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이 '베이비붐 세대' 탓일까

2015-09-30 | 작성자 아기곰 | 조회수 8,779 | 추천수 163

‘텅 빈 밭’ 한탄보다 새로운 씨앗 뿌리기 필요

서울시 중구의 A시중은행 창구에서 은퇴를 앞둔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지식이 많은 사람에서부터 지식이 적은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에서부터 나이가 어린 사람까지 짧은 몇 줄의 문장을 통해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출하곤 한다. 주택 시장에 대한 의견 중 지속적으로 흔히 나오는 댓글의 유형은 두 가지다.

첫째, 하락론에 근거한 댓글로 집값의 하락 또는 폭락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인구 감소, 미국 금리 인상, 내수 침체,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가계 부채 문제나 공급과잉 등이다. 때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언제나 집값은 내릴 것이라는 희망(?) 섞인 결론으로 귀결된다.

둘째, 좌절감의 표출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로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고 심지어 본인이 원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현실에 좌절하며 그 원인을 타인에게 돌린다. 그 대상이 정부일 때도 많지만 기득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될 때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집값을 올려놓아 자신들이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호소다.

시대를 잘 만나 돈 벌었다?
흥미로운 것은 집값이 정체되거나 하락할 때는 전자의 의견이 우세하지만 상승기에는 후자에 대한 의견이 우세하다. 집값 하락론은 그동안 여러 번 다룬 만큼 이번에는 후자에 대해 살펴본다.

그러면 현재 높은 집값은 과연 베이비부머의 탓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그것은 착각일 따름이다. 투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왜 쉽게 오류에 빠질까.

첫째,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투자의 결과를 보고 후회하기 때문이다. 집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부부간에 의견이 엇갈릴 때도 많다. 1~2년이 지나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때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집값이 오르면 집을 사자고 주장했던 사람은 배우자를 비난할 것이고 반대로 집값이 내리면 집을 사자고 한 배우자를 비난할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견을 따랐다면 결과가 좋았을 것인데 배우자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 과거로 가보자. 과연 그 당시 자신이 배우자를 설득할 만큼 강력하게 주장했던가. 이번에는 점수로 환산해 보자. 집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0점과 100점 사이에 분포한다면 대부분이 60점이나 40점 정도에서 그치고 만다. 그러다 상대가 강력하게 반대하면 의견을 접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과가 자신이 예측한 것과 비슷하게 나오면 본인은 0점 또는 100점을 확신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주식의 예를 들어보자. 대표적인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액면가 5000원짜리 한 주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액면가의 200배가 넘는 시세다. 한때 150만 원까지 올랐던 적도 있지만 현재는 12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주식이 과거에는 얼마였을까. 삼성전자의 상장가는 3만 원이었다.

상장 이후 수십 배가 상승했던 것이다. 상장 때 1000만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지금은 4억 원 정도의 거금(?)이 생겼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고 일부 젊은 사람들은 한탄한다. 조금 일찍 태어났더라면 재테크를 할 것이 많았을 텐데, 지금은 너무 올라 살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삼성전자 주가의 과거와 현재의 주가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현재의 주가를 알고 과거로 돌아가 그 주식을 산다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주가를 모르는 사람은 과거로 간다고 해도 돈을 벌 수 없다. 미래의 주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떤 주식이든 주가는 상승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하지 마라. 지금도 주식시장에 가면 주당 3만 원도 되지 않는 주식이 많다. 이것이 나중에 150만 원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젊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시대를 잘 타고 나 아무 주식이나 사도 다 올랐던 것은 아니다. 그들 중 삼성전자 주식을 3만 원에 사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2006년 폭등기 때 집을 살 경제력이 있었던 베이비부머 세대는 시대를 잘 만나 모두가 돈을 번 것은 아니다. 2005년 1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17개월간 수도권 아파트 값은 27.8% 올랐지만 같은 기간 부산 등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는 2.5%밖에 오르지 않았다. 수도권 상승률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다 투자 수익을 거뒀던 것도 아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집값 상승은 당연
둘째, 주가나 집값이 왜 올랐을까 생각해 보자. 투자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집을 사고팔면 저절로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A라는 사람이 3억 원에 산 집을 B라는 사람이 4억 원에 사면 1억 원이 오른 것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때 A라는 사람의 ‘시세 차익’ 1억 원은 B라는 사람에게는 ‘추가 자금’이다. 예전보다 1억 원의 자금이 더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택 시장으로 추가로 흘러들어간 이 1억 원은 어디서 난 것일까. B라는 사람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통해 벌어들인 돈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활성화돼 사업도 잘되고 월급도 올라가고 장사도 잘되면 이 자금들이 자연스럽게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결국 어떤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그 나라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잉여 자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집값이 오르게 된다. 한국은 지난 몇 십 년간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1960년 세계 42위였던 한국의 경제 규모는 1990년 15위까지 상승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이뤘던 것을 불과 3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이뤄 낸 것이다. 1960년 당시 한국을 경제 원조해 줬던 필리핀은 그 당시 세계 29위의 경제국이며 한국이 부러워하던 식량 자급 국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 한국이 15위에 달했을 때 필리핀은 34위로 주저앉고 만다. 같은 기간 동안 42위에서 15위로 올라선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고도성장기 기간에 벌어들인 막대한 잉여 자금들이 자연스럽게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 고도성장기의 마지막 세대였던 베이비부머 세대를 행운아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눈부신 경제성장은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 경제성장의 주역들이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와 바로 그 위 선배 세대인 것이다. 다시 말해 밭을 일구고 씨 뿌린 사람이 열매를 딴 것이다. 성경에 ‘가이샤(Caesar)의 것은 가이샤에게’라는 구절이 나온다. 세속의 돈은 그것을 지배하는 시저(Caesar)의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면 나중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텅 빈 밭을 허탈하게 쳐다만 봐야 할까. 아니다. 그 밭을 새로 채우면 된다. 한국 경제가 일부 비관론자들의 이야기처럼 몰락한다면 그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 밭은 당연히 다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밭의 수확물은 당연히 그 밭에 씨를 뿌린 우리의 몫이 되는 것이다. 남이 거둔 수확물을 부러워하는 것보다 더 좋은 씨를 뿌리고 가꾸는 데 힘을 써야 한다. 다행히 선배 세대가 만들어 놓은 농로는 그대로 있지 않은가. 오히려 선배 세대보다 나을 수도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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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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