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투자 심리…이사철이 집값 ‘좌우’

2015-12-21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6,485 | 추천수 128

실수요자가 시장 주도하며 ‘정책’ 영향력 줄어, 미국도 유사한 패턴

투자는 컴퓨터나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하다보니 지나친 공포감과 지나친 탐욕에 투자를 그르칠 때가 많다. 하락기에는 세상이 망할 것처럼 공포에 휩싸여 투매한다든지, 상승기에는 자신의 여력을 생각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투자 심리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다소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 심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국은행은 매월 마지막 주 소비자심리지수(CSI)의 한 항목으로 주택가치전망지수를 발표한다. 전국에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데, 샘플 수가 2000명 이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통계학에서 샘플 수가 1000명 이상이면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조사 내용은 ‘향후 1년 후 집값이 상승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매우 그렇다’고 답하면 200점, ‘조금 그렇다’고 하면 150점,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하면 100점, ‘약간 내릴 것’이라고 하면 50점, ‘큰 폭으로 내릴 것’이라고 하면 0점을 주고 이를 가중평균한 것이 바로 주택가치전망지수다. 결국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이 상승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100이 안 되면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투자 심리·주택 가격 함께 움직여
<표1>에서 보듯이 2008년 하반기부터 조사해 온 이후 상승 전망과 하락 전망이 반복됐다. 국제 금융 위기 직후에는 7개월 연속 하락 전망이 많았고 2012년 침체기 때는 무려 8개월간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013년 3월 이후 2015년 11월 말까지 33개월 연속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
더구나 110 이상을 기록했던 기간이 2009년에 3개월, 2011년에 2개월, 2013년에 2개월밖에 없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26개월 연속 110을 넘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120을 넘긴 기간도 4개월이나 된다. 예전에는 110도 넘기기 어려워 2년에 한 번꼴로 나타났는데, 지금은 110은 기본이고 120도 가끔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 심리가 한 단계 레벨업됐다고 할 수 있다.
국제 금융 위기 후 그 어느 때보다 투자 심리가 좋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소비자심리지수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자.


<표2>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선은 주택가치전망지수이고 검은색으로 표시된 것은 전월 대비 아파트 값 상승률이다. 다만 집값이 매월 급등락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상승률에 10배를 곱했다. 아래위로 길게 늘였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그려 놓고 보면, 특히 그림의 왼쪽 부분을 보면 집값 상승률과 투자 심리(주택 가치 전망)는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지수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투자 심리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르고 집값이 오르면 투자 심리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두 말이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의미다. 그런데 이 두 지수 사이에는 재미난 관계가 있다. 빨간 선은 주택 가치 전망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지금 집값이 오르는가’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인가’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1년 후의 집값과 1년 후의 집값 전망, 즉 현재 시점에서 조사한 주택 가치 전망이 일치해야 한다. 다시 말해 노란 선을 왼쪽으로 1년만큼 이동시켜야 이론적으로 맞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정하면 두 선 간의 관계는 오히려 불명확해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첫째, 투자자들이 집값이 1년 후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1년 후가 아니라 지금 집을 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년 후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집값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투자 심리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 현재 집값이 오르면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믿고 반대로 현재 집값이 내리면 앞으로도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장 상황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투자에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한데, 매수 타이밍이나 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 심리와 집값 중 어떤 것이 선행지수인지는 알기 어렵다. 어느 기간에는 투자 심리가 집값을 이끌고 어떤 기간에는 집값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는 동행지수 성격을 보인다.

실수요자 시장은 무조건 바람직?
2012년 상반기까지는 두 지수 간의 동반 관계가 명확하게 보이지만 2012년 하반기부터는 방향성은 맞지만 그 폭이 다르다. 이것은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많이 떠났고 지금은 전세난에 몰린 실수요자들이 주택 시장의 주요 매수 세력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과거보다 투자자의 영향력이 더 적어졌다는 뜻이다.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라고 하니까 바람직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투자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심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심리가 좌우됐던 것이 최근에는 이사철에 투자 심리가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사철에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니까 집값이 오르는 것이고 집값이 오르니까 투자 심리가 좋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시장이 완전히 실수요자 위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같이 실수요로만 움직이는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표3>은 2010년 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6년간 미국 집값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년을 주기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매년 6월에 집값이 가장 비싸다. 한국은 학기가 3월에 시작하지만 미국은 학기가 동부는 8월 말, 서부는 9월 초에 시작된다. 한국도 계약일부터 잔금일까지 두 달 정도 걸리는데, 미국에서도 두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6월에 집을 사야 8월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야 자녀를 새 학교에 학기 시작부터 다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6월에 매수세가 가장 활발하고 한겨울인 1~2월에 매수세가 가장 저조하다.
집값이 싼 1월 집을 사지 않고 집값이 가장 비싼 6월 집을 사는 미국 사람을 비웃을 필요는 없다. 한국의 현재 시장 상황도 이런 추세이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집값이 떨어진다고 남들이 외면하는 비수기에 집을 사기 위해서는 공포를 극복해야 하고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넘칠 때 집을 팔기 위해서는 탐욕을 자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투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탐욕과 공포를 제어하는 것을 꼽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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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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