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에 초점 맞춘 예타 면제가 불러온 ‘후폭풍’

2019-03-11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1,114 | 추천수 42
- 불확실한 사업에 뛰어들 민간 기업 없어
- 예타 면제 탈락 사업은 앞으로 ‘난관 예상’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 노선이 2014년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에서 0.33을 받아 탈락했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예타를 통과한 GTX A나 C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GTX B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 교통 수요 받쳐주지 못한 GTX B

우선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송도에 사는 사람이 청량리에 있는 회사로 출근할 가능성이 높은지 아니면 강남업무중심지에 있는 회사로 출근할 가능성이 높은지 생각해 보면 된다.

청량리가 있는 동대문구의 일자리 수는 14만2000여 개에 불과하다. 동대문구의 일자리 수는 동대문구에 사는 주민의 수요도 채우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동대문구에 와서 일하는 것보다 오히려 동대문구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가서 일하는 이가 많다는 뜻이고 이는 다른 지역에서 동대문구로의 교통 수요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강남구의 일자리는 68만 명 가까이 된다. 단순 비교하더라도 동대문구 일자리의 네 배 이상이고 주민 수 대비 일자리 비율도 세 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서울 외곽의 베드타운 지역이든 경기도의 베드타운 지역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결국 GTX B는 송도에서 청량리 구간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송도에서 강남 구간으로 개통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남양주도 마찬가지다. 남양주에서 청량리로 가는 것보다 남양주에서 강남 업무 중심지로 노선을 바꾸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기존 노선에 따르면 남양주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GTX B로 청량리까지 가서 GTX C로 환승해야 하는데 그보다 GTX가 강남업무중심지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 훨씬 나은 대안일 수 있다.

만약 GTX B 노선을 송도~신도림~사당~교대~강남~선릉~삼성~잠실~강동~남양주로 변경한다면 예타는 가볍게 통과할 수 있다. 송도~잠실이 인천에 사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노선이기도 하다.

그러면 정부에서는 주민의 바람과 달리 왜 이런 노선을 채택하지 않는 것일까. 바로 형평성, 다시 말해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GTX A, B, C 모두 강남으로 집중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다른 지역에 비해 사회 기반 시설이 월등한 강남 지역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히 말하면 강남 사람들이 원해서 강남에 교통망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강남으로 출근하려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원해서 강남에 교통망이 집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결국 GTX B가 강남이 아니라 청량리로 정해진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형평성’이라는 정치 논리다. 그런데 정치 논리로 정해진 노선에 경제 논리인 ‘예타’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모순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송도나 남양주 주민들은 이번 예타 면제 사업에 당연히 GTX B가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결국 기존의 노선으로 GTX B는 예타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수치를 마사지해 간신히 예타에 통과한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GTX는 민간 사업이기 때문이다. GTX B 구간을 운영할 민간 업체가 나오지 않는다면 예타 통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에 뛰어들 민간 기업은 없다.

그러므로 GTX B 구간은 기존 노선을 고집한다면 지방의 다른 예타 면제 사업과 같이 정부의 재정을 투입해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그것이 아니면 철저하게 경제성 측면에서 노선을 변경해 건설하는 것이 맞는 논리다.

◆ 예타 면제 무산된 호매실·GTX B는 사업 위기

수도권에서 예타 면제를 기대했던 또 하나의 노선인 신분당선 남단 연장 구간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기존에 광교까지 연장된 신분당선을 호매실까지 연장하는 노선도 예타 면제에 대한 논란만큼 변수가 많다.

신분당선은 원래 호매실까지 개통하는 계획이 있었고 개발 부담금을 1500억원 정도 이미 걷어 놓은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건설사에 아파트 부지를 분양할 때 이 비용을 포함해 분양했고 민간 건설사는 아파트 분양가에 이를 포함해 분양했기 때문에 호매실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사람들로서는 이미 1500억원의 자금을 부담한 것이다.

그런데 광교에서 호매실까지 신분당선을 연장하려면 건설비용이 1500억원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그 부분을 놓고 그동안 예타를 했었는데 비용편익비율(BC)이 1이 넘지 않으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예타 면제 사업 대상이 되기를 호매실 주민은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예타 면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이 사업도 예타가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작년 12월 GTX C가 수원까지 연장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서수원 지역에는 큰 호재다. 하지만 반대로 이것 때문에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수원역이나 화서역 근처의 수요는 이미 GTX C의 수요로 집계가 된 상태다. 만약 이 수요를 신분당선 연장 수요로 본다면 GTX C의 수익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같은 사람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신분당선과 GTX C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GTX C의 수원 연장 계획이 없었더라면 서수원의 수요는 신분당선 연장 수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GTX C가 개통되면 신분당선을 이용하려는 사람보다 GTX C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신분당선은 적자 노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기존에 수원역까지 운행하는 분당선을 호매실 쪽으로 연장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광교에서 호매실까지의 거리보다 수원역에서 호매실까지의 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GTX B 구간이나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 사업은 예타 면제가 무산됐다는 것은 악재다.

그렇다고 기존 노선으로는 예타 통과가 앞서 언급한 여러 변수에 의해 쉽지 않고 실제 개통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는 낙관적인 전망을 믿고 투자하기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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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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