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7월에는 5.29%에 불과하던 신규 대출금리가 10월에는 5.90%까지 치솟았다. 불과 석 달 만에 0.6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다는 것도 문제지만 가산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CD 금리가 자꾸 떨어져서라는 그간의 은행권의 논리와 정확히 상치되는 것이다. 과거의 논리가 맞는다면 8월 이후에는 가산 금리를 상당 부분 내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은행이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대출 시장에서는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려면 수요와 공급이 적정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공급자 간에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는 수요자는 선택권을 갖게 된다. 이 은행의 대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 은행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협상할 수 있는 분위기 자체가 안 된다. 바로 대출 규제때문이다. <표 2>에서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시점과 금융 당국이 대출 규제를 실시한 시점(LTV 규제 확대 7월 7일, DTI 규제 확대 9월 7일)이 정확히 같은 것은 우연일까.

금융 당국 ‘인식’ 바꿔야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금융 당국은 주장할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반론이 있다. 첫째, 미국이나 일본에 본사를 둔 외국계 은행이 “우리는 본사 재무 상태가 튼튼하니까 한국에서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싶다. 우리의 건전성은 우리가 알아서 챙길 테니까 불필요한 규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하려면 우리나라 룰을 따라야 한다”는 구차한 논리 외에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결국은 국내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은행 간 경쟁을 제한한다는 논리밖에는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고 대출 규제를 한다는 말도 그렇다. 그러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없는 분양 시장은 투기판이라는 것인가. 대출 한도가 더 큰 보금자리 론은 투기 자금이란 말인가.

둘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에도 담보인정비율(LTV)을 80% 정도 적용해 준다. 서브프라임 사태 자체가 LTV를 과도하게 적용해 주었기 때문에 자기자본을 잠식당한 대출자가 더 이상의 손실을 보지 않으려고 원리금을 갚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당국자들은 왜 지금도 LTV를 80%나 허용해 줄까.

선진국과 우리나라 금융 당국 간에는 대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 대출을 은행의 수익을 올려주는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적게 빌려주면서도 높은 이자를 받으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의 경우 내 집 마련의 수단으로 대출을 본다. 대출을 끼지 않고서는 내 집 마련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이 감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을 마련해 놓고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공급자인 은행의 편이 아니라 금융 소비자의 편에서도 균형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금융 당국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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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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